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대는 야만적 시대"...10.26 이후 졸속재판 담은 영화 '행복의 나라'
채승기 기자 2024. 8. 10. 11:44
“네놈이 뭔 짓을 해도 박 대령은 죽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1979년 10월 26일. 이후 열린 16일간의 재판. 당시 졸속으로 진행된 정치 재판은 어떻게 진행됐을까요.
한국 근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꾼 '10.26'과 '12.12'. 그리고 이 두 사건을 관통하는 최악의 정치재판. 이 재판 과정을 담은 영화 '행복의 나라'가 오는 14일 개봉합니다. 영화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가려진 그의 수행비서, 박흥주 대령이란 인물을 조망합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천만 감독'이 된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고 이선균 배우가 박흥주 대령을 연기했습니다. 배우 조정석이 박흥주 대령을 변론하는 정인후 변호사 역할을, 배우 유재명이 12·12로 정권을 잡은 육군 소장 전두환을 연기했습니다.
'행복의 나라'는 김성수 감독의 천만 영화 '서울의 봄' 이후 다시 스크린에 소환된 격랑의 한국 현대사를 담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Fact)에 극적 상상력(Fiction)이 가미된 '팩션' 영화입니다. 영화를 이끄는 주인공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아닌 그의 수행비서 박흥주 대령, 그리고 박 대령을 살리려는 영화 속 정인후 변호사입니다. 당시 명령에 따라 대통령 암살사건에 연루된 박 대령은 군인 신분 탓에 단심제가 적용됐습니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판결보다 앞서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추창민 감독은 영화에서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해서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그는 “그 시대가 가진 시대성이 좀 야만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게(야만성이) 지금이랑 맞닿아있지는 않지만 지금도 똑같은 불합리와 부조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반추해보면서 좀 더 지금의 현실을 자극할 수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추 감독은 고증에 심혈을 기울였다고도 했습니다. 잘 만들어진 영화 역시 또 다른 '역사의 기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추 감독은 “수많은 자료를 찾았었고, 영화가 '또 다른 역사의 기록으로 쓰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최대한 고증에 입각해서 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인후 변호사를 연기한 배우 조정석 역시 “고증을 따라서 제작한 저희 세트가 매우 큰 역할을 했던 거 같다”면서“그 당시 마치 살았던 것만 같은 그 시대에 내가 잠시 살았던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배우 유재명은 전두환을 모티프로 한 전상두를 연기했습니다. 유재명은 “부담감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개인의 인권과 개인의 열망들을 편법과 술수로 무참하게 유린했던 거대 악의 축, 전상두라고표현되는 그 인물을 통한 시대의 폭력을 좀 오해 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단 생각을 했던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행복의 나라'는 배우 이선균의 유작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유재명은 “저희와 함께 이 영화를 통해서 이선균이란 배우를 기억해주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조정석은 “이선균 배우님의 유작에 같이 참여하고, 함께하고 호흡하고 웃고 울고 했던 그 시간은 저한테는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아주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추 감독 역시 “이선균 씨가 최후변론하는 장면이 영화에 나오는데 아마 그 장면을 보시면 저 배우가 얼마나 좋은 배우인가를 느끼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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