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네이도를 길들일 수 있을까…과학과 상상이 빚은 기후재난[황덕현의 기후 한 편]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2024. 8. 1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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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개봉 '트위스터스'…기상 재난 영화 '트위스터' 속편
재난에 '기상 조절' 활용…기후 '빈익빈 부익부' 문제 제기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14일 국내 개봉 예정인 영화 '트위스터스' ⓒ 뉴스1

(제주=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위험기상 취재를 위해 지난해 기상청과 미국 중부 오클라호마주 국립기상센터를 방문했는데, 이 센터가 있는 오클라호마대 기상학과 건물은 영화 '트위스터'의 박물관 같았다. 얀 드봉 감독 작품으로 1996년 개봉한 이 영화는 미국 중부의 대표적 기상 재난인 '회오리바람' 토네이도의 위험성과, 목숨을 걸고 토네이도를 분석해 보려는 과학자들의 열정을 담았다.

트위스터에서 강한 바람에 젖소가 하늘로 날아가 버리는 장면은 미국인 대부분이 아는 기상재난의 상징이 됐다. 오클라호마대 카페 이름이 '나는 젖소 카페'(Flying cow cafe)이고 대학을 방문한 사람 대다수가 영화 소품인 기상관측장비 '도로시' 앞에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트위스터가 기상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깨웠다면 속편으로 지난 7월 미국에서 개봉한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 작품 '트위스터스'는 기후변화에 따라 더 강해진 토네이도와 기상·기후 정보의 공공성에 대해 논쟁의 장을 펼쳤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는 14일 개봉한다.

트위스터스는 원작과 같이 미국 중부에서 봄여름 발생하는 토네이도로 발생하는 사상 사고를 다룬다. 할리우드에서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노멀 피플' 데이지 에드거존스와 '다크나이트 라이즈', '탑건 매버릭'의 글렌 파월 등을 앞세운 블록버스터다.

전작이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토네이도의 발생 원인을 귀납적으로 찾는데 천착했다면 트위스터스는 토네이도를 없애는 '기상 조절'에 집중했다. 아이오드은(요오드화은)을 발생해 마른 토네이도를 비구름으로 만들고, 흡습제 격인 폴리아크릴산화나트륨을 활용해 토네이도를 흐트러트리겠다는 상상이다.

토네이도를 약화하거나 소산시키려는 노력은 실제 학계에서 여러 방안이 연구됐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소(NCAR)는 요오드화은을 이용해 구름을 인위적으로 씨뿌리기 하여 강수량을 조절하려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러한 연구는 주로 가뭄 지역에서 강우를 유도하는 데 사용돼왔고 최근에는 토네이도와 같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완화하는 방법으로도 검토되고 있다.

'트위스터스'에서 묘사된 폴리아크릴산나트륨을 활용한 토네이도 억제 방법 역시 대기 중의 수분을 흡수해 토네이도를 약화하려는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실제로 유사 흡습제를 이용한 연구가 여러 차례 시도된 바 있다.

8일 정이삭 감독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뉴스1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다만 이러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영화에서 보여준 것처럼 실제로 토네이도를 완벽히 제어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노와타스키 텍사스 A&M 대학 기상학과 교수는 "토네이도 파괴 설정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트위스터스의 이런 과학적 상상력은 전작에서 자연현상을 연구의 대상으로 여겼던 데서 나아가 기후 문제 등에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진취적 자세가 녹아 있다.

이 영화를 통해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기후변화 연구가 모든 인류의 안녕을 위한 게 아닐 수 있다는 우려다.

영화 주인공인 뉴욕기상청 케이트 카터(데이지 에드거존스)의 오랜 동료 하비(앤서니 라모스)는 사설 기상업체를 운영하며 분석한 폭풍의 강도와 경로를 건설·부동산 업자에게 독점 제공하며 기상·기후 취약계층의 토지를 저가에 매수할 수 있도록 도왔다. 기후 위기 시대에 일어날 수 있는 부익부 빈익빈의 극단적 사례다.

이 영화는 실제 토네이도가 빈번한 정 감독의 고향 인근 오클라호마주에서 촬영됐다. 정 감독은 8일 "영화 촬영 중 실제로 촬영장 인근에 토네이도가 발생하는 등 악천후가 있었다"며 "이런 실제 경험이 영화 출연진의 뇌리에 강하게 남으며 현실감 있는 영화로 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자 ⓒ News1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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