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배우 아닌 꿈? 전 뭘해도 잘했을 걸요”[인터뷰]
배우 전도연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려고 노력한다. 노력보다 큰 보상을 바라지 않고, 그보다 적은 결과물로 돌아와도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을 때 전 제 인생이 어마어마하고 드라마틱하게 달라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오히려 더 힘든 시간을 보냈고요. 그래서 이후론 보이는 것 외에는 믿지 않으려고 해요. 어릴 때 그런 걸 깨달아서 그런지 큰 기대도 없고요. 대신 그런 생각은 하죠. 배우 아니었어도 난 뭘 해도 잘 했을 거라고. 하지만 배우가 되어서 다행이라고. 이젠 그냥 연기가 ‘나’ 자체가 됐거든요.”
전도연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나 신작 ‘리볼버’(감독 오승욱)를 개봉할 수 있게끔 한 자신의 공과 촬영 후기, 그리고 배우로서 느끼는 소회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리볼버’ 출연 이유, 4년 전 오승욱 감독과 약속 때문에”
‘리볼버’는 한순간에 모든 걸 잃은 형사 ‘수영’(전도연)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자들을 처단하고 정당한 댓가를 돌려받기 위해 나서는 누아르물이다. 전도연은 ‘무뢰한’으로 만난 오승욱 감독과 이번에 재회했다. 정확히 말하면 전도연의 의뢰를 받은 오 감독이, 전도연 캐릭터를 모티프로 4년여에 걸려 만들어낸 작품이다.
“제가 오 감독의 작품 분위기를 좋아해요. 그래서 오 감독을 만나 밝고 통쾌한 저예산 영화 하나만 찍자고 제안했죠. 근데 기다려도 시나리오가 안 나오더라고요. 그 사이 ‘길복순’도 찍고, ‘일타스캔들’도 찍으면서 시간이 흘렀고, ‘리볼버’ 시나리오가 손에 들어왔는데 또 어둡더라고요. 오 감독은 밝고 통쾌한 게 안 되는구나 싶기도 했고, 겨우 밝은 이미지로 돌려놨는데 다시 어두운 작품을 해야하나 고민도 많았죠. 하지만 4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출연하게 됐어요.”
참으로 솔직하다. 밉지 않게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화법은 웃음을 자아냈다. 특별출연한 이정재에 대해서도 왜 이 작품에 나왔는지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월드 스타잖아요. 미국에서 촬영하느라 바쁜 걸로 아는데 현장에서 보고 ‘여기 왜 계시지?’ 이런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아마도 ‘무뢰한’ 주인공이었다가 어깨 부상 때문에 출연하지 못한 마음의 빚 때문에 출연한 것일 수도 있겠죠? 오랜만에 만났지만 이정재는 늘 똑같아요. 시간이 지나고 언제 어디서 만나도 항상 젠틀하죠. 어떻게 저렇게 한결같을까 싶을 정도예요.”
■“젊은 감독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편한 선배 되고파요”
데뷔 34년차다. 어느덧 그는 중견 이상의 선배가 되었고, 감독들이나 현장 스태프들은 까마득한 후배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길복순’으로 변성현 감독을 만났던 게 제겐 변곡점이었어요. 어느 순간 현장의 세대가 바뀌어있더라고요. 현장이 젊어졌고 어느새 전 어려운 선배가 되어 있었고요. 그래서 그들이 먼저 다가오기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어요. 기다린다고 오지도 않았고요. 날 내려놓고 그들이 생각할 때 편한 선배가 되어야겠다,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고민을 많이 했죠. 그래서 변 감독에게 찾아가 작은 역이라도 좋으니 감독님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렇게 소통한 게 결과적으론 저에게 득이 됐죠. ‘전도연이 이런 사람이었어?’라고 알게 된 것 같고, 젊은 감독들이 배우를 선택할 때 제가 편한 존재가 되는 길을 ‘길복순’이 열어줬다고 생각해요.”
이젠 성공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지웠다고도 했다.
“식물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요. 어떻게 저렇게 한결같을까. 겨울엔 죽은 것 같은데 봄이 되면 새싹이 피고, 여름엔 만개하다가 또 다시 지잖아요. 저도 다르지 않을 거로 생각해요. 만개했다고 해서 그게 영원하지 않고, 꽃이 지고 죽은 것처럼 보이는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새로운 꿈을 꾸고 작품을 만나게 되니까요. 그런 반복의 연속일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스스로 느끼는 ‘배우 전도연’에 대한 자평을 구했다.
“전 제 필모그래피가 자랑스러워요. 돌아보면 참 잘 살았다 싶고요. 타협하지 않고 열심히 ‘전도연스럽게’ 잘 살아온 것 같아서 앞으로도 그렇게 살려고요. 시간이 지나서도 제 작품이 회자되고, 지나고 나서도 ‘이 영화가 이렇게 좋은 영화였어?’라고 할 만한 작품들을 계속 찍어왔다고 믿거든요. 제 필모그래피에 스스로 누가 되지 않을 작품들로 앞으로도 채워나가고 싶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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