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스포츠' 낙인..한국 F1, 다시 볼 일 없나? [권마허의 헬멧]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에서 개최된 행사에는 연습주행에만 경찰 추산 1만여명의 팬들이 몰리며 흥행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당시 1만6000여석이었던 메인 좌석은 절반 가량 찼고 경주장 안쪽으로 들어가려는 사람과 이를 막는 경찰 사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죠.
경기장 주변 숙박업소와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 찰 만큼 ‘F1 특수’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평상시와 비교했을 때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이야기가 많았죠. 특히 F1 대회 스태프들과 관광객들이 저녁 무렵 술집에 모이면서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다만 선수들 사이에서는 미묘한 불만이 나왔습니다. F1 전설 미하엘 슈마허(당시 메르세데스)는 “스피드를 낼 수 있도록 잘 구성된 서킷”이라며 만족했지만 루이스 해밀턴(당시 멕라렌)은 “지금까지 달려본 서킷 중 이물질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제바스티안 페텔(당시 레드불)도 “오전에 이물질이 많아 속도를 내기 힘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미숙한 대회 운영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대표적으로 주차장과 그랜드스탠드 사이 거리가 멀었다는 점, 경기장 내 화장실을 찾기 어려웠던 점, 일부 스탠드가 경기 당일까지 완성되지 못했다는 점 등 관람객들의 불만은 상당했습니다. 여기에 고가 좌석에는 빈자리가 많았다는 점과 대기업 스폰서가 많지 않다는 점, 정부 관심이 떨어지는 점도 일부 한계로 지적됐습니다.
설상가상으로 F1 측과 개최권료 협상이 결렬되며 기존 2017년까지 열기로 했던 대회는 2013년까지밖에 열지 못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4000억여원을 들여 건설한 전남 영암 서킷과 4년에 걸쳐 쌓인 약 2000억원에 이르는 적자였습니다. 자동차업계는 F1 개최 비용에 투입한 예산을 1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열린 F1을 “반쪽짜리 성공”이라고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F1이 사상 처음 한국에서 열렸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는 의견이 많죠.
F1업계에 따르면 F1이 건너온 유럽은 왕족이나 국가가 경기 스폰서를 하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이들은 국민이 즐기는 스포츠의 지원을 ‘사회 공헌적인’ 성격으로 생각하죠. 한 F1 관계자는 “가까운 나라 일본은 완성차 업체들이 공동으로 대회를 연다”며 “매년 타이틀 스폰서를 바꾸면서 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도 이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정부나 기업들의 눈에 띄는 지원이 보이지 않습니다. F1이 국민 스포츠도 아닌 데다 당장 지원을 해도 돌아오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F1 경기가 열렸던 당시 정부는 대회 관련 100억원 가량을 지원했지만, 대부분 적자는 전남도에서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3년에는 그나마 있던 대기업 스폰서도 떨어져 나갔죠.
부정적인 국민 여론도 한 몫 합니다. 또 다른 F1업계 고위 관계자는 “여전히 국민들 중 대다수가 F1을 ‘럭셔리 스포츠’라고 생각한다”며 “어차피 타지도 못하는 차를 보기만 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이런 탓에 국내 F1 유치는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하지만 F1을 개최했던 경험이 있다는 것은, 언제든 다시 대회를 열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이에 도전하듯, 올해 인천시가 오는 2026년 또는 2027년을 목표로 F1 개최를 위해 다방면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음화에서는 F1 개최 관련 열심히 뛰고 있는 인천시와의 인터뷰 내용을 싣겠습니다. 혹시 권마허의 헬멧에서 다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있으면 언제든 메일이나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물론 피드백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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