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과 다른 온도…뜨거운 울림 '행복의 나라' [시네마 프리뷰]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행복의 나라'는 '남산의 부장들'과 '서울의 봄' 사이를 관통한다. 10.26과 12.12 사이를 그리는 작품으로, 앞서 흥행한 두 영화와는 달리, 사건과 인물보다는 시대상을 부각했다. 10.26 그 후,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대통령 암살 사건에 가려졌던 박흥주 대령, 그리고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웠을 졸속 재판과 탄압을 다루며 군부시대의 비극을 제대로 마주하게 한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고(故) 이선균 분)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000만 흥행에 성공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와 '7년의 밤'(2018) 추창민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는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게 된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부터 그를 변호하는 변호사 정인후, 군사 반란을 일으키려는 합수단장 전상두(유재명 분)까지, 이들이 서사를 끌어간다. 박태주는 박흥주 대령을, 전상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각각 모티브로 했으나, 정인후는 유일한 가상의 인물이다. 당시 재판에 참여했던 다수의 모습을 담은 캐릭터로 영화적 상상력이 반영됐다.
극 중 정인후는 재판을 두고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닌, "이기면 장땡"이라고 말하는 변호사로,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인 박태주와 재판 과정에서 손발이 맞지 않아 분노한다. 혐의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증언을 제안하지만, 신의를 저버릴 수 없다는 이유로 조금도 타협 없이 원칙을 고수하는 것. 설상가상으로 전상두는 자신의 권력과 야욕을 위해 재판을 감청하는가 하면 재판부에 실시간으로 쪽지를 전달하며 재판을 좌지우지하고, 정인후는 혼신을 다해 변호해도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재판에 분노를 터트리기에 이른다.
'행복의 나라'는 결국 세 인물을 통해 삼엄하고 야만적인 군부시대의 비극을 드러낸다. 최소한의 존엄성과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졸속 재판이 그려지는 과정은 당시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관객들의 분노와 울분을 자극한다. 극이 전개될수록 권력자인 전상두는 외려 현실적인 인물로 느껴지는 반면, 자신에게 닥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올곧고 강직한 박태주와 그런 그를 어떻게든 살리려 애쓰는 정인후의 고군분투가 판타지로 다가온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역사가 스포일러이듯, 예정된 결말이지만 극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행복의 나라'는 이선균이 법정에 선 정면 클로즈업 샷으로 많은 생각과 감정이 들게 한다. 바보 같은 원칙주의자로 묘사된 캐릭터를 통해 극 내내 보여준 절제된 감정 연기는 많은 대사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연기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면서도 더 많은 여운을 남긴다. 박태주가 남기는 인사말 또한 현실에선 부재한 배우의 빈자리와도 오버랩된다. 유재명 역시 언론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보는 내내 영화를 그대로 볼 수 없는 경험을 했다"고 했을 만큼, 공교롭게도 많은 장면들에 복합적인 의미가 내포된다.
'행복의 나라'의 드라마틱한 뜨거운 온도의 감정선은 강점이면서도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개봉 전부터 종종 언급된 정인후와 전상두의 골프장신의 경우, 감독의 해석을 들어야 설득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관객들의 반응도 갈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차치하더라도 밀도 높게 쌓은 서사와 세밀하게 표현된 당시 시대상은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과는 사뭇 다른 결로 새롭게 다가온다. 역사적 사건 속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만큼, '행복의 나라'가 안기는 울림은 더욱 뜨겁게 느껴진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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