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한반도톡] 덩치 키우는 유엔사, '아시아판 나토' 될까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미국 주도의 유엔군사령부가 회원국을 늘리며 덩치를 키우고 있어 주목된다.
독일은 이달 2일 유엔사의 18번째 회원국이 됐다. 독일은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6·25전쟁 의료지원국'에 지정됐으며, 이로부터 6년 만에 유엔사 회원국이 됐다.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유엔사가 설립된 후 회원국 신규 가입은 독일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로써 유엔사 회원국은 전투부대 파병국이 14개국, 의료지원국이 4개국이 됐다.
유엔사 회원국은 한반도 유사시 유엔기를 들고 한반도에 전력을 투입하며 병력과 장비를 제공하게 돼 있어, '전력제공국'으로도 불린다.
유엔사는 회원국 확대를 검토하고 있으며, 일본이 유엔사 참여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사령부와 분리된 독립기구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엔사가 규모를 키워가려는 것은 다수 국가를 참여시킴으로써 주한미군의 한반도 방어 책임을 분담하고 동북아시아에 미국 동맹 위주의 '다국적 군사기구'를 띄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유엔사는 '전략 다이제스트'에서 "유엔군사령부는 군사작전이 필요한 경우 국제적 일원들을 결집하고, 사령부로의 다국적군 통합을 위한 기반 체제를 제공하여 다자간 참여를 조율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자신의 성격을 정의했다.
여러 나라가 모인 다국적 통합군 체제를 갖추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일단은 유엔사는 유엔 결의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하고 운용되겠지만, 종국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견제라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무엘 파파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달 림팩훈련을 계기로 이뤄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주한미군의 투입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한미동맹은 견고하고 모든 전투계획은 모든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차원의 계획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전투계획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것이며, 이 계획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유사시를 넘어 글로벌 차원의 대응에도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이 과정에서 한국에 있는 유엔사가 축적한 다국적 군사협력체로서 노하우는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유엔사는 전시 병력지원 및 배치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각국 간 협의와 협력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직 국방부 고위관료는 "한국과 미국 정부가 글로벌 동맹을 내세우고 있고 주한미군의 역할도 확장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유엔사의 다국적 군사협력 경험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유엔사의 기능으로 볼 때 당장 아시아 지역의 안보협력체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미국과 일본의 외교·국방 장관(2+2) 회담에서 미군과 일본 자위대 간 지휘통제 연계 강화를 위해 주일미군 통합군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미국이 통합군사령부를 일본에 두게 되면 주일미군은 전쟁 시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에 있는 유엔사와 연계해 다국적 대응을 추진할 수 있다.
이런 구도가 실현된다면 러시아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나토와 같은 다국적 군사협력체가 동아시아에 구축된다는 의미도 가지게 돼,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6일 독일의 유엔사 가입에 대한 담화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정세를 격화시키는 행위"이자 "부적절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안드레이 나스타신 러시아 외무부 부대변인은 지난달 미국과 일본의 통합군사령부 창설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대규모 무력 분쟁에 대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우리의 중국, 북한 파트너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유엔사의 확대와 주일미군 통합군사령부 창설 등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한미일과 관련 동맹국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군사적으로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며 "이런 대결구도 속에서 미국과 협력하면서도 중러와 적대하지 않는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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