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즈업 조기 종료하는 엔씨…왜 1년을 못 기다리나

최우영 기자 2024. 8. 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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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마켓]
엔씨 첫 전체이용가 게임 '퍼즈업 아미토이' 출시 1년도 안돼 종료 예정
장르 다변화 꿈꿨지만 초반 수익성 확보 실패하자 빠른 정리
재무구조 개선보다 중요한 게 게임 유저들과의 신뢰 확보
[편집자주]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

엔씨소프트의 첫 전체연령이용가 게임 퍼즈업 아미토이가 이달 28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외의 성공방정식을 찾을 수 있을까.

엔씨가 지난해 9월 깜짝 출시한 퍼즐게임 '퍼즈업 아미토이'가 이달 28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출시 초기 50만 다운로드를 넘어서면서 엔씨가 리니지 시리즈와 같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이외의 영역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도 기대를 모았지만, 로얄매치나 애니팡 등 기존 국내외 강자들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엔씨의 이번 시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리니지 일변도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였다는 평도 있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향후 다른 비(非) MMORPG 출시작의 지속성 역시 불투명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불타올랐던 지난해 10월, 급격한 하향세
/사진=엔씨소프트
지난해 9월 26일 출시한 퍼즈업 아미토이의 초반 기세는 괜찮았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MAU(월간활성화이용자)는 국내에서 18만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 급격히 내리막을 걸으며 올해 2월 이후 1만명을 넘어서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퍼즈업을 개발한 엔씨 퍼즐개발실의 물리적 한계와도 연관 있다. 수백명씩 개발에 참여하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퍼즈업 개발에는 적은 두 자릿수의 인원만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7주년 기념으로만 100억원 넘게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는 리니지M 등과 달리 외부 마케팅에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았다. 기타 브랜드와의 콜라보 정도에 그쳤다.

결국 '엔씨의 체질 개선'이라는 목표는 거창했지만, 최소한의 개발 및 마케팅 역량만을 투입한 일종의 '험작'이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캔디크러쉬·로얄매치도 피하지 못했던 첫 1년 '고난의 세월'
로얄매치의 국내 MAU 수치. /사진=모바일인덱스
퍼즈업의 빠른 서비스 종료를 두고 엔씨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다. 현재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가장 사랑 받는 퍼즐게임인 로얄매치나 캔디크러쉬사가 등도 첫 1년 동안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진 못했다. 퍼즈업이 초반에 불러온 흥행과 호평을 동력 삼아 보다 많은 유저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이다.

반면 이와 같은 '치고 빠지기' 전략이 여전히 게임개발 영역에서 유효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른바 '애자일(Agile)' 전략이다. 이는 시장에 빠르게 제품을 내놓고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식의 방법론이다. 퍼즈업을 빠르게 포기하는 대신 출시 후 1년 동안 받은 피드백과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완성도 높은 차기작을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엔씨는 퍼즈업 종료 결정에 대해 "차기작 개발에 집중이 필요해 종료하게 됐다"며 "퍼즐 장르 투자는 지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병무 스타일의 '군살 빼기' 향후 출시작들에도 해당될까
(왼쪽)김택진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와 박병무 공동대표. /사진=엔씨소프트
퍼즈업의 조기 종료를 두고 '안되는 사업은 빠르게 접는다'는 박병무식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여기기도 한다. 박 공동대표가 지난해 12월 내정된 뒤 엔씨가 보인 첫 구조조정 움직임은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의 폐업이었다. 최근에는 옛 강남사옥 매각을 추진하고, 360여명의 직원을 자회사로 내보내는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사업 구조조정 잣대를 게임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특히 퍼즐 장르의 경우 유저 기반이 늘어날수록 매출 규모도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퍼즈업의 초기 마케팅에 좀 더 힘을 실었다면 유저 급감을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운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퍼즈업의 조기 종료는 엔씨가 앞으로 내놓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 역시 '시험작'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질 수 있다. 엔씨가 올해 하반기 내놓는 수집형 RPG 호연, 방치형 RPG 리니지키우기 역시 초기 수익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대로 1년 안에 사라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폐업한 엔트리브소프트의 프로야구 H3나 트릭스터M도 최소한 3년의 시간은 줬는데 퍼즈업은 아무래도 좀 이른 종료를 하는 감이 있다"고 바라봤다.
재무구조보다 중요한 게임회사의 '근본' 잊지 말아야
엔씨소프트 판교 R&D 센터. /사진=엔씨소프트
박병무 대표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는 '체질 개선'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일부 방만하게 경영했던 요소들을 바로잡고,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인력구조를 효율화하는 건 전형적인 경영기법이다.

하지만 게임사의 근본인 게임 서비스를 지속하면서 유저 신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면 이는 반쪽짜리 체질개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 당장의 수익성보다 중요한 것은 엔씨의 운영을 믿고 지갑을 열 수 있는 유저들과의 관계 설정이다.

박 대표는 올해 초 M&A(인수합병) 기조를 설명할 때 "비게임 부문은 즉시 수익을 낼 수 있는 업체, 게임 부문은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미래 가능성이 높은 업체를 찾겠다"고 전한 바 있다. 이 같은 게임부문에 대한 시각이 비단 M&A만 국한될 필요는 없다. 정작 내부에서 개발한 게임은 여전히 빠른 수익화를 시도한 이후 실패하면 즉시 서비스를 종료하는 흐름이라면, 새로운 유저층을 끌어들이겠다는 엔씨의 목표는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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