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달총 "어언 13년, 번아웃 오기도…잘 버텼다" [인터뷰]

김한길 기자 2024. 8. 10.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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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달총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여전히 치즈(CHEEZE)스럽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가 내뿜는 음악적 풍미가 조금 더 깊어졌다는 것. 청아한 보컬과 섬세한 표현력, 공감대 높은 가사로 뭇 리스너들의 귓가를 어루만지던 치즈의 달총이 자신의 역량을 한껏 집약한 새 싱글로 돌아왔다.

신곡 '불꽃, 놀이'는 보사노바 기반의 미니멀한 힙합 비트가 섞인 유니크한 곡이다. 사랑 노래지만, 사랑 노래 같지 않은 미묘한 감정선을 달총 특유의 음색으로 풀어내 리스너들에게 색다른 무드의 여름 감성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불꽃, 놀이'는 지난달 발표한 '우릴 머금던 바다'와 스토리가 이어진다. 달총은 "시원하면서 청량한 느낌으로 밴드 사운드의 곡을 쓰고 싶어서 '우릴 머금던 바다'가 먼저 나왔는데, 생각보다 가사가 슬프더라. 또 개인적인 취향이 여름에 보사노바를 듣는 걸 좋아해서 그걸 기반으로한 노래도 쓰고 싶다고 했는데 같이 작업하는 친구가 굉장히 마이너한 보사노바를 보내줬다. 여름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바다, 불꽃놀이 등 많지 않냐. 그래서 이 두 개를 묶어서 이어가면 재미있겠다 생각해서 이렇게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릴 머금던 바다'로 시원한 여름 감성을 보여줬다면, '불꽃, 놀이'는 180도 달라진, 흑화된 매력을 자아낸다. 달총은 이번 곡을 '납량특집'에 비유하기도. 실제로 뮤직비디오는 폭죽이 만들어내는 환한 불빛과 대비되는 어두운 표정, 그리고 붉은빛의 바다 등 서늘한 분위기를 안긴다. 영상 말미에는 달총이 직접 귤을 베어 물고 얼굴을 닦아내자, 피로 얼룩지는 장면이 그려져 강렬한 임팩트를 준다.

달총은 "사랑하는 사람과 연인 관계였지만, 알고 보니 그 사람에게는 또 다른 상대가 있었던 거다. 우리의 관계가 그 사람한테는 놀이였던 거다. 그래서 배신감과 앙심을 품고 피도 나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뮤직비디오에는 '귤'이 오브제로 계속 등장해 눈길을 끈다. 그런데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에게 편지와 진짜 귤을 주지만, 여자 주인공이 받은 건 '귤 키링'이다. 달총은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한테 계속 귤을 준다. 어릴적 고백할 때 편지와 귤을 같이 주곤 했다. 그런데 뮤직비디오 속 남자 주인공이 준 거는 귤 키링, 즉 가짜 귤이다. 가짜 마음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치즈 달총


그 가운데 뮤직비디오 여자 주인공은 'SNL 코리아' '런닝맨' 등으로 활약 중인 배우 지예은이 맡아 섬뜩한 연기를 선보인다. 달총은 지예은을 섭외한 특별한 이유도 있었다.

그는 "지예은 님을 평소 재미있게 보고 있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미지로 많이 나오시고, 'SNL'도 즐겨봐서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문득 지예은 님의 다른 모습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들더라. 이번 곡이 전작과는 반전을 주는 만큼 출연하는 배우 역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 갭이 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예은 님을 선택하게 됐고, 흔쾌히 출연해줘서 매우 감사하다. 너무 잘 나온거 같아서 만족도가 높다"고 뿌듯해 했다.

뮤직비디오에는 남녀 주인공뿐만 아니라 달총 역시 도입부와 말미에 등장해 열연을 펼친다. 귤을 먹다 얼굴에 피를 묻히는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달총은 "연기를 제대로 해보진 않았지만, 재미있더라"라며 "제가 퇴근을 좋아해서 한방에 끝내려고 하는 성격인데, 이번에도 한방에 끝냈다. 아직은 연기 못한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치즈 달총


달총은 지난 2010년 12월 4인조 치즈를 결성했고, 이듬해 12월 싱글 '나홀로 집에'를 발매하면서 가요계 데뷔했다. 그리고 2017년부터는 1인 그룹으로 활동 중이다. 달총은 13년이란 시간을 되돌아보며 "시간이 너무 빠르다. 체감이 안 된다. 솔직히 숫자를 들을 때마다 깜짝 놀란다. 팬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들었다고 하면 갑자기 '나 그렇게 늙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정신없이 지나왔다"라며 "돌아보면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들고, 꾸준히 다음 걸 생각하고 하려고 하는 마음이 남아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웃었다.

물론 그 시간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달총은 "데뷔를 하고 한 2년 정도 밤새워서 준비한 정규앨범을 냈는데, 당연히 음원 페이지에 메인에도 안 걸리고, 세상 아무도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허무함을 느꼈다. 그러다 그게 오기로 바뀌었고, 한 달에 한 번씩 음원을 내자라고 생각하고 작업에 임했다. 마음이 조급해져서 계속하게 되더라. 하지만 그 역시도 반응은 오지 않았다. '왜 몰라주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중간에 번아웃이 오더라. 괴로웠다. 짝사랑하는 느낌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이에 달총은 마음을 비우기로 결심했다. 달총은 "'난 여기까지인가'라며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마음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심적으로도 편하면서 결과까지 좋더라"라고 밝혔다. 그렇게 한결 편한 마음으로 작업한 앨범이 2015년 공개된 1.5집 '플레인(Plain)'이다. 특히 설렘의 첫 단계에서의 남녀의 입장을 그려낸 수록곡 '마들렌 러브(Madeleine Love)'가 입소문을 타면서 '치즈'라는 그룹을 인디팝 시장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에 치즈는 유명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단독 콘서트를 매진시키는 등 그전과 비교할 수 없는 행보를 걸었다.

달총은 "1집 냈을 때는 음원 수익이 5000원 정도였다. 커피는 사 먹을 수 있겠다 싶더라. '플레인'을 냈을 때도 처음부터 대박은 아니었다. 20만 원 정도가 들어왔다. 10만 원은 휴대전화 요금을 내고, 남은 10만 원으로는 라면에 김밥을 사 먹으며 지냈다. 그러다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감사하게도 공연에 불러주더라. 당시 공연 페이로 받은 게 제 인생에서 제일 많이 받은 금액이었다.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게 돼서 신기하면서 신이 났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치즈 달총


달총은 지난 5월 개인 레이블 '무드밍글(MoodMingle)' 설립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2016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 합류한 후 8년여 만이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와 아예 멀어진 건 아니다. 현재 무드밍글의 매니지먼트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서 맡고 있다.

달총은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서 되게 많은 걸 했다. 그러다 새로운 도전 같은 게 필요했다. 회사에 속해 있다 보니 생각이나 그런 게 좀 안일해지더라. 고여있는 기분이었다"라면서 "지금은 취향이 맞는 새로운 걸 제시해 줄 수 있는 분들과 작업하면서 큰 재미를 느끼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제시해 주니까 제가 고민하는 게 줄어들더라. 그러다 보니 자신감이 생기더라. 물론 얼마 안 됐지만 서서히 길을 찾아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회사를 설립한 만큼 굉장히 강한 책임감으로 앞으로도 계속 여러 가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여러분이 생각하는 틀에서 또 완전히 벗어나진 않을 거다. 어쨌든 들어주는 분들 때문에 제가 존재하기에 완전 갑자기 메탈을 한다거나 이러진 않을 것 같다. 즐거운 선 안에서 다양한 모습을 유연하게 보여줄 테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대해 주고, 항상 믿어줘서 감사하다"고 두 손을 모았다.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무드밍글(MoodMi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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