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로 하겠습니다" 임애지 한마디에…무뚝뚝 북 방철미도 웃음꽃
“비밀로 하겠습니다.”(임애지)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기자회견장에서 임애지(25·화순군청)는 일본 통신사 기자로부터 난감한 질문을 받았다. 준결승에서 져 동메달이 확정된 뒤 “방철미와 결승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나중에 안아주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임애지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방철미를 만난 뒤 언니라고 불렀다. 공교롭게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첫 판에 만났고, 방철미가 이겨 금메달을 따냈다.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서도 서로 안부를 나눴다. 그러나 남북 관계 때문에 공식적인 석상에선 서로 아는 척을 하지 못했다.
임애지는 4강에 오른 뒤 “또 만나게 되면 일단 만났다는 것 자체로 너무 기쁠 것 같다. 항저우 때 제가 졌는데 언니가 저한테 ‘많이 늘었다’고 했다. 이번엔 언니를 이겨서 내가 더 잘하게 됐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아쉽게도 둘 다 준결승에서 패하면서 결승에서 만나지는 못했다. 둘은 9일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야 다시 만났다. 공동 3위에 오른 둘은 함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는 온도 차가 있었다. 최초로 여자복싱 메달을 따낸 임애지는 시종일관 밝았다. 금메달을 기대했으나, 결승에 오르지 못한 방철미는 냉랭했다. 임애지는 “지금은 (남북이) 나뉘어졌지만, 같이 힘을 내서 메달을 따서 좋았다. 다음에는 (방철미와)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고, 방철미는 “선수로 같은 순위에 선 것 외에 다른 감정이 전혀 없다”고 했다.
‘집에 메달을 가져가면 누구에게 가장 먼저 걸어주고 싶은지’라는 질문에도 마찬가지였다. 임애지는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도움 받은 사람이 너무 많다. 만나는 사람 다 한번씩 걸어줄 것 같다”고 했다. 방철미는 “동메달이 내가 바라던 그런 것(금메달)이 아니니까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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