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가 낳은 비극과 화해… 연극 ‘흑백다방’, 세계최대 공연제 에든버러 무대에
세계 최대의 공연예술축제인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에서, 시대의 비극과 화해를 다룬 한국 극작가의 연극이 영국 현지 배우들이 연기하는 영어 공연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올해 공연 10주년을 맞은 연극 ‘흑백다방’(차현석 작·연출)이 오는 25일까지 에든버러 중심가 ‘어셈블리룸’에서 공연 중이다. 1980년대가 남긴 우리 현대사의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덧나도록 헤집지 않는 절묘한 서사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작품이다.
연극 ‘흑백다방’은 유명한 ‘상담가’가 주인인 부산 남포동 흑백다방에 의문의 ‘손님’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상담가는 사람 마음을 꿰뚫어보는 재주가 독(毒)이 돼 1980년대 독재 치하에서 운동권 학생들 잡아들이는 경찰로 일했던 인물이다. 민주화 이후 경찰 조직은 그를 헌신짝처럼 버렸고, 옥살이를 하던 중 아내가 죽었다. 1년에 단 하루 다방을 쉬는 아내의 기일(忌日), 그를 찾아온 손님은 대학생 시절 그에게 두들겨 맞아 인생을 망친 청년이다.
‘흑백다방’의 이번 에든버러 페스티발 영어 공연 제목은 ‘흑백 다실 – 상담가(Black and White Tea Room – Counsellor)’. ‘상담가’와 ‘손님’이 만나는 날은 아내의 기일이 아닌 결혼기념일로 바뀌었다. 버밍엄대와 올드빅 브리스톨에서 연기를 시작해 웨스트엔드와 오프 웨스트엔드의 다양한 연극에 출연해온 배우 니컬러스 콜레트가 ‘상담가(counsellor)’를, 유명 연기 교육 기관인 드라마 스튜디오 런던의 교수로도 널리 알려진 배우 조너선 켐프가 갑작스런 손님 ‘방문자(visitor)’ 역할을 맡았다.
비슷한 현대사의 상처가 있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연해온 것은 이 연극의 놀라운 점. 미국⋅일본⋅터키 등에서도 현지 이야기로 각색돼 무대에 올랐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극단 후암 차현석 대표는 “미국에선 흑백 인종 갈등에 관한 이야기로, 영국에선 아일랜드 독립 운동에 관한 이야기로 읽히는 등 각 나라 관객들이 각자의 역사와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르게 보고 느낄 수 있는 연극”이라고 했다. ‘흑백다방’은 에든버러 페스티벌에는 2016년과 2018년 등에도 초청돼 영어와 한국어 버전으로 공연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2014년 초연 뒤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공연을 포함해 400회 넘게 공연됐다.
올해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에서는 이달 3~10일 미국공연비평가협회 주관으로 올해 페스티벌부터 처음으로 시작된 ‘아시아 모노드라마 컬렉션 - 파라다이스 극장’에서도 다양한 한국 작품이 현지 관객과 만났다. 한국, 일본,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에서 참여해 차현석 작 ‘마츠모토’, 김철의 작. ‘맨’, 김은균 작 ‘엄마의 편지’등이 무대에 올랐다. 영어,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로 공연됐으며, 앞으로도 매년 아시아의 다양한 1인극을 에든버러 축제기간 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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