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자극 막으려면···"대출규제 정비·수요 억제책 동반해야"
“공급 및 금융정책 등과 패키지 필요”
정책금융·대출증가세 속도조절해야
기획재정부가 9일 ‘부동산 시장 및 공급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하고 전날 내놓은 대규모 신규 택지 공급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12년 만에 서울과 인근 지역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해 8만 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확실한 ‘공급 시그널’을 준 셈이다.
정부가 공급 대책을 내놓은 만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대출 규제를 정비해 수요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와 수준을 다듬고 과도한 가계대출 증가세는 미리 꺾어 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9일 “(한은이) 금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주택 가격이 해결돼야 하며 이는 부동산 공급 및 금융위원회의 금융 정책과 패키지가 잘 만들어져야 가능하다”며 “다른 대책과 보조를 맞춰 금리를 내려야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만 인하하면 부동산만 들썩이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는 부작용이 많다고 보고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수요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5대 시중은행의 7월 가계대출만 해도 약 7조 2000억 원이나 불어났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생아 특례 대출로 결과적으로 부동산 부양책을 쓴 꼴이 됐는데 대출 규제 없이는 집값을 잡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DSR 2단계 적용과 함께 정책금융과 가계대출 공급에 대한 속도 조절 방안 등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총량 규제를 하게 되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고 결국은 개인사업자 대출로 형태만 바뀔 것”이라며 “(금리 인하 시점을 고려한다면) 대출이 손쉽게 나가는 일은 줄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기준금리 인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여야 통화 당국도 더 늦지 않게 금리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10월에서 2022년 5월 사이 서울시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지수는 75.7에서 181.5로 139.7%(약 2.4배) 증가했다.
이 기간은 한은이 2% 이하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던 때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유동성이 크게 늘면서 집값도 뛰기 시작했다. 정부는 2021년 하반기 들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통해 주택 대출을 제한했다.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2021년 10월 188.9로 피크를 찍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2022년 12월 142.7로 저점을 다지며 집값이 어느 정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최근 부동산 상황은 폭등기인 2021년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0.26% 올랐다. 3월 넷째 주 이후 20주 연속 오르는 등 심상찮은 상승세다.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은 26조 5000억 원 늘어났는데 이는 2021년 상반기(30조 4000억 원)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책금융을 포함해 대출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최근 3개월(4~6월) 사이 은행권이 취급한 주택 대출 가운데 60%가 국토교통부가 공급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디딤돌대출의 상반기 집행 실적은 15조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2배에 육박했다. 1%대 금리의 신생아특례대출은 올 상반기 6조 원이나 풀렸다.
부동산 거래량도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1월 2500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월 6200건까지 상승했다. 2020년 12월(8764건)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많다. 최근 금융 당국의 압박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와 여당의 압박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더 부풀게 되면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대출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해 은행의 가산금리 조정 효과가 상쇄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세심한 금리 및 부동산 정책 없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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