우주여행 예방약, 21세기 ‘불로초’ 될까

한겨레 2024. 8. 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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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선웅의 인간과 오가노이드
우주로 간 오가노이드
우주 장기체류땐 생물학적 변화
실험동물 대체 오가노이드 기술
심장·뇌조직 우주 배양 뒤 결함
예방약이 우주 불로초 될 수도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연구팀이 배양한 뇌 오가노이드가 담긴 배양 접시. 알리송 무오트리 제공

바야흐로 우주 시대다. 현재 현역으로 작동하는 인공위성은 셀 수 있는 것만 약 1만개가 있다고 한다. 지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높이에서 이 위성들이 궤도를 돌게 하려면 발사체가 이것들을 실어 날라야 하는 것이니, 우리가 잘 모르는 사이에도 아주 바쁘게 우주선들이 일하고 있었다. 시대의 혁신가인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엑스(X)를 통해 우주사업을 하면서, 인류가 화성에 새로운 마을을 만들고, 이를 통하여 다행성 서식종(multi-planet species)으로 거듭나겠다는 거대한 비전을 선포한 바도 있다.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 많은 기술 혁신이 필요하지만 그중 하나는 인간 건강의 문제를 챙기는 것이다. 우주여행은 인류가 많이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고, 화성쯤 되는 먼 거리의 여행은 아예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어떤 신체 변화나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

우주는 매우 척박한 환경이다. 화성은 지구 중력의 약 3분의 1 정도 되고, 현재 최고 기술로도 화성까지 이동하는 데 적어도 반년 이상이 걸린다. 이동 중에는 중력이 거의 없는 공간을 지나야 하고, 이동 뒤에도 중력이 낮은 상태에 노출되어 있게 된다. 또한 아주 강한 우주방사능이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생명체는 방사능에 취약하기 때문에, 우주 환경은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특히 많다. 사실 우주비행인들의 건강 문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되어 왔으며,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다양한 생물학적 검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비교 연구서 부정맥·자폐증 발견

미국 코넬대학의 크리스토퍼 메이슨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의 협업으로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 왔다. 이들은 최근 들어 다양한 연구를 통하여, 단기간의 우주 비행이 면역계의 활성도 차이라든가, 피부의 건강 상태, 피부공생 미생물의 종류가 바뀌는 등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을 잘 보여주었다. 이런 연구에 참여한 우주비행인 대부분은 사실 겨우 며칠간의 여정으로 여행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오랫동안 우주 환경에 노출된 이후 장기간의 반응이 안전한지는 아직 알기 어렵기 때문에, 좀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건강상의 문제를 생각해 보면, 최초의 우주여행을 강아지나 원숭이와 같은 실험동물들이 사람 대신 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은 초기 우주 개발에서 실험동물이 했던 역할의 일부를 오가노이드 기술이 대체하고 있다. 오가노이드가 지구상에서도 실험동물과 인간을 대신하여 독성검사나 약물테스트 등에 활용되고 있는 것처럼, 사람 대신 오가노이드를 우주에 보낸 뒤, 이 오가노이드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분석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사람을 대신해서 오가노이드를 보낸다면 어떤 오가노이드를 보내야 할까? 현재까지 7~8종의 다양한 장기 오가노이드가 우주로 보내졌다고 한다. 그중 제일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장기, 즉 심장과 뇌 오가노이드가 아무래도 가장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연구가 쉽지 않은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어떻게 우주 공간에서도 오가노이드를 쉽게 배양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우주정류장이나 우주선은 매우 비좁고, 무중력 공간에 두꺼운 우주복을 입거나 해야 하기 때문에, 지구상에서처럼 우아하고 정교하게 작업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우주에서 실험이 가능하도록 잘 짜인 세포배양 키트를 개발하고, 이것이 충격 등에 잘 견딜 뿐만 아니라 간단한 동작만으로 실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어렵사리 우주로 보낸 심장과 뇌 오가노이드를 일정 기간 배양한 뒤 지구로 가져와, 쌍둥이 오가노이드, 즉 동시에 만들어 지구에서 배양한 오가노이드와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자세히 비교·분석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연구에는 여러 팀이 참여하였다. 심장 오가노이드와 그것을 잘 배양하도록 만들어낸 하드웨어의 하이브리드 격인 심장 미세생리시스템(microphysiological systems)을 보낸 것은 존스홉킨스대의 김덕호 교수 팀이었다. 김 교수 팀은 여러 가지 차이점을 발견했는데, 가장 우울한 소식은 우주 경험이 있는 심장 오가노이드에서 부정맥과 유사한 반응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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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개발, 허황된 미래 아닌 현실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내진 실험용 뇌 오가노이드가 인큐베이터에 담긴 채 공중에 떠 있는 모습. 스페이스탱고 제공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의 알리송 무오트리 교수 팀은 뇌 오가노이드를 우주로 보내 한달 정도 배양했다. 이들 역시 뇌 오가노이드의 노화가 빨라진다거나 뇌 발달장애의 하나인 자폐증과 유사한 생물학적 변화 등의 문제를 발견하였다. 아직 분석이 완료되지 않은 까닭에 정식 논문으로 출판되지 않은 내용도 많아, 자세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를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오가노이드 모델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우주 체류에 의한 변화가 유발되는지를 알게 되면, 이를 막는 약물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중에 우주여행이 더 대중화되는 시절이 오기 전에 과학자들은 뱃멀미 예방약을 먹듯이 쓸 수 있는 우주여행 예방약을 개발해야 한다. 우주에서 겪는 문제가 빨리 노화하는 것이라면 우주여행 예방약은 노화를 막는 이 시대의 ‘우주 불로초’일 수도 있겠다. 이러한 점에서 우주 개발은 허황된 미래의 일이기만 한 게 아니라 지구를 바꾸는 현실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오가노이드에 대한 12번의 탐색을 마치고자 한다. 논지가 중심에서 벗어나서 엉뚱한 곳으로 흐르는 것을 아재들은 “안드로메다로 간다”라고 표현한다. 마지막 글의 주제를 찾으면서 우주 오가노이드를 떠올린 것은, 오가노이드가 만들어내는 먼 미래의 꿈과 희망을 말하고 싶기도 한 것이었고, 오가노이드에 대한 지금까지의 탐색이 안드로메다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의 발로이기도 하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지만, 과학 연구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탐색이자 투자이다. 그 앞에 우주가 있는지, 뇌 작동의 비밀을 해독할 수 있는 로제타석이 있는지, 불로불사의 영약이 있는지는 가보기 전에 잘 모른다. 더 많은 분들이 직접 미래를 탐색하는 데 동참해 주시거나, 용감히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에게 용기를 주시길 바란다.

※연재를 마칩니다. 필자와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고려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어릴 때는 건강이 좋지 않아 혼자 집에서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대학에 진학하고 발생학에 관심이 생겨 신경발생학 분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나는 뇌를 만들고 싶다’, ‘첨단기술의 과학’, ‘생물학 명강 3’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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