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서 '국어 어휘 문제집' 파는 시대…성적, 문해력이 좌우하더라"
중학생 어휘력 조사 결과 10%만 스스로 학습 가능
"영어 성적 저조해 고민…결국 문해력 문제였다"
"문해력 위해선 가정 내 독서 중요…책으로 대화하라"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예전에 어휘라고 하면 영어 단어장이 전부였지만, 최근 서점에선 학년별 교과서 속 어휘들을 따로 정리해 둔 문제집이 각 출판사들마다 나와 있습니다. 그만큼 학생들의 어휘 구멍이 크다는, 더 나아가 문해력이 떨어졌단 방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나정(30·사진) 이화 리드인 독서논술 학원 원장은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문해력 부족’을 묻는 물음에 이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이화여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를 수료한 뒤 사교육에 뛰어들어 5년여간 줄곧 문해력 강의를 수행해 왔다.
김 원장도 학원을 운영하면서 문해력 부족을 피부로 느낀다며, 초등학교 6학년 학생과의 독서 수업 일화를 들려줬다. 김 원장은 “주인공이 입양된 아이였는데, 그 책에서는 직접적으로 ‘입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대신 다양한 표현과 상황을 통해 주인공이 입양 아동임을 알 수 있도록 제시했다”며 “이 학생과 같이 몇 번을 읽어도 맥락을 이해하지 못해 결국 독후감 작성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글을 읽어도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는 등 문해력이 부족한 친구들은 그 여파가 학교 성적까지 미친다. 김 원장은 “영어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인 친구였다. 단어를 다 외우고, 문장도 해석을 완료했는데 전체 지문의 주제를 파악하지 못해 영어 성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며 “이후에 독서논술 수업도 같이 수강했는데 책을 읽어도 맥락 이해를 못 했다. 독서 이후 주제를 파악하는 훈련을 주 3회씩 반년동안 하니 책에 대한 이해도도, 영어 성적도 함께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며 결국 문해력 문제였었다고 했다.
아울러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문해력 부족 때문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중학교를 다니는 원생의 이야기를 풀어줬다.
김 원장은 “수학을 잘해 학부모님이 초등학생 때는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중학교를 들어가서는 학업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낀 친구였다”며 “읽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을 듣고 저희 학원에 등록한 친구였는데 실제 그 능력이 크게 떨어졌었다. 중학생임에도 1년여간 읽기 훈련을 했고, 그 덕인지 지금은 국어와 사회과목에도 재미가 붙고, 전체적인 성적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이어 “수능으로 가면 긴 지문들을 제한 시간 내 파악해야하기 때문에 글을 읽어내는 속도를 무시할 수 없는데 이는 전적으로 문해력에 좌우된다”며 “문해력에 따른 문제는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두드러지기 때문에 훈련은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사교육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문해력 향상을 위해선 가정 내 독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김 원장은 책 한 권을 마칠 때마다 학부모들에게 책의 대략적인 내용을 요약하고, 아이와 어떤 대화를 나누면 좋은지를 제시하는 안내문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문해력은 ‘배운다’라기 보다 ‘체득한다’는 표현에 좀 더 가까운 것 같다. 다시 말해 오랜 시간 꾸준히 들여온 습관 같은 것”이라며 “가정 내에서 학부모님들께서 아이와 함께 몰입해서 책을 읽는 시간과 환경을 마련해주시는 것을 추천한다. 만일 그게 어렵다면 아이에게 책을 읽게 한 뒤 같이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윤정 (yoon9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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