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지 않는 '스마트워치' 나올까
"바쁜데, 이게 무슨 일이람!"
정장을 입은 흰토끼가 이리로 왔다 저리로 갔다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눈은 팔목에 찬 스마트 시계를 보고 있었어요. 스마트 시계는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에요. 체온이나 심장 박동 수 같은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등 스마트폰을 대신해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죠.
"무슨 일이죠?"
토끼를 보고 꿀록 탐정이 지나가던 발을 멈추며 물었어요.
"새로 산 스마트 시계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고 있어요."
흰토끼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스마트 시계를 땅으로 거칠게 던졌어요.
"앗, 뜨거워! 이게 왜 이렇게 뜨거운 거죠?!"
개코 조수가 땅에 떨어진 스마트 시계에 손을 댔다가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집 안에 있을 땐 괜찮았어요. 그런데 오늘 그늘이 없는 곳에서 뛰어 다녔더니 시계가 점점 뜨거워졌어요! 약속에 가려면 토끼 굴로 빨리 들어가야 하는데...."
흰토끼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초지종을 설명했어요.
"스마트 시계가 뜨거워진 이유를 알겠네요."
꿀록 탐정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습니다.
● 열은 어떻게 전달될까.
온도가 다른 두 물체가 만나면 뜨거운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로 열이 이동합니다. 이때 열이 이동하는 방법은 복사, 전도, 대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복사는 떨어져 있는 물체 사이에서 열이 전달되는 현상이에요.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들이 열로 인해 부르르 떨리면서 전자기파를 내보내면서 이때 열도 함께 전달되는 것입니다.
원자는 뜨거울수록 더 많이 떨려요. 그래서 온도가 높으면 전자기파도 많이 내보냅니다. 적외선이나 자외선, 가시광선 등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빛'이 대표적인 전자기파입니다.
빛은 공기가 거의 없는 진공 상태에서도 이동할 수 있어요. 그래서 태양에서 나온 열은 빛의 형태로 지구까지 전달됩니다. 태양의 표면 온도가 6000℃로 매우 높아서 지구로 보내지는 열의 온도도 높지요. 태양 빛이 닿는 곳에 있으면 쉽게 뜨거워지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전도는 온도가 다른 두 물체가 맞닿아 있을 때 높은 온도인 물체에서 낮은 온도인 물체로 열이 이동하거나 고체인 물체의 한쪽 끝에 열이 가해지면 시간이 지나면서 반대쪽 끝도 뜨거워지는 현상을 뜻합니다.
열이 가해진 부분의 원자들의 진동이 활발해지면서 그 옆에 있던 원자도 영향을 받아 같이 떨리고 이 진동이 차례로 전달돼 열이 물질의 반대쪽까지 전달되는 것이지요. 음식이 든 냄비의 국이 불로 데워지거나 더운 날 몸에 얼음이 닿으면 몸이 식는 현상이 전도에 속합니다.
대류는 기체나 액체가 위아래로 움직여서 열이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뜨거워진 기체나 액체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부피가 커져요. 원자의 개수가 그대로인데 부피가 커지니 빽빽한 정도를 나타내는 밀도가 낮아집니다.
밀도가 낮은 기체와 액체는 가벼워서 위로 올라가고 상대적으로 밀도가 큰 차가운 기체와 액체는 아래로 내려가요.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열이 전체적으로 고르게 퍼져요. 냄비 속 물이 고르게 뜨거워지거나 난방 기구를 틀면 방 전체가 데워지는 현상이 대류의 예입니다.
● 뜨거워지지 않는 웨어러블 기기 개발됐다!
스마트 시계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차고 운동하면 팔목이 뜨거워질 수 있어요. 웨어러블 기기는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쓸 때처럼 전기에너지를 사용해서 열이 발생됩니다. 그리고 오래 쓸수록 그 열이 쌓이면서 점점 뜨거워지지요. 야외에선 태양의 복사열이 웨어러블 기기로 이동해 실내보다 더 뜨거워질 수 있어요.
지난 1월 고승환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팀은 햇볕이 내리쬐는 바깥에서도 뜨거워지지 않고 고장 없이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해 국제 학술지인 '미국화학회 나노'에 공개했습니다.
연구팀은 '복사 냉각 기술'을 이용해 햇볕에 의해 기기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았습니다. 복사 냉각은 태양 빛은 반사하고 물체가 가지고 있는 열은 밖으로 방출해서 냉각 효과를 내는 기술입니다. 연구팀은 이 두 가지 특징을 가진 실리콘의 일종인 폴리디메틸실록산으로 된 나노 섬유를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폴리디메틸실록산은 피부 보습용 화장품에 들어 있거나 건물의 온도를 줄이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어요. 또한 '액체 금속'으로 된 전선을 이용해 기기가 작동합니다. 액체 금속은 상온인 15℃~25℃에서 액체 상태인 금속으로 모양이 변형돼도 전기가 잘 통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연구팀이 야외에서 생체 신호를 측정한 결과 기존 웨어러블 기기는 약 39.6℃까지 올라간 반면 이번 연구에서 만든 기기는 35.4℃로 온도 변화가 거의 없었어요. 또한 피부가 늘어날 수 있는 최대 비율인 30% 만큼 기기를 늘려서 부착했을 때도 맥박이 정상적으로 측정됐습니다.
연구팀은 앞으로 땀도 잘 배출되는 기기를 만들 예정입니다. 연구를 이끈 정영주 박사는 "이 기기로 운동선수의 생체 신호를 수집하거나 바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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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과학동아 8월 1일, [통합과학교과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시계가 너무 뜨거워요.
[손인하 기자 cown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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