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설치 중 42m 추락사…설치 맡은 사업주 징역 1년
건물 외벽 현수막 설치에 나섰던 작업자가 42m 아래로 추락사한 것과 관련해 현수막 설치를 맡은 개인 사업주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3단독 김선용 판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3월 9일 오전 11시 15분쯤, 대전의 한 병원 옥상에서 달비계를 이용해 현수막을 설치하려던 50대 B씨가 42m 아래로 추락했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에 숨졌다.
달비계에는 구명줄을 설치하고 작업자는 안전대를 착용, 안전대의 줄과 달비계의 구명줄을 연결하는 등의 안전조치가 필요하지만 당시 현장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병원 내·외부에 설치할 현수막을 제작한 업체 C사는 이전에도 거래하던 A씨에게 70만 원을 주고 현수막 설치 일을 맡겼고, A씨는 고소작업차로 작업이 어려운 구간에 대해 달비계를 사용한 설치 작업을 하기로 하고 숨진 B씨에게 50만 원에 일을 맡긴 상황이었다.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책임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A씨는 C사로부터 20만 원을 받고 기존 현수막을 제거한 다음 새로운 현수막을 붙이는 작업에 고소작업차를 제공하기로 한 일용직 피고용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C사 대표의 요청으로 피해자를 50만 원의 일당으로 섭외한 것에 불과하고, 피해자는 C사에 50만 원의 일당으로 고용된 일용직 피고용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피해자에 대한 사업주로서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총괄·관리하는 안전보건책임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A씨와 C사의 관계에 대해 A씨가 작업 현장에서 실측과 현장점검을 한 뒤 C사 대표에게 '북쪽 벽면은 고소작업차를 이용할 수 없고 달비계를 사용해 작업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점, 종전에도 C사 대표로부터 현수막 제거·설치 등과 관련해 작업을 도급받아 수행해온 점 등을 고려해 A씨가 일용직 피고용인이 아닌 C사로부터 작업을 도급받은 수급인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A씨와 피해자의 관계에 대해서는 "피해자는 현수막 설치 작업의 내용과 대가 등에 관해 C사 대표가 아닌 A씨와 협의해 결정했다"며, "C사 대표는 피해자와 계약 체결 관련 협의를 하거나 작업 대가에 관한 약정을 따로 한 바 없고, 현수막을 의뢰한 병원에서 피해자에 대해 구체적인 작업 지시나 감독을 한 사실도 없다"며 A씨가 피해자를 50만 원에 일당직으로 고용한 사업주로서 피해자에 대한 안전보건책임자에 해당한다고 했다.
A씨 측은 C사로부터 받은 70만 원이 소액인 점에 비춰 안전보건관리자의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지만, 재판부는 "발주처 금액이 예상보다 낮게 책정돼 이 사건 작업에 한해 낮은 금액으로 계약하고 다음 작업에서 보전해주기로 했던 것으로 보이며 C사로부터 받은 금액에 따라 도급계약의 성질이 달라지거나 피고인의 사업주로서의 지위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고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피해자의 유족은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영세한 사업자이고 C사로부터 불과 70만 원이라는 소액에 이 사건 작업을 도급받았으며, 피해자는 피고인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달비계 작업에 관해선 스스로 장비를 준비하고 작업을 실행했는데 사건 당시 스스로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과실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항소하면서 다시 한번 판결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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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CBS 김정남 기자 jn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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