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강남 꿈틀… 후보지로 '수서차량기지' 거론

김창성 기자 2024. 8. 1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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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0년 이상 소요 '장기 계획'… 당장 효과는 글쎄
수도권 접근 우수… 로또청약·녹지감소 등은 우려
주택공급을 위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그린벨트 해제 계획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그린벨트 표시석. /사진=김창성 기자
"그린벨트 해제요? 이것저것 복잡하게 나열하고 아무거나 하나만 걸려라 하는 대책일 뿐입니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이모씨(남·36세)는 지난 8일 정부가 발표한 그린벨트 해제 계획에 대해 이 같이 반응했다. 장기 계획의 중요성도 크지만 당장 과열 집값을 잡는 데는 손을 놨다는 지적이다.

비싼 서울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인구가 이동하는 상황에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하는 게 맞는 해결책이냐고 반문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놓고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녹지 훼손돼 기능상실한 곳 위주, 집값 하향 안정화 목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세부 계획을 내놨다. 오 시장은 "그린벨트 일부 해제는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이며 안정적인 주택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그린벨트 해제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를 최대한 자제했지만 정부 요청에 따라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청년세대의 시급한 주택문제 해결 등 미래세대의 주거환경 조성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린벨트 내 관리되지 못한 훼손지 등 보존가치가 낮은 지역을 활용할 것"이라며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는 정부가 검토 중인 사항이며 올해 11월 중 대상지가 공개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법적 위반의 소지가 있어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를 위한 20년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대한민국의 저출생 극복 대책이 그린벨트와 같은 자연 보존만큼 중요하다고 본다.

오 시장은 "미래세대를 위해 서울 근교에 녹지공간을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가치이지만 저출생 대책이 자연 보존만큼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고 짚었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는 장기전세주택2 '신혼 20년 전세자가주택'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신혼 20년 전세 자가주택은 신혼부부가 소득 기준과 관계없이 10년 동안 전세 거주하다가 자녀를 출생 시 면적을 넓혀 최장 20년 거주할 수 있다. 두 자녀 이상 출산 시 20년 뒤 시세보다 10~20%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다.

오 시장은 "이번 기회에 그린벨트를 풀되 훼손된 곳에 한정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주거 공급에 쓴다면 양해될 것"이라며 "신혼부부 등 청년들에게 결혼을 하면 집 문제만큼은 해결해주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전달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숲 밀고 짓는 공공주택, 기대 반 우려 반


현재 서울의 그린벨트 면적은 150.20㎢다. 이는 서울 전체 면적(605.17㎢)의 24.8%에 해당된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6개 구(중구·용산구·성동구·동대문구·영등포구·동작구)를 제외한 19개구에 분포됐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가 23.89㎢로 가장 넓고 ▲강서구 18.92㎢ ▲노원구 15.9㎢ ▲은평구 15.2㎢ ▲강북 11.7㎢ 등의 순이다.

오 시장은 발언을 회피했지만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이미 개발 계획이 공개된 강남구 수서차량기지 일대와 강서구 김포공항 혁신지구 등이다.

수서차량기지는 서울시가 입체·복합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곳이다. 차량기지 상부를 인공 데크로 덮고 그 위에 주거·상업·문화시설과 녹지 공간을 조성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서울시의 계획 실현을 위해선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피하다. 2026년 착공이 예정된 김포공항 혁신지구 사업지(35만 4567㎡) 가운데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북쪽 9만㎡도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미래세대 주택공급 계획을 내놨다. 사진은 오 시장이 지난 9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정부 주택공급 확대방안과 관련된 기자설명회에 나섰던 모습. /사진=뉴스1
이밖에 2020년 문재인정부 당시 그린벨트 해제 1순위로 거론됐던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 가구단지 일대와 강남구 세곡동 자동차 면허시험장 주변 지역 등도 거론된다.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계획은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한다. 그린벨트를 해제해도 주택 공급까지 최대 10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당장의 집값 안정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해서다.

그린벨트 해제라는 '규제 완화' 시그널 자체가 또 다시 인근 지역 집값 상승이라는 풍선효과로 번질 우려가 있는 점도 예측되는 부작용이다.

그린벨트 해제 이슈가 나올 때마다 환경 분야 전문가와 단체들의 반대도 거셌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와 그린벨트 해제에 합의했지만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와 농림축산식품부와의 협의는 거치지 않았다. 정부가 오는 11월 그린벨트 해제 지역을 발표하는 시점에 맞춰 환경영향평가 등이 실시될 예정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동구남구을)은 "그린벨트 해제는 행정 절차와 신규 택지, 인프라 조성 등에 수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수도권 과밀화를 부추기는 사회·경제적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수도권 그린벨트는 서울 연담화를 막는 목적으로 기존 1~3기 신도시보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위치"라고 기대했다. 다만 "선호도 높은 도심의 알짜 후보지가 2025년까지 당초 대비 4배 규모인 총 8만가구 발표될 예정"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도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개발 가능성이 커지며 토지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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