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눈 떠보니 이곳은 수성… 태양계 끝까지 떠난 여행
김소민 기자 2024. 8. 10.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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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수성에 있다.
금성을 지나 지구에 다다르자 소년이 되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어느덧 중년이 넘은 나의 여정은 태양계 끝 행성들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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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일기/김근아 글·그림/44쪽·1만9000원·고래뱃속
눈을 뜨니 수성에 있다. 나는 갓난아이의 모습이다. 뜨거운 해가 떠오르고 진다. 나는 자란다. 금성을 지나 지구에 다다르자 소년이 되었다. 한 소녀를 만난다. 달빛 아래.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겨울, 그녀가 떠났다. 나도 떠난다.
타오르는 듯한 화성, 태풍이 부는 광활한 목성, 그리고 신비한 고리가 있는 토성. 어느덧 중년이 넘은 나의 여정은 태양계 끝 행성들로 이어진다. 태양과 멀어질수록 더 춥고 혹독하다. 별이 태어나고 지듯, 나도 져가는 것일까. 이것은 마지막일까. 아니면 새로운 시작일까.
태양계를 돌아다닌 어떤 존재의 일생을 그린 책. 끓어오르는, 때론 얼어붙은 행성들을 표현한 감각적인 그림들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별의 일생과 인간의 일생이 놀랍도록 닮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이 책은 외계의 한 존재가 태양계 행성들의 표면에 불가사의한 방식으로 새겨 넣은 기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묘한 설정이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마지막 여운도 짙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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