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오심 번복' 태권도 서건우 끝내 메달 사냥 무산→경기 후 오열 "지고 나니 노력 부족했다" [파리 2024]
서건우는 10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80㎏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에디 흐르니치(덴마크)에 0-2(2-15 8-11)로 패배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 세계랭킹 4위의 서건우는 자신보다 낮은 27위인 흐르니치와 맞대결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1라운드 시작 후 상대의 몸통 공격에 고전하면서 먼저 6점을 내주고 출발했다. 상대의 맹공을 막기도 힘들었던 그는 상대 감점으로 2점을 얻었지만 결국 1라운드에서는 완패했다.
이어 2라운드에서도 초반 몸통 공격을 연달아 허용하면서 0-4로 벌어졌다. 이후 반격에 나선 서건우는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6-8까지 따라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2라운드 종료 8초를 남기고 몸통 발차기를 허용하면서 2점을 내줬고, 막판 2점을 따라갔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기대했던 메달 사냥에 실패한 서건우는 감정이 올라온 모습이었다. 뉴시스와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경기 후 그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온 후 취재진에게 "뒤에 가서 잠깐 이야기만 하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한 뒤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이후 김시상 의무 트레이너와 한참을 부둥켜 안고 있었고, 벽에 기댄 채 눈물도 흘렸다.
믹스트존에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 경기장을 나갔던 서건우는 20여 분이 지나 다시 돌아왔다. 그는 "금메달을 딸 수 있을 정도로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다. 운동을 마치고 힘이 다 빠져서 다들 못할 때 남아서 개인 운동을 했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남들보다 1~2시간씩 더 했다"며 "금메달을 따겠다고 마음 먹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지고 나니 노력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 선수들이 더 열심히 준비하고 분석해서 나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미지 트레이닝 같은 것도 노력이라는 것이 느껴진다"며 "다음 올림픽을 뛰게 된다면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게,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태권도 선수 출신 아버지와 경기 후 연락한 서건우는 "아버지와 통화했는데 '고생했다. 열심히 한 것 다 안다'고 말씀해주셨다"며 "아버지의 위로를 들으니 어느 정도 마음이 괜찮아졌다. 아버지께 노력한 것은 인정받았으니 다음에는 실력까지 인정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날 열린 호아킨 처칠 마르티네스(칠레)와 16강전부터 쉽지 않은 승부였다. 1라운드를 내준 서건우는 2라운드에서 한때 6-14까지 밀리다 16-16 동점을 만들었다. 태권도는 동점으로 끝났을 경우에는 회전 기술을 통한 득점이 높은 선수, 기술 가치가 높은 선수(머리→몸통→정권→감점), 유효 타격 수가 높은 선수 순으로 순위를 가린다. 이마저도 같은 경우에는 배심원 2명과 심판 1명이 승자 1명을 결정한다.
이에 따르면 2라운드에서 한 차례 회전차기를 성공한 마르티네스가 아니라, 두 차례 회전차기를 해낸 서건우가 승리해야 했지만, 심판진은 마르티네스의 승리를 선언했다. 이에 서건우와 오혜리 코치가 매트로 나가 강력 항의했다. 결국 심판들도 이를 수긍하며 2라운드는 서건우의 승리로 번복됐다.
이후 서건우는 8강전에서 엔히키 마르케스 로드리게스 페르난데스(브라질)과 1, 2라운드 모두 동점으로 마친 뒤 판정 끝에 힘겹게 준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 게임 동메달리스트인 메흐란 바르호르다리(이란)에게 1-2로 패배하며 금메달 도전이 무산됐다.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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