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변호사 콤비의 굿 파트너십…한국서 보기 드문 여성 버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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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파트너'는 이혼 변호사의 일과 성장을 그린 휴먼 법정 드라마다. 5회까지 방송된 뒤 올림픽 중계로 3주간 휴방인데 시청률이 13%를 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장나라, 남지현의 연기가 돋보이고 연출도 깔끔한 편이지만, 무엇보다 주목받는 것은 극본을 쓴 최유나 작가다. 최유나는 20대부터 1천건 이상의 이혼 소송을 진행한 현직 이혼 전문 변호사다. 2018년부터 그림작가와 함께 인스타툰 '메리지레드'를 연재하였고, 이를 묶은 책 '우리 이만 헤어져요'와 에세이집 '혼자와 함께 사이'를 출판했다. 토크쇼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뒤 대중에 이름이 알려졌다. `굿파트너'는 지극히 통속적인 이혼의 세계를 전문적인 경험과 식견을 통해 알게 된 지혜로 풀어내는 묘미를 담고 있다.
어쩌면 `굿파트너'는 여성 버디물을 위한 판타지라는 생각도 든다. 국내 3위 안에 드는 로펌이 배경이지만 조직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로펌 대표가 차은경 변호사에게 여성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회사는 차은경과 한유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꽃밭이다. 이들 곁에는 이들을 위로해주는 꽃돌이들이 있다. 차은경 변호사를 존경하고 깊이 좋아하는 정우진 변호사(심지어 로펌 대표의 아들?), 한유리 변호사가 입사할 때부터 호감을 느끼고 동료애와 연애 감정을 가지고 치대는 전은호 변호사. 이것이 자연스러운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질투하고 견제하는 남자 동기 권민우의 존재를 떠올려보면, 뭐가 더 현실적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굿파트너'에서는 차은경·한유리와 경쟁하는 남자 변호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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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파트너
선악 이분법 넘어선 지혜로
통속의 세계 풀어가는 묘미
여성 콤비의 찰떡호흡 신선
주인공 개인사 엮어 흥미 배가
‘굿파트너’는 이혼 변호사의 일과 성장을 그린 휴먼 법정 드라마다. 5회까지 방송된 뒤 올림픽 중계로 3주간 휴방인데 시청률이 13%를 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장나라, 남지현의 연기가 돋보이고 연출도 깔끔한 편이지만, 무엇보다 주목받는 것은 극본을 쓴 최유나 작가다. 최유나는 20대부터 1천건 이상의 이혼 소송을 진행한 현직 이혼 전문 변호사다. 2018년부터 그림작가와 함께 인스타툰 ‘메리지레드’를 연재하였고, 이를 묶은 책 ‘우리 이만 헤어져요’와 에세이집 ‘혼자와 함께 사이’를 출판했다. 토크쇼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뒤 대중에 이름이 알려졌다. `굿파트너'는 지극히 통속적인 이혼의 세계를 전문적인 경험과 식견을 통해 알게 된 지혜로 풀어내는 묘미를 담고 있다.
이혼에 대한 고찰
‘굿파트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생생한 이혼의 사례들이다. 1회에 등장하는 상습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남자와 3회에 등장하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가스라이팅을 당해 이혼하지 못하는 여자 등이다. 아주 흔하고 전형적인 사례들이라서 경험이 많은 차은경(장나라) 변호사가 척 보면 아는 사례들로, 과연 예상대로 흘러간다. 1회의 의뢰인은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며 변론을 의뢰한다. 한유리(남지현)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속아 바람피운 증거가 없다며 변호해주고 승소를 이끌어낸다. 이혼 재판이 얼마나 증거를 끼워 맞추는 치사한 작업인지를 알게 해주는 에피소드다. 패소한 아내는 “제발 이혼만이라도 해달라”며 땅을 치며 통곡한다. 정의감이 강한 한유리 변호사로서는 너무나 찜찜하고 자괴감이 드는 첫 승소다. 차은경 변호사가 처음부터 합의하라 했지만 한유리 변호사가 “나만 믿으라”며 사건을 맡은 것이다. 3회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자도 차은경 변호사는 이혼 결심이 서지 않은 것 같으니 사건을 맡지 말라 했는데, 한유리 변호사가 덜컥 사건을 수임한다. 차은경은 의뢰인이 소송을 취하할 것이라 예견했는데 남편이 자살쇼를 벌이자 과연 변호사를 원망하며 소송을 취하한다. 차은경은 익숙한 듯 환불해주고 결심이 서면 다시 오라 말해준다. 자신을 때리는 남편의 밥걱정을 하는 여자의 피학적 심리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바닥에선 흔하디흔한 광경이었으리라.
전형적이지 않으면서 의표를 찌르는 듯한 에피소드는 2회에 등장한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즐기던 두 부부가 있었다. 이들 배우자 사이에서 외도가 일어났다. 조정 법정에서 가해자 쪽은 아내에게 ‘재산 분할로 20억원을 받고 양육권을 넘겨달라’는 합의안을 제시한다. 한유리 변호사는 “돈 때문에 아이를 포기하는 선택”을 할 리 없다며 의뢰인보다 더 펄펄 뛴다. 하지만 차은경 변호사는 “판단은 의뢰인이 하도록 해야 하며, 변호사는 의뢰인의 판단에 맞춰서 도와드려야 하는 것”이라며 자중시킨다. 차은경 변호사는 의뢰인이 20억을 선택하더라도 그것은 아이를 버리는 선택이 아니며 아이를 위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의뢰인은 아이가 부자 아버지의 집에서 자라면서 국제학교에 다니기를 원하는데, 이것이 아이를 위한 선택일 수 있다. 차은경 변호사는 요즘은 양육권을 포기하더라도 끝이 아니며 면접교섭권을 통해서 부모와 자식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음을 언급한다. 한유리 변호사는 “두 불륜 부부의 아이들을 한집에 살게 하는 것은 아동학대”라고 열을 올린다. 하지만 차은경 변호사는 “상간녀와 상간남이 앞으로도 쭉 같이 살지 알 수 없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을 덧붙인다. 하기야 그 사랑의 맹세인들 영원할 리가! 요즘 명언 중에 “감정은 사라지고 결과는 남는다”는 말이 있다. 명분에 집착하지 말고 실리를 택한 의뢰인이 재산도 얻고 아이도 얻는 결과를 낳는다면 현명한 길이라 할 것이다.
여성 버디물을 위한 판타지
‘굿파트너’는 노련한 선배의 현실감과 풋풋한 후배의 정의감이 대립하는 버디물이다. 흔히 이런 버디물에서 후배는 초반에 선배가 돈만 아는 속물적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차츰 선배의 깊은 뜻을 알게 되고 선악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지혜를 얻게 된다. ‘굿파트너’도 이런 장르의 틀을 따라간다. 한유리 변호사는 처음에 차은경 변호사가 무심한 듯 던지는 예언이나 지시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곧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굉장한 식견임을 알고 놀란다. 차은경 변호사의 전략적인 행동들도 다 앞을 내다보기 때문이었고, 회사의 고객 응대 원칙들도 다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특히 변호사의 역할과 본분은 무엇이고, 의뢰인과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무엇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지를 일깨우는 것은 전문직업인의 윤리로 중요하게 짚을 대목이다. 드라마는 선의를 앞세우지만 미숙한 초심자가 저지르기 쉬운 잘못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한유리 변호사는 다행히 아마추어적인 초심자에서 차츰 지혜를 얻어간다. 그리고 “알량한 사명감과 같잖은 정의감”도 쉽게 놓아버리지 않는다. 차은경 변호사 역시 한유리 변호사의 사명감과 정의감을 쓸데없는 것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이혼 사건을 맡김으로써 그것을 활용할 기회를 준다.
전문직업인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버디물은 주로 남성 멘토와 멘티를 그려왔다. 후배가 선배를 보고 자라며, 밀어주고 끌어주는 돈독한 남성연대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담긴다.(이를테면 ‘투캅스’) 2010년대 이후 여성 멘토-멘티 관계를 그린 콘텐츠들도 간혹 만들어졌으나 훨씬 느슨하게 그려지거나 갈등하는 양상으로 그려지곤 하였다.(이를테면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이처럼 여성 선후배가 밀착해서 견인하며 키워주는 그림은 거의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어쩌면 ‘굿파트너’는 여성 버디물을 위한 판타지라는 생각도 든다. 국내 3위 안에 드는 로펌이 배경이지만 조직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로펌 대표가 차은경 변호사에게 여성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회사는 차은경과 한유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꽃밭이다. 이들 곁에는 이들을 위로해주는 꽃돌이들이 있다. 차은경 변호사를 존경하고 깊이 좋아하는 정우진 변호사(심지어 로펌 대표의 아들?), 한유리 변호사가 입사할 때부터 호감을 느끼고 동료애와 연애 감정을 가지고 치대는 전은호 변호사. 이것이 자연스러운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질투하고 견제하는 남자 동기 권민우의 존재를 떠올려보면, 뭐가 더 현실적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굿파트너’에서는 차은경·한유리와 경쟁하는 남자 변호사는 없다. 꽃과 꽃받침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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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변호사의 개인사와 성장
‘굿파트너’는 에피소드들 사이로 두 변호사의 개인사를 엮으며 몰입감을 증폭시킨다. 한유리 변호사는 아버지의 외도로 부모가 이혼한 가정의 자녀다. 그는 이혼 변호사가 되기를 원치 않았고, 결혼도 두려워한다. 드라마는 그를 관찰자로 내세워 여러 사례를 통해 부부가 무엇이고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인간적인 성장을 하는 것을 보여준다.
차은경 변호사의 사례는 훨씬 자극적이며 개별 에피소드와 맞물리면서 폭발적인 재미를 준다. 차은경 변호사는 “오감을 통해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어 있다” “이혼을 부인하다가 어느 순간 결심이 설 때가 온다” 등 사건에 대한 말로 자신의 상황을 암시한다.
차은경 변호사는 13년 전 의사와 결혼하였다. 요리하는 남자라 선본 지 석달 만에 한 결혼이다. 현재 남편은 차은경 변호사의 비서와 “중혼적 사실혼 관계”, 즉 두 집 살림 중이다. 차은경 변호사는 이혼을 결심한 뒤 “최고의 이혼 쇼”로 자신을 브랜드화하겠다고 한다. 스타 변호사다운 프로페셔널리즘이 돋보이는 행보다.
흥미로운 것은 외도한 남편의 당당함이다. 앞으로 그의 사연이 더 나와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내용에 의하면, 남편은 딸을 키우는 데 커리어를 희생하며 ‘독박육아’를 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기 혼자 가정에 충실했으며, 차은경은 아내도 여자도 엄마도 아니라고 한다. 즉 바람을 피워놓고도 그럴 만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젠더가 바뀌었을 때도 ‘독박육아’가 가정에 소홀했음을 말해줄까.
남편이 봉직의를 하며 커리어를 일부 양보한 일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독박육아’를 했다 한들 딸을 임신하고 출산한 것은 엄연히 차은경인데, 그것마저 남자가 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생물학적인 문제를 제외하고도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나는 아무리 아이의 일차적인 양육자가 아니라고 부인해도) 엄마의 역할이 있기에 (가끔씩 학교나 학원에서 전화가 온다든지) 아이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따라서 함께 사는 엄마의 양육 노동이 제로가 되기는 한국에서 불가능하다. 반면 여자가 ‘독박육아’를 하는 경우에는 진짜로 임신, 출산, 육아까지 모조리 독박이 될 수 있다. 학교나 학원 등 어떤 기관에서도 일차적으로 아이의 아빠를 찾는 경우는 드물다. 그 결과 맞벌이를 하면서도 남자는 임신, 출산, 육아의 부담에서 제로가 되고, 여자는 진짜로 ‘독박육아’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 ‘독박육아’가 남편이 이혼당하는 사유가 된다거나, 여자가 외도하게 되는 사유로 이해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차은경 변호사는 “나의 이혼 사건이 좋은 선례, 필요한 판례를 남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기자들 앞에서 말한다. ‘독박육아’를 주장하며 두 집 살림에 당당한 남편의 주장을 어떻게 깨나갈지 다음 편이 기대된다.
대중문화평론가
‘씨네21’ 영화평론가로 출발하여 티브이 드라마, 예능 등을 두루 평론한다. 인권·역사·여성·장애·인구·성·계급·권력 등 사회과학 전반에 관심이 많다. 원래 전공은 의학·보건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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