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골프장은 커피라는 '사실'만 팔고 취향은 '사절'한다
골프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숲', '자연', '잘 가꿔져 있는 그림 같은 녹색 공간'이 먼저일 것이다. 우리 인간이 골프에 열광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원시적 본능 때문이다. 바로 '녹색의 숲'을 무의식적으로 동경해서이다.
이 거대한 숲 안에서 우린 잘 우려낸 녹차 한 잔에 엄청난 위로를 받는다. 산산이 조각났던 삶의 부스러기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일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면서도 골프장 숲의 청량함에 가슴 벅차오를 것이다. 살아 있음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콘크리트 골목 가슴을 턱하고 막는 뜨거운 바람 앞에서 마시는 녹차와 물보다는 분명 행복해지는 한 잔의 여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골프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서정적이며, 한 줄의 시처럼 가슴에 닿아 교감하는 '커피'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한국 골퍼들은 골프장에서 밥보다 커피를 더 많이 찾는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커피를 좋아한다. 골프를 치다가 동반 플레이어가 묻는다. 죽기 직전에 꼭 먹어야 하는 기호식품이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4명 중 2명이 커피라고 했다. 나머지 두 명은 술이라 말해 호탕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식사하셨나요?"라는 말로 인사했는데 요즘은 "커피 한 잔할래요?"로 인사를 한다. 심지어는 최근 골프와 커피 투어를 합성한 골커투어가 파샤 커피의 유럽, 드립 커피의 일본, 루왁 커피의 동남아 지역 투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너무 좋아하는 골퍼로서 바람이 있다. 코스와 시설, 서비스가 좋아서 가는 골프장은 있어도 "A 골프장은 커피 맛집이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왜 국내 골프장에서는 마치 맛집 그 이상으로 가격만 높게 받고 있을까. 1kg의 1만 원하는 품질이 떨어지는 커피콩으로 한 잔당 1만 원에서 1만 5천 원까지 받고 있다. 놀라운 것은 1잔당 원가가 1천 원 이하로 무려 10배 이상의 가격을 받고 있다.
더 심한 골프장도 있다. 원두도 아까운 것일까. 액상 커피에 물을 희석해서 판매하는 골프장도 많다. 주말엔 커피 머신을 통해 골퍼에게 제공할 수 없다는 궁색한 변명이다. 커피 머신이 3대라면 한, 두 대 더 사면 되는데 말이다.
국내 골프장에서 가장 비싼 커피콩을 구입하는 골프장은 경기도 포천에 있는 라싸 골프장으로 1kg에 3만 8천 원짜리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해도 잔당 1200 원 정도라고 한다. 충북 충주에 있는 동촌 골프장은 지난겨울 1억 원을 투자해 커피숍을 만들었다. 최상의 원두를 사용하고도 6000 원에 판매하고 있다.
가장 신선하고 최고급 재료를 사용해서 음식을 만든다는 국내 골프장에서 유독 커피 품질만큼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일까.
지금 국내 골프장에서는 커피라는 사실은 있지만, 골퍼의 커피 취향은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골퍼들은 커피 맛을 잘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맛은 무의식중에 더 좋은 것을 먹었을 때 뇌는 분명히 기억한다.
이것이 취향이다. 취향은 내가 경험한 맛의 감정의 발로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질 낮은 원두에, 액상 커피로 희석하거나, 심지어는 인스턴트 커피를 제공하면서 선택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기는 것이다. 어느 골프장에 가나 그 맛이 그 맛이다 보니 점점 커피 매출이 골프장에서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1980년대, 대량의 기성복이 등장하면서 양장점들이 퇴조했다. 하지만 맞춤복의 가치와 예술적 노력을 기울인 '오트쿠튀르' 양복점은 대성공을 거둔다. 최근엔 가전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냉장고, TV, 스마트폰 등의 디자인을 개인 취향에 맞춘 '비스포크(Bespoke)'가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개인의 취향에 맞춘 앞서가는 경영철학의 결과이다.
앤드루 카네기는 "누구든지 좋은 기회를 만난다. 다만, 그것을 포착하는 시기를 맞추기 어려울 뿐이다"라고 했다. 골퍼 개인의 취향은 철저하게 무시당한 채, 골프장에서 다만 커피라는 사실만 팔 것인지에 대해 '오트쿠튀르', '비스포크'의 예를 통해 곱씹어 볼 일이다.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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