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 이혜리 "모두의 청춘을 응원하는 영화"[인터뷰]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그룹 걸스데이 출신의 배우 이혜리가 영화 '빅토리'의 주연을 맡아 올여름 극장가 대전에 합류한다.
타이틀롤을 맡은 이혜리를 비롯해 박세완, 이정하 등이 주연을 맡은 '빅토리'는 1999년 세기말, 거제의 댄스 콤비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가 댄스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에서 전학온 치어리더 세현(조아람)을 내세워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들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그렸다.
오합지졸의 치어리딩 팀이 갈등과 각종 사건들을 겪으며 성장하는 스토리를 그린 '빅토리'는 소녀들의 우정이 결실을 맺어가는 과정과 성장담을 90년대 히트곡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김원준의 '쇼', NRG의 '할 수 있어', 디바의 '왜 불러', 터보의 '트위스트 킹', 듀스의 '나를 돌아봐' 등 신나는 배경 음악들을 바탕으로 짜임새 있게 표현하며 또 하나의 웰메이드 상업 영화로 탄생했다.
지난 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필선 역을 열연한 이혜리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가수 출신다운 우렁찬 목소리로 1시간여의 인터뷰 시간동안 직접 일어서서 치어리딩 동작과 걸그룹 댄스의 차이를 몸소 선보이며 에너지를 뿜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혜리는 지난 5일 '빅토리'의 첫 공개자리였던 언론배급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폭풍 눈물을 쏟아낸 이유부터 밝히며 인터뷰를 열었다. 매번 드라마와 영화에서 막내 입장으로 출연하다가 '빅토리'에서 치어리딩팀 9명 중 가장 맏언니이자 리더 격으로 출연진들을 이끌어야 했던 소회부터 부녀관계로 출연한 현봉식과의 에피소드, 극의 모티브가 된 실제 거제고교 치어리더 서클의 한필선 씨와의 만남 등을 재미있게 풀어나갔다.
"우리 영화는 감정이 이상했어요. 대본을 혼자서 읽을 때는 한번도 울지 않았는데 전체 리딩을 하면서 모든 배우들이 자기 캐릭터가 돼서 대본을 읽는데 제가 감정이 주체가 안돼서 리딩을 못할 정도로 감정이 벅차올라서 울게 되더라고요. 제가 완성된 영화를 두 번 시사를 통해 봤는데 두 번 다 눈물의 포인트가 달랐어요. 이번 영화를 통해 관객들께 여고 시절로 돌아간 느낌을 드리고 싶고 또 응원을 전하고 싶어요. 이 영화는 1등이 아닌 모든 것들에 대한 고마움과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영화에요. 이런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아 감정이 격하게 올라왔어요."
이혜리가 연기한 춤생춤사 댄서지망생 필선은 댄스 하나로 거제를 평정한 여고생이다. 서울로 상경해 엄정화의 백댄서가 되는 것이 유일한 꿈인 필선은 자신의 댄스 콤비이자 소울메이트인 미나와 교내에 댄스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에서 온 치어리더 세현과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를 만들고 거제상고 축구부의 우승을 위해 연습에 매진해나간다. 이혜리는 필선 캐릭터를 위해 힙합 댄스와 치어리딩, 거제 사투리에까지 도전하며 인물과 하나가 되어갔다.
"부끄럽기는 한데 박범수 감독님이 캐스팅 당시 '필선 역은 이혜리를 생각하며 썼다'고 하시더라고요. '할 사람이 혜리씨 밖에 없어요'라며 강력하게 어필하셨어요. 극중 필선은 아빠와의 관계에서 10대 소녀의 사춘기 모먼트도 있고 공부는 잘 안하는 친구이고 불순한 의도로 연습실을 얻으려고 하죠. '이런 모습에도 미워보이지 않고 긍정적으로 보여야 하는데 혜리라면 가능할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몸도 잘 써야 했고 관객들에게 호감을 주고 또 멋있어 보여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최대한 그런 인물로 만들어나가려고 했어요. 그중 치어리딩은 정말 처음 접해보는 춤이었어요. 모든 카운트가 8박자로 진행되는데 동작이 반박 먼저 이루어지는 것도 신기했고요. 손을 뻗는 동작만이 아니라 준비하며 접는 것까지도 모두 동작에 포함됐어요. 허리를 손으로 감을 때는 무조건 엄지가 뒤로 가야 해요. 그런데 9명의 배우가 이 모든 동작과 속도, 각도까지 합을 맞춰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웃음)
'응답하라 1988'에서 성동일과 뛰어난 부녀지간을 펼쳐 보였던 이혜리는 '빅토리'에서도 현봉식과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부녀의 호흡을 선보였다. 주로 강렬한 악역으로 인식돼왔던 현봉식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정 깊은 혜리의 부친 역을 맡아 영화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했다.
"현봉식 선배님과는 '청일전자 미쓰리'라는 드라마를 같이 했어요. 그때는 저를 괴롭히던 부장님이셨는데 이번에 아빠로 나오신다니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어요. '청일전자 미쓰리'때는 정말 그 인물이 튀어나온 것처럼 미친 연기를 펼치셨거든요. 아빠와 밥을 먹으며 울먹이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극 초반 촬영됐어요. 처음에는 걱정도 많고 떨면서 촬영장에 갔죠. 그런데 현봉식 선배가 밥 푸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는데 걱정이 딱 사라지더라고요. 선배님이 하시는 말씀에 잘 대답하고 잘 들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클라이막스신이었고 감정도 드러나야 했던 장면인데 울음을 꾹꾹 삼키며 밥을 먹는 장면이 생각보다 잘 표현됐어요. 이 장면만 2~3번 촬영했을 정도로 어렵지 않게 촬영했습니다."
'응답하라 1988'(2015)에서 덕선 역을 연기하며 걸그룹 아이돌을 넘어 배우로서 본격 각인되기 시작한 이혜리는 이후 MBC 드라마 '투깝스'(2017)와 tvN 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2019), tvN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2021), KBS2TV 드라마 '꽃피면 달 생각하고'(2022), MBC 드라마 '일당백집사'(2022) 등 쉬지 않는 작품 활동을 하며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해왔다. 이혜리표 캐릭터의 특징은 여배우다운 예쁨을 땅에 내려놓고 캐릭터와 일체화된 모습을 통해 극중 인물이 관객이나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이혜리는 이번 필선 역을 연기한 후 극의 모티브가 됐던 실존 인물 한필선씨와 겪은 놀라운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시사회 현장에서 무대인사를 하는데 어떤 젊은 여성이 '저, 필선이 딸이에요' 하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깜짝 놀랐죠. 알고 보니 실제 한필선 님 따님이셨어요. 그런데 저 뒤에 계시던 한필선 님께서 손을 격하게 흔드시면서 '영화 잘 봤어요, 혜리씨' 하시는데 너무 열정이 넘치시는 거예요. 제가 연기한 필선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시길래 제가 상상을 덜 했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따님이 제게 편지를 주셨어요. '제가 절대 볼 수 없을 뻔했던 저희 엄마의 청춘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씌어 있었어요. 대기실에서 그 편지를 읽고 펑펑 울었죠. 관객분들도 저희 영화를 보시고 자신의 청춘을, 부모님 세대의 청춘을 다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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