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유동주가 한국 기록보다 5㎏ 더 무거운 바벨에 도전한 이유[파리올림픽]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올림픽. 남자 역도 유동주(31·진안군청)는 후회 없이 도전했고,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지난 3년간의 노력이 메달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유동주는 또 한 걸음 전진했다.
유동주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남자 89㎏급 경기에서 인상 168㎏, 용상 203㎏, 합계 371㎏을 들어 전체 12명 중 6위를 기록했다. 그는 이날 바벨을 한 번에 머리 위로 올리는 인상에서 168㎏을 들어 올리며 개인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바벨을 가슴에 얹었다가, 머리 위로 드는 용상에서도 1차 시기 203㎏에 성공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2차 시기 211㎏에 도전했다가 실패했고, 마지막 3차 시기를 앞두곤 무게를 217㎏까지 올렸다.
메달을 따기 위해 성공해야 하는 최소 무게가 217㎏이었다.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남자 89㎏급 한국 기록(212㎏)보다 무려 5㎏ 무거운 무게였기 때문이다. 한국 신기록에 도전하는 등 더 현실적인 선택지도 있었지만, 그는 무게를 내리지 않았다. 비장한 표정으로 마지막 도전에 나선 유동주는 바벨을 가슴까지 들어 올린 뒤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바벨을 놓친 유동주는 허리를 숙여 잠시 숨을 고른 뒤, 후련하다는 듯 밝게 웃으며 퇴장했다.
유동주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며 “마지막일 수도 있는 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했고, 최선을 다했다”며 “조금의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3차 시기 무게는 본인의 선택이라고 한다. 유동주는 “한국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었지만, 올림픽에 출전한 만큼 메달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2016 리우, 2020 도쿄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에 참가한 유동주는 매 대회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도 “나는 성장형 캐릭터”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리우에서 14위(85㎏급), 도쿄에서 8위(96㎏급)를 했고 파리에선 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게다가 인상에선 개인 최고 기록까지 경신했다. 마지막 올림픽이라기엔 실력이 점점 더 좋아진다.
유동주는 “지난 3년간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올림픽을 무사히 마쳐서 안도감이 든다”며 “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진 일단 해보고, 몸이 허락한다면 다음 올림픽도 준비하겠다”고 네 번째 도전 의사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유동주는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까. 기대감을 남긴 세 번째 올림픽이 끝났다.
파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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