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탐·인]조온윤 시인 "현대의 시인은 공동체 연결의 매개체 역할"(1편)
2022년 첫 시집 '햇빛 쬐기' 출간 주목
타인의 고통과 슬픔 온화한 공감 나눠
문학동인 '공통점' 활동..문학의 텃밭돼
[예·탐·인]조온윤 시인 "현대의 시인은 공동체 연결의 매개체 역할"(1편)
KBC는 기획시리즈로 [예·탐·인](예술을 탐한 인생)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특집 기사는 동시대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과 삶, 세상의 이야기를 역사와 예술의 관점에서 따라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소통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조온윤 시인은 "현대 시인의 역할을 공동체의 '연결'이라고 재정의해 볼 수 있다"고 오늘날 '시인의 존재'를 정의했습니다.
조 시인은 "공동체의 연대가 강화되기 위해서는 공동의 문화적 경험이 중요하다"며 "시인의 낭독을 통해 독자 혹은 청자가 한 공간에 모이게 되고, 또 동일하고 동시적인 작품 감상과 문화적 경험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준다"며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중앙문단에 등단한 조 시인은 "위로받거나 위로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고 시를 쓰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조 시인은 이어 "예전에는 제 내면의 상처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랐는데, 어떤 시를 쓰고 나서는 저 스스로 마음이 치유될 때가 있더라"며 "스스로 혹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시를 완성했을 때 가장 기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마음의 상처 위로 치유해 주는 시 창작"
- 시인이 된 이유에 대해.
"사실 저는 원래 소설가를 꿈꾸고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처음엔 학과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며 지냈는데, 한 선배가 다가와서 시집 몇 권을 읽어보라면서 빌려주었던 게 계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시를 읽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는 제 마음을 감추는 동시에 솔직하게, 다르게 말하면서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매체라고 느꼈거든요."
- 처음 쓴 시.
"고등학생 때 교내 백일장이 있었는데, 부상으로 주는 상품권이 탐나서 교과서에 실린 시와 비슷한 느낌으로 써서 제출했어요. 처음으로 타인에게 시를 써서 보여주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너무 오래돼서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동상을 타서 문화상품권을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
"한창 책을 많이 읽던 시기가 있었는데, 주로 불교 서적이나 인문 서적을 읽었습니다. 감명 깊게 읽었던 책으로 현암사의 동양 고전 시리즈로 일본의 불교학자 마스타니 후미오가 쓰고 엮은 '불교개론'과 '아함경'을 꼽고 싶습니다. 문학 도서로는 다자이 오사무와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을 즐겨 읽었습니다. 특히 가즈오 이시구로 소설의 향수 어린 정서와 재치가 좋아서, 우리나라에 번역된 작품은 거의 전부 읽었던 것 같아요."
-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시인이 있다면.
"저와 같은 광주 광산구에서 나고 자란 박용철 시인에 대해 동질감과 경애심을 갖고 있습니다. 고향이 같다는 것뿐만 아니라 문우들과 시문학파 동인을 이루어서 활동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요. 그가 문예지 '시문학'을 창간해 김영랑과 함께 1930년대 우리 시문학을 풍성하게 만들었었는데, '시문학'을 창간했던 때가 저와 공통점 문우들이 처음 독립문예지를 만들었을 때와 비슷한 나이였다는 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용아의 삶에서 감명을 받았던 부분은 그가 동료 문인들의 문학성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겼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제가 주인공이 되어 주목받는 것보다 뒤편에서 조력자가 되어 누군가를 돕는 일에 더 큰 기쁨과 편안을 느끼는 편인데, 박용철 시인도 시문학사를 설립해 동료 시인들의 시집을 발간하는 등 작품 조명에 힘쓰고 정작 자신의 시집은 사후에 뒤늦게 세상의 빛을 보았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 좋아하는 외국 시인이 있다면.
◇ 조선대 문창과 문학동인 '공통점' 활동
- 문학동인 '공통점'을 소개한다면.
"'공통점'은 조선대학교 문예창작과 시절 같은 학과 동기들, 선후배들과 모여 만든 동인이자 문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문학예술 단체입니다. 본래 2016년 즈음 대학생들로 구성된 시 창작 합평 모임으로 시작했던 게 독립문예지를 창간하고 문학을 주제로 전시를 열기도 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다가 지금의 문학동인으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 '공통점'의 지난 활동에 대해.
"'공통점'은 독립문예지를 5호까지 발행하다가 지금은 온라인으로 전환해 웹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광주의 시각예술 작가들과 협업 전시를 열거나 5·18을 주제로 문학 전시를 여는 등 전시 기획도 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시인들의 '낭독'에 관심을 두고 관련 연구와 창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시 낭독회'에 대해.
"시를 시집이나 문예지 등의 지면으로만 접하는 게 아니라 시인을 직접 만나고 시인의 육성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행사입니다. 작년에 문화재단의 예술연구 지원을 받아 시 낭독 활동의 예술적 가치 및 공식 예술활동 인정 가능성을 탐구하는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또 낭독시집과 낭독앨범을 제작하기도 했고요."
- 어떤 스승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나희덕, 이승우, 신형철 선생님을 사사했어요. 나희덕 선생님께는 시의 처음과 끝을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또 이승우 선생님의 수업에서 개인적 경험을 소설로 만들어내는 고백의 힘을 배웠다면, 신형철 선생님으로부터는 연대와 상생이라는 문학적 지향점을 밀고 나가는 사고의 힘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 등단은 어떻게 하게 됐는지.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마지막 할머니와 아무르 강가에서'라는 시로 당선했습니다. 이 시를 쓸 때쯤에 할머니가 아프셔서 병상에 계셨어요. 우리는 언젠가 할머니라는 존재들을 먼저 떠나보내게 되고 그때 할머니의 영혼은 어디로 가게 될까 하는 물음에서 착안해 쓰게 되었습니다.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얼마 뒤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어요. 그래서 제게는 더욱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시이기도 합니다."
※ 이 기사는 2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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