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 전도연 믿고 달린 女 누아르의 힘 [N초점]

정유진 기자 2024. 8.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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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양'(2007)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약 17년이 지난 2024년에도 여전히 전도연은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가 쏟아지는 충무로에서 가장 믿음직한 이름이다.

이 캐릭터들은 장르물 속 뻔해 보일 법한 인물도 '전도연이 하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며 호평받았다.

그리고 최신작 '리볼버'에서도 전도연은 누아르적인 캐릭터, 하수영을 훌륭히 소화해 내며 호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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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버'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밀양'(2007)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약 17년이 지난 2024년에도 여전히 전도연은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가 쏟아지는 충무로에서 가장 믿음직한 이름이다.

인터뷰 등에서 수없이 밝혀왔듯 그간 전도연이 짊어지고 온 '칸의 여왕'이라는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작품성 있는 작가주의 영화에만 출연할 것이라는 업계의 선입견 탓에 작품 선택의 폭이 좁았다. 게다가 한국 영화의 흐름이 액션, 누아르 등 장르물에 치중되면서 90년대와 2000년대에 비해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많지 않았고,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들은 흥행에서 고전했다. 그에 따라 전도연의 입지도 다소 줄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그의 최근작 리스트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배우의 담담한 의지가 엿보인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보여준 무시무시한 사이코패스 캐릭터와 넷플릭스 '길복순'에서 맡은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킬러이자 엄마인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이 캐릭터들은 장르물 속 뻔해 보일 법한 인물도 '전도연이 하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며 호평받았다. 그리고 최신작 '리볼버'에서도 전도연은 누아르적인 캐릭터, 하수영을 훌륭히 소화해 내며 호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리볼버'

지난 7일 개봉한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10여년 전 '무뢰한'(2015)으로 만났던 오승욱 감독과 전도연의 두 번째 작품인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리볼버'는 '여성 누아르'의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직 경찰인 주인공 하수영은 연인이자 상사였던 임석용(이정재 분)으로부터 버림 받고, 대가를 약속한 이스턴 프로미스의 앤디(지창욱 분)로부터도 뒤통수를 맞는 인물.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죗값까지 치르고 출소한 그는 오로지 한 가지 목표, 약속한 대가를 꼭 받아내겠다는 일념으로 앤디를 찾아 나선다.

앤디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하수영은 여러 인물들과 부딪친다. 죽은 연인 임석용과 연결돼 있는 술집 마담 정윤선(임지연 분)이 어떤 이유에선지 조력자로 나서고, 안하무인 앤디의 뒤에는 그의 누나 혹은 연인이라고 소문이 난 막강한 권력자 그레이스(전혜진 분)가 있다. 과거 하수영을 짝사랑했던 형사 후배 신동호(김준한 분)는 정윤선을 통해 하수영을 감시하고, '향수 뿌린 미친개' 앤디는 잔인한 성품으로 하수영을 곤경에 빠트린다.

'리볼버'

전도연은 모든 것을 잃었기에, 표정마저 잃은 하수영을 담담하게 연기해 낸다. 그리고 그런 하수영의 캐릭터가 요란한 주변 인물들과 만나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앙상블이 '리볼버'의 백미다. 사실 하수영은 전도연 본인도 "너무 지루하지 않으냐"고 여러 차례 물어볼 만큼 표현이 쉽지 않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전도연은 특유의 오라와 연기력으로 하수영을 깊이감 있는 캐릭터로 완성해 냈다. 다소 코믹한 절정의 시퀀스가 끝나고 난 뒤, 하수영이 맞이하는 마지막 장면이 만드는 여운은 오롯이 전도연의 힘이다.

'여성 누아르'를 훌륭하게 완성해 보인 전도연은 최근 인터뷰에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며 배우로서 욕심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길이 있어야 나아갈 수 있는데 길이 없는데 계속 길을 바라고 찾는 건 그건 내 욕심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다 내가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 게 길이 아닐 수도 있고, 마음을 비워놓고 내려놓으면 '저게 아니야' 했던 게 내 길이 될 수도 있다, 돌아가더라도 한 작품씩 찾아가겠다"고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장르물에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여왕이 앞으로 어떤 길을 또 찾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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