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시인회 회장 진관스님 "시는 불교의 전법게송"[이수지의 종교in]
"신진 승려 시인들의 등용문 되었으면"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사랑이란/ 좋은 것,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집착의 괴로움이다
일체는 항상 변하는 법/ 좋은 것 역시 변하니/ 괴로움의 영속일 뿐이다
자비란/ 사랑에 집착하는 마음을/ 안타깝게 여기는 것이다"
(범상스님의 시 '자비와 사랑' 중)
승려시인회 회장 진관스님은 최근 발간된 '승려시집' 11집에 실린 범상스님의 시를 소개하면서 시 문학의 불교적 의미를 설명했다.
"시는 종교적으로 특히 불교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문학으로서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시는 불교에 있어서는 전법게송(傳法偈頌)이라고 말할 수 있죠.이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고 이후에 대중에게 전하는 전법입니다."
승려시인회는 감성적 시를 통해 포교하는 스님들 모임이다. 1971년 3월 대구 파계사에서 무산스님을 회장으로 스님 20여명이 발족해 승려시집 4집까지 발간했지만 이후 활동을 중단됐었다.
1993년 진관스님이 회장을 맡으면서 승려시인회는 제5집 '피안으로 가는 수레'를 기점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이후 2014년 승려시집 6집, 2020년 7집, 2021년 8집, 2022년 9집, 2023년 10집에 이어 지난 7일 11집까지 펴냈다.
11집에는 승려시인회 창립을 주도했던 조계종 전 전계대화상 성우스님, 교육원장을 지낸 청화스님, 동국대 전 이사장 법산스님 등 시인 24명의 시 196편이 담겼다.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시를 썼다"는 진관스님에게 시 문학은 더 특별하다.
1980년 동국대 불교대 승가학과를 수료하고 1986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1992년 조선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석사를, 2012년 중앙 승가대에서 문학 박사를, 2014년에는 동국대 철학박사를, 올해 2월에는 방송통신대 국문학과 학사를 받았다.
진관스님이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1977년 첫 시집 '불결 갈라지는 곳에서'부터다.
이후 '무언의 광장에서 서서'(1978), '한자락 남은 마음'(1979), '조선의 꽃씨'(2005), '거동사의 노래'(2009), '내 마음 깊은 골에'(2009), '문수의 자화상'(2011), '화중련'(2011), '리인모 선생을 그리워하며'(2011), '바지선 기러기'(2015), '백두산에 올라'(2015), '백두 자작나무'(2015) 등 시집 30여권을 펴냈다.
그 외에도 수필집 '부처님이시여 우리 부처님이시여', 동화집 '스님 사랑해요', 소설집 '다라니', 서간집 '감옥으로 보낸 편지'(2006), 희곡 '선객'(1982, 창고극장 공연), '염화미소' (2002, 창고극장 공연), '법난'(2013, 창경궁 극장 공연) 등 다른 장르에도 도전했다.
진관스님에게 시는 가장 소중한 삶의 방편이다. "사물을 바라볼 때 눈으로 보고 귀로 그 소리를 듣고 코로 그 냄새를 맡고 입으로 맛보는 느낌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특히 1980년대에 민주화 운동을 해 더 유명해진 진관스님은 "시 쓰는 일은 삶에 있어서 희망이고 미래를 향해 정진하는 수행자의 길"이라고 했다.
진관스님은 1987년 박종철 열사 치사 사건에 항거하다 구속됐다. 1987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 호헌 방침 철폐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했고 1989년 이철규 열사 사망 사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단식 투쟁을 전개하기도 했다.
구속 당시 진관스님은 시를 쓰며 그 시절을 견뎠다. 진관스님은 감옥에서 항소이유서를 시 1000편으로 채웠고 재판에서는 진술 대신 시 3편을 낭송했다.
"시인은 사회를 직관하면서 사회의 진실을 말해야 해요. 시인이란 존재는 하늘에 떠 있는 별이 아닌, 인간 삶 속에 있는 언어를 모아야 합니다. 시를 창작하는 자는 돌을 갈아 거울을 만드는 장인처럼 '시련'이란 돌을 갈아 '시'라는 거울을 만들어야 합니다."
진관스님은 최근 문인들에 대한 국가 지원금 삭감에 시문학이 위축되어 안타깝다.
"현대 승려시인들은 신라시대 향가로부터 조선시대 서산 대사, 사명 대서, 환성지안 스님의 선시(禪詩)를 중심으로 시를 전승하고 있어요. 국가로부터 문인들에 대한 지원금이 삭감돼 시문학운동에서 중요한 시문학지가 종간되고 있어 참으로 가슴 아픕니다."
승려시집은 '승려들이 시를 창작하는 집'이 되는 동인지다. 이번 11집은 승려시인회가 신진 승려 시인들이 시를 창작하는 활동을 장려하려고 기획했다.
진관스님은 승려시집이 신진 승려 시인들의 등용문이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과거 시인들도 동인지 활동을 통해 시문학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승려시인들이 간행한 시집은 승려시인 동인지죠. 이 동인지는 승려들에게 주워진 '시를 창작하는 집'입니다. 이제 승려시인들이 시문학운동을 전개하는 시기가 도래할 것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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