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건물에 낙서해놨네, 지웠더니”...74억 배상 판결, 낙서예술의 시작 [Books]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8. 1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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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전 미국의 반항아들이 만든 '거리의 미술'은 어느덧 주류가 됐다.

그라피티(Graffiti)의 아이콘, 장 미셸 바스키아는 21세기 들어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가 됐고, 뱅크시는 신문에 나올만한 뉴스를 끝없이 만들어낸다.

201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전시 이후에는 '그라피티 아트'로 불리며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르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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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미셸 바스키아 ‘무제’ (1982)
반세기전 미국의 반항아들이 만든 ‘거리의 미술’은 어느덧 주류가 됐다. 그라피티(Graffiti)의 아이콘, 장 미셸 바스키아는 21세기 들어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가 됐고, 뱅크시는 신문에 나올만한 뉴스를 끝없이 만들어낸다. 201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전시 이후에는 ‘그라피티 아트’로 불리며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르로 평가받고 있다.

최기영은 그라피티 아트 전시 기획으로 ‘B급 문화 전도사’란 별명을 얻은 큐레이터다. 그는 2014년 경기도미술관에서 ‘Art on the street’라는 이름의 그라피티 전시를 국내 공공미술관 최초로 기획했다. 이 책은 이후 10년을 돌아보며 오늘날 ‘한국적’ 그라피티의 현재와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물이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경기도의 지자체와 함께 그라피티 아트 프로젝트가 시도됐다. 지역주민의 동의를 얻어 동두천 보산동 외국인관광특구의 상가에 그라피티를 그렸다. 미군 부대 인근 마을에는 미군들의 장난스러운 낙서들이 많아 주민들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전전긍긍하며 그림을 그리던 작가 입장에선 허탈할 정도로 간단한 일이었다.

뉴욕과는 180도 다른 상황이다. 불과 10여년 전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은 그라피티를 낙서로 규정하고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지우는 정책을 폈다. ‘깨진 유리창 법칙’에 근거해 낙서와 빈집이 도시환경을 파괴하고 범죄율을 높이는 원인이라 지목한 것이다. 뉴욕의 5points 건물은 명물 그라피티가 흰색 페인트로 대거 지워지면서 작가들이 건물주에게 작품 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판사는 이를 순수예술작품 파손 행위로 인정해 정식재판을 받게했고 21명의 작가에게 670만달러(약 7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예술가들의 변호사는 “그라피티가 드디어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았다”고 자평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이 지역은 뉴욕의 관광자원이 됐다. 낙서를 지우는 정책이 그라피티를 더욱 값지게 만든 셈이다.

반면 2만명의 미군이 빠져나간 슬럼화되기 시작한 삭막한 2015년부터 동두천으로 찾아온 작가는 최진현, 소수영, 정주영, 유승백 등이었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클럽 그림을 그리며 도시를 캔버스로 삼기 시작했다. 2018년 이후 주민들의 냉소적 시각은 사라졌고, K팝 뮤직비디오에 등장하고 동남아아 관광코스로 자리잡았다. 동두천에서 그라피티는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지역 주민들의 부동산가치 상승 요인으로도 역할을 했다.

저자는 4년의 시간 동안 보산동 거리를 더욱 밝고 온화하게 변화시킨 예술의 힘에 주목한다. 평택과 시흥, 임진각 등 이후 그라피티를 통해 공공미술을 시도한 여러 사례를 돌아보며 저자는 결론을 내린다. “새로운 공공미술은 시대적 변화에 대한 답보다는 작은 울림으로 시작되어야한다.”

그라피티와 공공의 적, 최기영 지음, 호밀밭 펴냄, 1만8000원

그라피티와 공공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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