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로 하겠습니다" 임애지 한마디에…무뚝뚝 북 방철미도 웃음꽃

김효경 2024. 8. 10. 01: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에서 동메달을 딴 임애지(오른쪽)와 북한 방철미가 시상대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Z플립6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방철미 선수를 안아주고 싶다고 했는데, 안 보이는 곳에서 실제로 안아줬나요?”(일본 기자)

“비밀로 하겠습니다.”(임애지)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기자회견장에서 임애지(25·화순군청)는 일본 통신사 기자로부터 난감한 질문을 받았다. 준결승에서 져 동메달이 확정된 뒤 “방철미와 결승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나중에 안아주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임애지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방철미를 만난 뒤 언니라고 불렀다. 공교롭게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첫 판에 만났고, 방철미가 이겨 금메달을 따냈다.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서도 서로 안부를 나눴다. 그러나 남북 관계 때문에 공식적인 석상에선 서로 아는 척을 하지 못했다.

임애지는 4강에 오른 뒤 “또 만나게 되면 일단 만났다는 것 자체로 너무 기쁠 것 같다. 항저우 때 제가 졌는데 언니가 저한테 ‘많이 늘었다’고 했다. 이번엔 언니를 이겨서 내가 더 잘하게 됐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아쉽게도 둘 다 준결승에서 패하면서 결승에서 만나지는 못했다. 둘은 9일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야 다시 만났다. 공동 3위에 오른 둘은 함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는 온도 차가 있었다. 최초로 여자복싱 메달을 따낸 임애지는 시종일관 밝았다. 금메달을 기대했으나, 결승에 오르지 못한 방철미는 냉랭했다. 임애지는 “지금은 (남북이) 나뉘어졌지만, 같이 힘을 내서 메달을 따서 좋았다. 다음에는 (방철미와)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고, 방철미는 “선수로 같은 순위에 선 것 외에 다른 감정이 전혀 없다”고 했다.

‘집에 메달을 가져가면 누구에게 가장 먼저 걸어주고 싶은지’라는 질문에도 마찬가지였다. 임애지는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도움 받은 사람이 너무 많다. 만나는 사람 다 한번씩 걸어줄 것 같다”고 했다. 방철미는 “동메달이 내가 바라던 그런 것(금메달)이 아니니까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북한 선수단은 3년 전 코로나19를 이유로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았다. 8년 만에 다시 돌아온 올림픽에선 공식 기자회견 외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방철미는 삼성 휴대폰으로 진행된 ‘셀카’ 세리머니 때도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방철미였지만 단 한 순간, 웃음을 터트렸다. 바로 임애지의 “비밀로 하겠다”는 답변이 나온 뒤였다. 임애지는 “(철미 언니가) 말 못 하는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분위기에서 내가 ‘언니’라고 부르면 오히려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제가 더 다가가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