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풀·파도풀·워터슬라이드까지…워터파크에 숨은 과학
●물속에서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이유
유수풀은 물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수영장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유수풀에서 튜브를 타거나 구명조끼를 입고 물에 몸을 맡기며 시간을 보내요. 그런데 혹시 유수풀에서 힘을 쭉 빼 본 적 있나요? 구명조끼나 튜브의 도움 없이도 몸이 순간적으로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이는 부력 때문입니다. 물에 잠긴 물체는 지구가 물체를 잡아당기는 힘인 중력 그리고 중력의 반대 방향인 위로 작용하는 힘인 부력 두 가지 힘을 받습니다.
부력은 왜 생기는 걸까요. 물은 수많은 물 분자가 모여서 만들어집니다. 물 분자들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며 서로 부딪치는 걸 좋아해요. 이때 우리가 유수풀에 '풍덩'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물속에서 움직이던 물 분자들과 부딪치면서 위로 밀려납니다. 그 후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힘을 받게 되는데 이것이 부력입니다.
만약 부력이 없다면 우리는 물속에 가라앉게 됩니다. 우리는 유수풀에 계속 뜰 수 있을까요. 물속에 가라앉지 않으려면 중력과 부력이 평형을 이뤄야 합니다.
정광식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는 "두 힘이 평형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사람이 물에 떠 있으려면 중력, 부력 외 새로운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중력이 강하게 작용하면 우리는 가라앉게 되고 부력이 강하게 작용하면 물 위로 뜨기 때문이에요. 오리가 물속에서 발을 움직이는 이유도 부력만으로 물에 뜰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넘실넘실' 파도에서 발견한 파동의 원리
평화로운 유수풀을 지나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파도풀로 가볼까요. 파도풀은 인공적으로 파도를 만드는 수영장입니다. 저장하고 있던 물을 한꺼번에 쏟아내 파도를 만들어 냅니다. 김해 롯데워터파크는 파도풀을 운영하는 데 하루에 총 8000t(톤)의 물을 사용해요. 용인 캐리비안베이는 90초마다 50t의 물을 내보내 파도를 만듭니다.
파도풀에는 파동의 원리가 숨어 있어요. 파동은 진동이 주위로 퍼져 나가는 현상이에요. 물 입자들이 서로 충돌하며 운동 에너지를 옆으로 전달하는데 이 에너지가 파도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저 멀리 있는 파도가 빠르게 나에게 전달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파도는 파도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마루, 가장 낮은 지점인 골 등으로 구성돼 있어요. 골과 마루 사이 수직선 길이를 파고 마루와 마루 사이의 거리 혹은 골과 골 사이의 거리를 파장이라고 합니다. 파도를 탈 때 마루에서 골로 내려오면 짜릿한 속도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 워터슬라이드는 왜 둥근 모양일까
워터슬라이드는 물이 흐르는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놀이 기구입니다. 쭉 뻗은 일직선이거나 구불구불한 모양이에요. 워터슬라이드에선 마찰력의 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마찰력은 접촉한 두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입니다. 물체가 운동할 때 나아가려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이에요.
접촉하는 표면이 거칠고 뻑뻑할수록 마찰력이 커져요. 그래서 물체가 미끄러지려면 마찰력을 이겨내야 합니다. 이재우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는 "물이 워터슬라이드와 인체 사이에 윤활유처럼 작용해 마찰력을 줄인다"고 말했습니다. 워터슬라이드 출발 직전 양손을 가슴에 모으고 다리를 꼬는 것 역시 접촉 면적을 줄임으로써 마찰력을 감소시키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워터슬라이드 단면은 왜 하필 동그란 모양일까요. 우리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빠르게 내려올 때 공기의 방해를 받아요. 이를 공기의 저항이라고도 합니다. 이때 워터슬라이드를 단면을 동그랗게 만들면 다른 모양보다 공기, 물과 닿는 면적이 적어져서 공기의 저항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둥근 모양을 통해 빠른 속도로 내려갈 수 있는 거에요.
구불구불한 워터슬라이드에서 곡선 구간을 빠르게 내려올 때 몸이 바깥으로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 있을 거예요. 이 느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운동을 알아야 합니다. 워터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올 때 튜브 전체는 원을 그리며 도는 원운동을 합니다.
원운동에서는 원의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려는 힘인 원심력이 발생해요. 허지혁 한양대 응용물리학과 교수는 "원심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워터슬라이드를 타면 바깥으로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은 들지만 실제로 바깥으로 날아가지는 않아요. 튜브와 나 사이의 마찰력, 내가 튜브 손잡이를 잡는 힘, 중력 등의 힘이 원심력을 상쇄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만약 급커브로 원심력이 크게 작용하면 바깥으로 튕겨 나갈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워터슬라이드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원심력을 주게끔 설계됐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 미끄럼틀이 올라간다?! 별별 워터슬라이드
전 세계에는 특이한 워터슬라이드가 많습니다. 세계에서 길이가 가장 긴 워터슬라이드는 말레이시아 페낭 섬의 '이스케이프 테마파크'에 위치해 있어요. 이스케이프 테마파크의 '더 롱기스트(Thelongest) 워터슬라이드'는 약 1111m로 2019년 가장 긴 내부 튜브·매트 워터슬라이드로 기네스에 기록됐어요. 보통 워터슬라이드는 30초 안에 다 탈 수 있지만 이 워터슬라이드는 무려 약 4분 동안 즐길 수 있어요.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워터슬라이드는 무엇일까요. 브라질의 알데이아 다스 아과스 파크리조트 안의 '킬리만자로 워터슬라이드'가 그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킬리만자로 워터슬라이드는 높이가 무려 49.9m에 달합니다. 이 워터슬라이드는 2022년 기네스 세계 기록에 가장 높은 워터슬라이드로 올랐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특이한 워터슬라이드가 있어요. 바로 용인 캐리비안베이에 있는 메가스톰입니다. 대부분의 워터슬라이드는 중력의 힘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밑으로 내려가기만 합니다. 그러나 메가스톰은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워터슬라이드입니다.
에버랜드는 "보트 밑에 철판이 있고 슬라이드가 올라가는 구간에는 자석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석은 철과 같은 금속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지요. 그러면서 "자석이 철판을 잡아당기는 힘인 자기력이 발생하면서 보트가 내려가지 않고 올라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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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정 기자 yjyj08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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