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떡·옥돔·산적 한 바구니에…제주만의 제사음식 맛보고 싶다면
"신선한 재료에 깔끔한 손맛…초심 잃지 않겠다"
[편집자주] 지역마다 특색이 담긴 향토음식과 전통 식문화가 있다. 뉴스1제주본부는 토요일마다 도가 지정한 향토음식점과 향토음식의 명맥을 잇는 명인과 장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향토일(鄕土日)이라는 문패는 토요일마다 향토음식점을 소개한다는 뜻이다.
(서귀포=뉴스1) 오미란 기자 = '식개 먹으러 가게.'
제주에서는 제사를 '식개(또는 식게)'라고 부른다. 제사라는 단어 뒤에는 보통 '지낸다'는 말이 붙지만 제주도민들은 유독 '먹는다'는 표현을 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발간한 제주어 사전에도 '식개'는 제사 자체가 아니라 제사 후 제사음식을 음복하는 일로 그 뜻이 풀이돼 있을 정도다.
농사를 짓기 힘든 척박한 화산섬에 살던 옛 제주인들에게 제삿날은 조상들의 넋을 기리는 동시에 오랜만에 친척들과 다함께 모여 정성스레 만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날이기도 했던 셈이다. 한 상에 쌀밥과 고깃국, 빙떡, 옥돔구이, 돼지고기 산적이 오르는 날이니 기다려질 법도 하다.
시대가 변해 제사나 명절 차례를 예전처럼 많이 지내지 않아 요즘 제주도민들도 1년에 두어 번 밖에 제사음식을 먹지 못하는데, 이곳에서만큼은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에 양껏 즐길 수 있다.
'혼차롱식개집'은 2016년 서귀포시 서귀동 동문로에 문을 연 향토음식점이다. 제주어로 '혼'은 하나, '차롱'은 대나무로 엮은 바구니(채롱)를 뜻한다. 한마디로 이곳은 제주의 제사음식을 한 바구니에 담아 내어 주는 식당이다.
대표 메뉴는 '혼차롱'이다. 한 바구니에 빙떡과 옥돔구이, 돼지고기 산적을 담은 세트메뉴다.
가장 인기가 있는 건 돼지고기 산적이다. 돼지고기를 길쭉길쭉하게 썰어 달짝지근하게 양념한 뒤 꼬챙이에 꿰어 구운 음식이다. 꼬챙이에 채소나 버섯을 함께 꿰는 다른 지역과 달리 오직 고기만 꿰는 제주식 산적을 그대로 재현했다.
옥돔구이도 담백해 좋다. 보통 제주도민들은 기름을 매우 넉넉히 두른 팬에 튀기듯 옥돔을 굽는데 이 곳은 옥돔을 그릴에 구워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낸다.
빙떡은 제주 특산물인 메밀과 겨울무로 만든 제주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이다. 메밀가루를 반죽해 얇게 지진 전에 양념한 무숙채를 넣고 말아 만드는데, 메밀전의 구수한 맛과 무숙채의 삼삼하고 시원한 맛이 별미다.
이 밖에도 메뉴판에는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뿔소라 꼬치, 몸국이 올라 있다. 특히 제철 따라 호박잎국이나 접짝뼈꾹, 콩국이 서비스로 상에 오르는데 이 음식들도 모두 제주 향토음식이라 맛보길 추천한다.
이민화 혼차롱식개집 대표(60)는 가게 안을 둘러보며 "제 오랜 꿈이 실현된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일찍이 8년간 갈빗집을 운영할 때도 속으로는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음식들을 만들어 팔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던 그다.
그렇게 이 대표가 갈빗집을 접고 차린 것이 바로 이 제사음식 전문점이다. 이 대표는 "애초 혼자 식당을 운영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음식, 재료수급이나 조리가 쉬운 음식을 찾다 보니 순간 제사음식이 딱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신선한 식재료를 그날 그날 준비하고, 간장, 소금, 설탕, 참기름 정도로만 깔끔하게 맛을 내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며 "제사음식이기 때문에 고춧가루나 마늘도 쓰지 않아 특별한 양념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오직 손맛으로 요리한다"고 미소지었다.
이 대표는 "초반에는 주로 지인들을 상대로 소소하게 식당을 운영했는데 입소문이 나는 듯 하더니 단골도 생기고 요즘에는 관광객들도 많이 온다"고 감사해했다. 허영만 만화가도 2021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을 계기로 이 곳을 처음 접한 뒤 단골이 됐다.
이 대표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혼차롱식개집을 운영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2호점이나 포장전문점을 내고 싶기도 하고, 2년 전 특허를 낸 '혼차롱'이라는 브랜드도 키우고 싶다던 그다. 이 대표는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향토음식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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