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이 ‘역대 최약체’란 평가를 보기 좋게 뒤집고 금메달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역대 최고 성적이 눈앞이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9일 오후 8시30분 현재 금메달 13개, 은 8개, 동 7개를 따내며 종합 순위 7위에 올라 있다. 2016 리우(금 9·은 3·동 9개, 8위)와 2020 도쿄(금 6·은 4·동 10개, 16위) 올림픽 성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금메달 하나만 추가하면 역대 최다 금메달 기록(종전 13개, 2008 베이징·2012 런던)을 넘어선다. 종합 순위 10위 이내 진입도 유력하다.
당초 대한체육회는 금메달 5개, 종합 15위를 목표로 내걸었다.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구기종목이 모두 예선을 통과하지 못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50명) 이후 최소 규모로 선수단이 꾸려졌기 때문이다. 북한 선수 불참으로 마지막에 합류한 여자 레슬링 이한빛을 포함해도 22개 종목 145명에 그쳤다. 2020 도쿄 올림픽(232명)의 60% 수준이다.
예상이 빗나갔다. 전통 강세 종목인 양궁은 5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금 1개 정도를 예상했던 사격에서는 3개나 쏟아졌다. 펜싱도 오상욱이 금메달 2개(개인·단체전)를 따냈다. 태권도는 첫날 ‘신형 태권V’ 박태준이 금메달을 따내더니, 김유진이 금맥을 이어갔다.
2016 리우올림픽 이후 뚜렷한 ‘활·총·검’의 강세가 또다시 이어졌다. 양궁은 최근 세 번의 올림픽에 걸린 14개의 금메달 중 무려 13개를 독식했다. 사격은 도쿄에선 ‘노 골드’였으나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역대 최고 성적(금3·은3)을 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단체전이 없었던 2016 리우 대회를 제외하고 3연패를 달성했다. 여자 사브르도 은메달을 추가했다.
세 종목의 일정은 끝났지만, 태권도가 막판에 힘을 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안세영을 제외하면 금메달이 모두 ‘활·총·검’과 태권도에서 나왔다. 4명이 출전한 태권도는 추가 메달 가능성도 높다. 금메달 후보 종목인 근대5종(남자 전웅태) 역시 펜싱과 사격이 포함돼 있다.
역대 최다 메달을 딴 건 안방에서 치른 1988년 서울 올림픽(33개)이다. 6개의 메달을 더하면 이 기록도 갈아치운다.
10일엔 무더기 메달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육상 높이뛰기 결선에 오른 우상혁은 몸 상태가 좋다. 유력한 경쟁자 주본 해리슨(미국)이 탈락해 메달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상혁은 “애국가를 울리겠다”며 금메달까지 자신했다.
전지희·이은혜·신유빈이 나서는 여자 탁구 단체전은 동메달결정전에서 독일과 맞붙는다. 도쿄에선 2-3으로 졌지만, 에이스 신유빈의 기량이 3년 사이 크게 발전했다.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서채현도 결승에 나선다. 콤바인은 볼더링과 리드 종목을 합산한다. 서채현은 준결승 볼더링에서는 13위에 그쳤으나, 리드에서 3위에 올랐다. 결승은 8명뿐이라 주종목 리드에서 분전하면 시상대에 오를 수 있다. 파리 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된 브레이킹에 나서는 김홍열 역시 메달권에 가깝다.
폐회식 전날인 11일에는 역도 여자 81㎏급 박혜정이 출격한다. 메달 전망이 밝다. 세계 최강 리원원(중국)을 넘긴 힘드나, 2~3위권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선 크게 빗나간 대한체육회의 목표 설정에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다. 우리 선수단 및 상대 전력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거다.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어든 가운데, 의도된 저평가를 했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체육회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통한 부분도 있다. 체육회는 현지 적응을 돕기 위해 사전 훈련 캠프를 12년 만에 부활했다. 예산 19억 원을 들여 조리사, 의료인력 등 스태프만 40명을 파견했다. 사전 훈련지에서 3주 이상 머물다 예선 사흘 전에 선수촌에 들어간 우상혁은 “사전 훈련지 시설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