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서건우 구하고' 경고받은 오혜리 코치 "뭐든지 해야 했다"
박재연 기자 2024. 8. 10. 07:00
▲ 오혜리 코치·서건우
한국 태권도 대표팀의 오혜리 코치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서건우(한국체대)를 말 그대로 구했습니다.
9일(현지시간) 오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남자 80㎏급 16강전은 서건우의 올림픽 데뷔 무대였습니다.
서건우는 호아킨 추르칠을 라운드 점수 2-1(6-8 16-16 14-1)로 이겼습니다.
최종 승자는 서건우였지만 2라운드가 막 끝난 시점 승자가 추르칠로 선언됐습니다.
1라운드를 내준 서건우는 2라운드 종료와 함께 회심의 뒤차기를 성공한 데다 상대 감점까지 끌어내 16-16을 만들었습니다.
이같이 라운드 동점인 경우 회전차기로 딴 점수가 더 많은 선수, 머리-몸통-주먹-감점의 순으로 낸 점수가 더 많은 선수, 전자호구 유효 타격이 많은 선수 순으로 승자를 결정합니다.
오 코치는 서건우가 두 차례, 추르칠이 한 차례 회전 공격을 성공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추르칠이 승자가 된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일단 경기가 종료되고 선수들과 경기 관계자들이 모두 떠나면 더는 결과를 바로잡을 기회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빠르게 마음을 굳힌 오 코치는 코트로 뛰어들어 심판을 붙잡고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이후 양손 검지를 흔들며 잘못된 판정임을 강조한 오 코치는 이번에는 본부석으로 뛰어가 오심이라고 따졌습니다.
오 코치의 대처 덕에 판정은 번복됐습니다. 시스템상 오류로 회전 공격보다 감점 빈도가 먼저 계산된 게 드러났습니다.
서건우는 기사회생해서 16강을 통과했습니다.
다만, 아쉽게 메달을 따지는 못했습니다.
서건우는 3위 결정전에서 '덴마크 복병' 에디 흐르니치에게 라운드 점수 0-2(2-15 8-11)로 졌습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오 코치는 아쉬움에 눈시울이 붉어진 상태였습니다.
오 코치는 16강전을 돌아보며 "심판 대신 기술 담당 대표에게 말해야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뒷일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그대로 끝나면 뭘 해도 뒤집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 코치는 당시 항의로 인해 세계태권도연맹(WT)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습니다.
규정상 지도자는 심판이 아니라 기술 담당 대표에게 항의해야 합니다.
장내의 관중들을 상대로 특정한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행동도 자제해야 합니다.
양팔을 높게 치켜들며 억울함을 표현했던 오 코치의 행동에 WT는 대한체육회를 통해 공개 사과도 요구했습니다.
징계 조치 가운데 오 코치에게 '경고 및 공개 사과'를 적용한 겁니다.
오 코치는 "내가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뭐든지 해야 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체대와 대표팀에서 서건우를 지도한 오 코치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입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여자 67㎏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방송 중계에서도 들릴 정도로 소리를 질러 서건우의 경기 운영을 도왔던 오 코치는 "건우가 정말,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다"며 "좋아하는 콜라도 끊고, 탄산수를 먹이면서 운동했는데…"라고 아쉬워했습니다.
서건우도 "나 때문에 코치님이 정말 많이 힘들어하셨다. 보답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16강에서 그렇게 해주시지 않았으면 졌을 수도 있다. 발 벗고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열심히 하겠다. 주신만큼 보답하는 선수가 되도록, 더 나은 제자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재연 기자 mykit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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