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상위 노출” 체험단·리뷰단 기법의 정체

김건희 객원기자 2024. 8. 10. 09: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돈 벌려다 업무방해죄로 형사 처벌받는다

● “리뷰 만들어주겠다”며 신입 사장 유혹
● 리뷰 30건 만드는 데 최소 50만 원 소요
● 빈 택배 상자 보내 주문자 발송처럼 조작하기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물린 이커머스 업계 1위 기업 쿠팡. [뉴시스]
"최저가 마케팅으로 쿠팡 상위 노출하는 방법."

이제 막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신입 자영업자 A씨. 6월 그는 문자를 통해 일명 '알고리즘 마케팅'을 영위한다는 온라인 이커머스 마케팅업체로부터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A씨의 주력 상품을 주문해 주는 대가로 이커머스 플랫폼의 검색 노출 순위를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어뷰징(abusing) 작업으로 상품에 대한 긍정적 내용의 리뷰 수백여 개를 등록해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어뷰징은 반복 행위를 통한 클릭 수 조작을 의미하는 용어다. 업계에서는 이커머스 기업의 의도에 반하는 방식으로 플랫폼에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로 통한다.

‘쿠팡 알고리즘 전문가'의 유혹

A씨는 판매량 증가는 물론 노출 순위를 높일 수 있다는 홍보 문구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을 '쿠팡 알고리즘 전문가'라고 소개한 마케터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이용자는 1371명. 그가 개설한 오픈채팅방에는 쿠팡뿐만 아니라 네이버 쇼핑 등 국내 유명 이커머스 검색 노출 로직이나 알고리즘을 파악해 큰 수익을 창출했다는 '인증 숏'이 여러 건 올라왔다.

호기심을 느낀 A씨가 문자로 쿠팡 검색 상위 노출 기법을 문의하자 마케팅업체 사업자는 '체험단 리뷰'를 꺼냈다. A씨에게 쿠팡의 로직이나 알고리즘 원리는 설명하지 않고 체험단 리뷰 이용을 계속 권유한 것. 이 마케터가 밝힌 쿠팡 상위 노출 기법은 A씨가 주력 상품들을 체험단에 무료로 제공하면 상품을 칭찬하는 가짜 리뷰를 달아주는 방식이었다. 리뷰단 인원을 늘리면 좀 더 많은 리뷰가 달린다. 마케터는 직접 체험단을 관리하지 않고도 대행사 및 시행사를 통해 체험단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 이러한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가짜 리뷰를 올려주는 대가로 일정 비용을 내고 체험단을 운영해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이렇게 해서 사업자로부터 돈을 받아 상품 비용을 결제하고 남은 금액을 대가로 챙기는 방식이다.

예컨대 마케터가 A씨에게 1만5000원을 받고 실제 주문인 것처럼 1만 원 상당의 상품을 주문하면 A씨는 마케터에게 상품 사진만 전송한다. 마케터는 체험단을 통해 해당 사진으로 가짜 리뷰를 작성해 올린 뒤 상품 값을 제외한 나머지 5000원의 수고료를 받는 형식이다.

차액은 리뷰 유형에 따라 결정된다. 가짜 리뷰 한 건당 최소 2500원부터 최고 6000원까지 단가가 형성돼 있다. 예를 들어 글자 수 100자 미만(공백 제외)에 사진 1장 이상으로 구성된 리뷰는 건당 3000원이다. 글자 수 200자 이상, 사진 2장 이상인 리뷰는 4000원, 글자 수 500자 이상, 사진 3장 이상인 리뷰는 5000원, 글자 수 1000자 이상, 동영상 1개 이상인 리뷰는 6000원이다. 마케터는 A씨에게 "체험단 10명만 운영해도 리뷰 10개가 달리는 셈"이라고 말하며 체험단 이용을 유도했다. 이어진 A씨의 경험담이다.

시장 질서 어지럽히고 공정 경쟁 방해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6월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쿠팡㈜ 및 씨피엘비㈜의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400억 원을 부과하고, 쿠팡㈜와 씨피엘비㈜를 각각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마케터의 설명대로 쿠팡에서 상위 노출 효과를 얻으려면 상품마다 체험단을 운영해 리뷰를 달아야 한다. 계산해 보니 그 비용이 만만치 않겠더라. 자영업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체험단 리뷰를 문의해 보니 효과가 미비하다는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하마터면 계략에 말려들 뻔했다."

6월 1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커머스 업계 1위 기업 쿠팡에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색 상위 노출을 위한 어뷰징이 화제를 모았다.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 순위 조작과 임직원 구매 후기 작성 등을 통해 입점 업체 상품보다 자기 상품 판매를 늘려 이익을 봤으며, 이는 공정거래법 45조 1항4호가 금지한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라고 봤다. 반면 쿠팡은 "상품 진열은 유통업체 고유 권한으로, 이를 문제 삼는 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임직원 구매 후기 작성 사실은 소비자에게 공지한 내용이라 문제가 없다"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유죄 여부는 법원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과징금 규모는 부당 행위 기간 산정 과정에서 기존보다 더 늘었다. 8월 7일 공정위가 쿠팡에 부과한 최종 과징금은 총 1628억 원으로 정해졌다. 공정위는 이날 쿠팡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 내용을 담은 의결서를 발송했다. 의결서에는 쿠팡이 지난해 7월 이후에도 부당 해당 행위를 지속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위법으로 판단한 기간은 올해 6월까지로 늘었고, 최종 과징금도 당초 1400억 원에서 228억 원이 추가됐다.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특정 상품을 상위 노출하는 어뷰징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마케팅 업체 상당수가 이커머스 상위 노출을 원하는 신입 자영업자들의 간절함과 호기심을 이용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점. 이커머스 플랫폼은 소비자에게 별점과 리뷰로 상품에 대한 자유로운 평을 남길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해 놓는다. 이는 오늘날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대가를 받고 리뷰를 작성한다'고 밝히지 않은 채 리뷰를 남기는 행위는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공정경쟁을 방해하는 행위다. 소비자는 제품의 노출 순위와 판매량, 가짜 리뷰 개수 또는 내용을 보고 제품을 구매하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품질에 불만을 표시하는 일이 속출한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검색창에 '쿠팡 리뷰'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이커머스 마케팅'이라는 키워드를 내건 홍보 게시물이 150여 건 뜬다. 일부 게시물에는 '쿠팡 로켓 대리 주문' '믿고 추천하는 신제품 무료 리뷰 체험단' 같은 홍보 문구가 걸려 있다. 이들 업체는 자영업자가 제공한 것처럼 보이는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나 입금 내역을 게재해 신뢰성을 확보하기도 한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체험단, 리뷰단, 가구매, 대리 구매 등 각종 이커머스 상위 노출을 위한 홍보 게시물이 넘쳐난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캡처, [Gettyimage]

돈 벌려면 가구매 끊임없이 진행해야

이들 가운데 일부 업체는 제품을 직접 구매해 사용해 보지도 않고 '가구매'를 통해 허위 리뷰를 작성하는 방법을 권하기도 한다. 마케팅 사업자로부터 특정 상품 링크를 전달받은 체험단이 상품을 실제로 구매하면 자영업자가 상품 대금을 마케팅 사업자 계좌로 송금한다. 자영업자는 상품을 넣지 않은 빈 택배 박스에 송장을 붙여 발송하고, 이 택배를 받은 체험단은 업체가 제공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별점과 리뷰를 작성하는 시스템이다. 일례로 자영업자 B씨가 마케팅업체에 주당 30건의 가구매를 진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1만 원짜리 상품 총 30개에 달하는 대금 30만 원에 리뷰 대가 3만 원(1000원×30개), 택배비 9만 원(3000원×30개), 이커머스 판매수수료 7만5000원(2500원×30개) 등 총 49만5000원을 지불한다. 약 5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30개 리뷰를 확보할 수 있다. 결국 상당수 업체가 강조하는 '검색 상위 노출'은 최소한 리뷰 수백 개를 확보해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가구매를 진행해야 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영업 방식이 이커머스 업체의 업무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형법 제314조에 따르면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사람이나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해 업무를 방해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벌한다"고 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특수거래과장을 지낸 김홍석 선문대 법학과 교수는 "인터넷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이점만을 활용하기 위한 조건은 인터넷 신뢰성 확보"라며 "이커머스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이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강화 조치 또한 시급한 사항이다. 김 교수는 "올바른 이커머스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전자상거래법, 소비자보호법을 비롯한 법과 제도를 더욱 세분화해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Copyright © 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