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경제권, 누가 갖고 계신가요[가계부 쓰다가]

김형욱 2024. 8.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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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설문조사 찾아보니,
女 47.3% 공동 29.2% 순…
현재는 맞벌이가구 증가로,
공동·각자관리 증가했을 듯
정해진 정답 없는 문제지만,
상호 신뢰 속 답 찾아나가길…
2015년부터 8년째 가계부 쓰고 있는 월급쟁이 글쟁이의 소소한 경제이야기. 제 기사를 가장 많이 보는 ‘40대’, 특히 저와 같은 ‘보통의 급여생활자’를 중심으로 많은 독자와 돈 고민과 의견을 틈틈이 공유하려 합니다. 댓글, 이메일 등 통한 소통 환영합니다. <글쓴이>
(사진=게티이미지)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여러분 가족, 부부 중에 누가 주도적으로 자금을 관리하시나요. 혹은 저희 집처럼 ‘따로 또 같이’ 관리하시나요. 또 이중 어떤 방식이 자산 관리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명확한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가계부를 쓰던 중 문득 궁금해 여러분께도 한번 여쭤봅니다.

10년 전 설문 땐 女-공동-男-각자 순

오래전 것이긴 하지만 관련 설문조사를 찾았습니다. 2014년 2월 인구보건복지협회의 2차 저출산 인식 설문조사 결과보고서 중 ‘부부 경제권’이란 항목이 있었습니다. 어언 10년 전 얘기라 지금과 다소 달라졌을 수 있겠지만 질문에 힌트는 되겠죠.

결과는 10년 전 기준 여성의 경제권 보유 비중이 47.3%로 가장 많았습니다. 과반은 넘지 않았지만 압도적이었습니다. 공동관리(29.2%), 남성 관리(13.0%), 각자 관리(10.5%)가 뒤따랐습니다. 전 연령대, 외·맞벌이 모두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가장 많은 응답자가 그 이유로 ‘당연히 돈 관리는 여자가 해야’(35.3%)한다고 했습니다. 10년 전 고정된 성 역할 관념을 보여주는 이유 같기도 합니다. 이어 △상대방이 돈 관리를 잘해서(34.1%) 이어 △각자 버니까 쓰는 것도 각자(12.5%) △상대방이 낭비가 심해서(7.3%) 등 응답도 있었습니다.

2014년 2월 인구보건복지협회의 2차 저출산 인식 설문조사 결과보고서 중 ‘부부 경제권’ 항목 설문조사 결과. (표=인구보건복지협회)
1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선 공동·각자 관리 비중이 좀 더 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2014년 44.2%이던 맞벌이 가구 비중이 지난해 48.2%로 4.0%포인트 늘었습니다. 10년 새 성평등 의식이 높아진 것도 부부간 경제권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게 만들었을 수 있습니다. 일견 지금도 여전히 여성 주도 집이 더 많을 것 같지만, ‘당연히 돈 관리는 여자가 해야’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줄었으리라 미루어 짐작해봅니다.

각자 관리 땐 ‘절반의 불투명성’ 아쉬움도

저희 집은 위 설문조사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각자 관리’ 집입니다. ‘각자 버니까 쓰는 것도 각자’란 생각이었습니다. 처음엔 생활비는 제가, 저축과 부채상환은 배우자가 주로 맡자는 대략적 가이드라인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 역시 많이 희석됐습니다. 생필품을 온라인으로 주로 사는데, 생활비 지출을 맡은 제가 온라인 쇼핑에 익숙지 않고, 반대로 저축과 부채상황은 배우자보다 제가 좀 더 관심이 많은 편이란 점에서 초기 역할 설정에 미스매치가 있었습니다.

현 각자 관리 체제에 큰 문제는 없지만 내심 아쉬움도 있습니다. 전 다달이 수입·지출 명세를 정리하는데,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 수입-지출만 관리하니까요. 자산은 함께 관리하므로 돈이 얼마나 늘어나고 줄어드는지는 알 수 있지만, 저축을 늘려 집을 좀 더 넓힐 기회를 포착하려는 조바심 때문인지 이따금 ‘현 지출이 과한 것은 아닐까’ 걱정하게 됩니다.

물론 제 배우자가 저보다 더 생활력 있고 현실감각 있다는 걸 잘 압니다. 뜯어보면 저도 불필요한 지출이 꽤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 책상에서 경제 관련 글을 써서인지, 이 같은 믿음이 실제 숫자로 확인되지 않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만약 국가 재정을 운용하는 정부부처가 연간 예산운용의 절반만 공개한다면, 코스피 상장기업이 실적보고서의 절반만 공개한다면, 그 건전성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답 없어…내게 맞는 합리적 방안 찾길

그럼에도 저희 집은 맞벌이가 외벌이가 되는 식으로 경제 상황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아마 각자 번 돈을 각자 관리하는 현 상황에 큰 변화가 없을 겁니다. 당장은 문제가 없기에 유럽연합(EU)처럼 경제권 통합 스트레스를 굳이 감당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기 어렵습니다. 경제권을 합치게 되면, 사소한 지출로도 ‘여기에 꼭 돈을 써야 하느냐’는 갈등 상황이 필연적으로 뒤따를 겁니다. 부부 간 갈등 역시 큰 비용 지출을 수반하는 경제적 리스크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
다만, 이따금 현 가계 상황 전반을 점검해보는 시간은 가져보려 합니다. 잔소리하고 또 잔소리 듣는 시간이 될 수 있지만, 우리 가계의 지속 가능성 확보는 그만큼 중요하니까요. 만사가 그렇듯 이미 늘어난 지출은 줄이기 어렵습니다. 아이가 클수록 나가야 할 돈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필연적으로 찾아올 가계수입 절벽이 두렵습니다. 모을 수 있을 때 열심히 모아서 대출도 갚고, 그러고도 여력이 된다면 집 넓히고, 노후 자금도 모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아무래도 더 꼼꼼한 쪽이 주도적으로 관리하거나, 공동 관리하는 편이 돈을 좀 더 잘 모을 수 있을 겁니다. 지출 때 어쩔 수 없이 상대방 눈치를 봐야 할 테니까요. 그러나 저희처럼 ‘따로 또 같이’ 관리하는 것 역시 지속 가능할 수 있다고 일단 믿어봅니다.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너무 빡빡하게 운용하는 것 역시 부부갈등이나 ‘지하경제(비자금) 활성화’ 등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우리 모두 상호 신뢰 기반 으로 내게 맞는 합리적 가계 운용 방안을 추진해봅시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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