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vs 이준석…"누가 누굴 부러워한다고?" [이슬기의 정치 번역기]

이슬기 2024. 8. 10.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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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이해 힘든 정치인의 언행을 국민의 언어로
정치권서 난데없는 '누가 누굴 부러워해' 논쟁
잠재적 경쟁자 된 韓·李의 '존재감 경쟁' 해석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사진=뉴스1


정치권에서 난데없는 '부러움'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누가 누구를 부러워한다는 걸까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한동훈 대표를 부러워할 거라는 게 정치권에서 나온 말들입니다. 

먼저 '도발'한 것은 이준석 의원입니다. 이 의원은 지난 6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한동훈 대표가 구축한 '친정 체제'를 언급하며 "이재명 대표가 부러운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한동훈 대표 측도 가만히 듣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한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도전했던 박정훈 의원은 "부럽기는 뭐가 부럽냐"며 "이준석 대표는 나이는 젊은데 생각하는 건 기존 정치 틀에 얽매여 있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비판했습니다. 

오히려 이 의원이 한 대표를 부러워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여럿 나왔습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 의원이 (한 대표에게) 분명히 부러운 점이 있을 것이지만, SNS를 통해 서로 망신을 주고 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선수들끼리, 아시는 분들끼리 왜 그러시냐, 프로이지 않은가"라고 말했습니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이 의원은 국민의힘 대표가 됐었지만 미숙한 리더쉽과 정치적 내공 부족으로 사실상 쫓겨났다"면서 "본인(이 의원)은 성공 못한 당 리더쉽을 한동훈이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게, 못내 부럽고 짜증 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야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채 상병 특검법 등으로 강하게 맞붙어 정신없는 와중에, 초등학생이나 벌일 법한 이런 유치한 언쟁이 벌어진 건 한동훈 대표와 이준석 의원이 차기 혹은 차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전 대표의 '경쟁 구도'는 낯설지 않습니다. 여기에 최근 이준석 의원이 잠재적인 한동훈 대표의 경쟁자로 급부상했습니다. 22대 총선에서 별다른 연고가 없는 동탄(화성을)을 찾아 '살아 돌아온' 이 의원을, 국민의힘도 마냥 무시하지는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준석 대선 도전' 상상의 씨앗을 심은 것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입니다. 그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세대교체'를 강조하며 "이준석 의원이 3년 동안 잘 발전하면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 의원은 최근 '차기 지도자' 조사에서 3~4위 권에 머물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지난 7일 공표된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에서 이준석 의원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지르기도 했습니다. 지난 3~5일 전국 성인남녀 2002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물은 결과, 이재명 전 대표 39.0%, 한동훈 대표 27.8%, 이준석 의원 5.5%, 조국 대표 5.4%로 나타났습니다. 

이준석 의원의 지지율은 한동훈 대표와 매우 큰 격차지만, 오랫동안 잠룡으로 거론되던 홍준표 대구시장(4.1%)이나 오세훈 서울시장(3.4%),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3.9%)과 함께 범여권의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여론조사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두 사람 모두 고정 지지층, 일정한 '팬덤'이 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이 의원은 그간 2030을 대변하는 발언으로 확고한 팬층을 확보했고, 한 대표는 22대 총선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치르며 이재명 대표에 버금가는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습니다.  

이들의 지지자들 역시 상대를 의식하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지지자들은 '부러움' 논쟁이 벌어지자, '누가 더 대선 주자로 적합하냐'를 두고 저마다 의견을 내놓기 바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준석 의원의 지지자들은 "지방선거 압승한 이준석이 총선 대패한 한동훈을 부러워해야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는 반응을, 한동훈 대표의 지지자들은 "한동훈 대표 옆에 이준석 의원 이름이 붙는 것도 싫다", "그릇이 다르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면 두 사람은 차이점도 뚜렷합니다. 이 의원이 '0선 30대'로 영광스럽게 당 대표의 자리에 올랐다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면, 한 대표는 63%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 대표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지도부를 '친한' 체제로 교체하는 일도 비교적 순리대로 마쳤습니다. 당내 '친한' 세력도 차분하게 늘려가고 있습니다. 

다만 '원외 대표'라는 명확한 한계를 한 대표와 달리, 이 의원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신당을 창당해 '금배지'를 달고 22대 국회로 금의환향했습니다. 위태했던 이 의원의 정치인으로서의 여정이 다시 순풍을 타기 시작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누가 누굴 부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한편,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는 '+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3~5일 무선 RDD를 이용한 ARS 방식으로 실시됐습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 응답률은 2.2%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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