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조각 된 상품권… 어떻게 해결하나[금융권 티메프 후폭풍①]
발행사는 자본자심, PG사는 환불 보류…소비자 피해 우려
개정 전금법에도 우려 남아…상품권 시장 제도개선 논의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에 따른 환불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해피머니 상품권 피해복구는 요원해 보인다.
사용도 환불도 막힌 소비자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피해 보상과 함께 향후 상품권 시장의 규제 공백이 어떻게 해소될지 주목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위메프·티몬 사태 추가 대응방안 및 제도개선 방향'을 확정·발표하면서 "상품권 시장 전반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어서 근본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올해 하반기 중에 시간을 갖고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도개선을 약속한 것은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25년간 규제 공백 속에 방치된 상품권 시장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상품권은 1999년 상품권법이 기업경제 촉진을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따라 폐지되면서 규제 사각지대가 됐다. 현재는 인지세만 내면 상품권을 누구나 발행할 수 있다.
상품권 발행사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국회에서도 여러차례 상품권법 부활이 추진됐지만 '유통규제 악법'이란 반대와 여론의 무관심 속에 입법 동력을 찾지 못한 채 묻혔다.
그 결과 해피머니아이엔씨와 같은 회사는 수년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서도 상품권 발행을 이어갔다. 해피머니 발행사인 해피머니아이엔씨의 지난해 자산은 2406억원인 반면 부채는 2960억원이다.
이런 가운데 티메프 사태가 도화선이 되면서 해피머니는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상태다.
티몬과 위메프 등은 미정산 사태가 터지기 전 해피머니 등의 상품권을 최대 10%까지 할인 판매해 상테크(상품권+재테크)족의 돈을 끌어모았다. 티몬·위메프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한 할인판매였는데 큐텐 그룹의 자금조달을 위한 돌려막기 용도로 의심되고 있다.
결국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자 상품권 제휴처들은 정산 가능 여부가 불투명해진 해피머니 전환 및 사용을 중단했다.
사용이 불가하다면 환불을 해야겠지만 그마저도 현재는 불가능한 상태다. 소비자에게 정상 배송이 되지 않은 일반물품 관련 환불 절차는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 지급결제대행사(PG사)들이 상품권 환불은 보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로 판매된 상품권은 온라인에 상품권을 등록해 발행할 수 있는 핀(PIN) 번호가 발행돼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PG사들은 핀 번호가 소비자에게 발송됐다면 상품권을 실제로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판매절차가 끝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환불 책임은 PG사가 아닌 상품권 발행사에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발행사인 해피머니아이엔씨를 통한 환불은 중단된 상태다. 자본잠식 상태여서 환불이 재개될지도 불투명하다.
해피머니에 쓴 돈을 고스란히 날리게 생긴 소비자들은 금융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해피머니 구매자들에 대해서도 티메프 사태 구제책을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여행상품과 상품권에 대해서는 카드사와 PG사, 발행사, 여행사 등과 협조해 환불을 지원하면서 소비자원의 분쟁조정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갈리는 탓에 상품권 환불 관련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분쟁조정도 수개월 이상 걸리는 절차인데다 조정안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 피해보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부는 다음달 1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이 티메프 사태로 드러난 상품권 발행업체의 부실을 상당 부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불업 등록 면제기준이 발행잔액 30억원 미만에서 '발행잔액 30억원 미만 및 연간 총발행액 500억원 미만'으로 빠뀐다.
강화된 등록면제 기준이 시행되면 대다수의 모바일 상품권이 규율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자식으로 변환되지 않은 지류 상품권은 전금법 대상이 아닌데다 발행잔액 30억원 및 연간 총발행액 500억원을 넘지 않는 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발행주체와 발행한도 등에 제한이 없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상품권법 부활 등을 통해 상품권을 관리·감독할 주무 부처를 정해 규제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1999년 당시 상품권법이 폐지된 상황이나 지난 국회에서 유사한 법안이 발의됐다가 폐기된 점, 지류 상품권의 문제 등 여러가지를 봐야 한다"며 "전반적인 규제 필요성을 점검하고 어떤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단계별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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