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갚으면 빨간딱지"…불법 추심 신고해도 덮어버리는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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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채무를 갚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늘자 공포심을 일으켜 돈을 받아내는 불법 추심이 활개를 치고 있다.
유순덕 롤링주빌리 이사는 "금감원이 불법 행위를 보고도 넘어가니 추심 시장이 혼탁할 수밖에 없다"며 "불법 추심을 하는 업체는 돈을 줘가며 신고를 무마하고, 채무자도 돈을 갚지 않고 금감원에 신고해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을 금감원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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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돈 줄 테니 취하해 달라" 회유
민원 취하하니, 금감원 곧바로 사건 종결
"불법 추심 사실상 금감원이 일조"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채무를 갚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늘자 공포심을 일으켜 돈을 받아내는 불법 추심이 활개를 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감독해야 하는 금융감독원이 인력 등을 핑계로 해결에 소극적이어서 불법추심 근절 의지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채무자가 금감원에 불법 추심을 신고하더라도 추심업체가 채무자에게 신고를 취소하도록 회유하면 불법추심이 없던 것으로 종결되고 있는 탓이다.
9일 서민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롤링주빌리에 따르면 일부 추심 업체들은 채무자의 곤란한 사정을 이용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양모씨는 2019년 8월 음식물처리기를 임대해 쓰다가 코로나19 여파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됐고, 2020년 4월부터 임대료를 내지 못해 연체가 시작됐다. 물품 대금 채권 소멸시효(3년)는 2023년 3월 완성돼 양씨는 더 이상 돈을 갚을 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A추심업체는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양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B추심업체는 통신비를 연체한 홍모씨에게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집을 찾아가겠다고 전화를 해댔다. 채권 추심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자택을 방문하는 것은 불법이다. 심지어 이 업체는 "통장 계좌를 압류하고 빨간딱지를 붙일 수 있다"고 홍씨를 위협했다. 압류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한 뒤 확정판결을 받아야 가능한데, 이 업체는 이 같은 조치를 진행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해당 추심 피해자들이 롤링주빌리와의 상담 과정에서 불법 추심임을 인지하고 금감원에 신고하면서 발생한다. 추심 업체들은 금감원 신고 사실을 알게 된 직후, 채무자에게 연락해 신고를 취하해달라고 회유했다. 한 추심업체는 실제 채무자에 취하 대가로 80만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추심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채무자가 민원을 취하하겠다고 금감원에 요청하면 금감원은 해당 사건을 종결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우선 피해 구제가 우선인데 신고를 취하했다는 것은 당사자 간 합의가 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검사 인력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원이 들어오는 것마다 일일이 현장에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감독 기관인 금감원의 직무 유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순덕 롤링주빌리 이사는 "금감원이 불법 행위를 보고도 넘어가니 추심 시장이 혼탁할 수밖에 없다"며 "불법 추심을 하는 업체는 돈을 줘가며 신고를 무마하고, 채무자도 돈을 갚지 않고 금감원에 신고해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을 금감원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피해자의 구제 여부를 떠나 불법성 여부는 금감원이 당연히 따져야 할 사항"이라며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합의했다고 덮고 가는 것은 금감원의 월권행위"라고 꼬집었다.
금감원 괸계자는 "종결한다고 해서 완전히 덮는것은 아니고 상황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 추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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