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과 불법 사이…전문직 꿈꾸는 '셜록 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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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인가 해결사인가, 탐정 논란
“추격전이요? 그건 초보 탐정들이나 하는 일이죠.” 경기도 군포시의 한 오피스텔 앞. 한모씨는 미련 없이 손을 운전대에서 내려놨다. 그의 직업은 ‘사설탐정’. 의뢰인의 요구에 따라 증거나 근거 자료를 조사하고 수집하는 역할이다. 이날 그는 금전 사기를 당했다는 의뢰인의 요청을 받고 채무자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뒤쫓던 중이었다. 하지만 영화에 나올 법한 추격전은 더 이상 없었다. 오히려 첩보전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실제로 한씨는 차안에서 대기하다 채무자의 차량을 발견한 직후 3개 팀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뒤를 쫓았지만 도중에 추격을 중단해야만 했다. 한씨는 “상대가 눈치를 채고 숨어버리는 것도 난감한 문제지만 더욱 조심해야 할 건 탐정 자신은 물론 의뢰인도 법적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현행법상 불법의 경계를 넘지 않는 게 탐정 활동의 최대 과제이자 노하우”라고 말했다.
![최근 거리에 탐정 사무소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협회 간판. [사진 대한민국 탐정협회]](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8/14/joongangsunday/20240814082450911vwsf.jpg)
하금석 한국공인탐정협회장은 “이름이 주는 느낌 때문에 탐정 사무소는 합법, 흥신소는 불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명칭은 현재 모두 합법”이라며 “탐정이든 흥신소 직원이든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법을 어기면 처벌을 받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탐정이라고 해도 현행법상 허용되는 활동 범위는 일반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탐정 사무소를 찾는 의뢰인 대다수가 이런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의뢰인까지 처벌받은 사례도 적잖다. 지난달 25일 광주지방법원은 별거 중인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배우자의 뒤를 쫓아 스토킹 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설탐정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면서 의뢰인 B씨에게도 벌금 50만원을 함께 선고했다. 재판부는 “직장 내부를 둘러보고 주차장 관리자를 탐문하는 등 사회 상규상 허용되는 정당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고 모든 탐정 활동이 처벌 대상은 아니다. 지난해 전남 장성군 지역농협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출마자를 미행한 사설탐정은 스토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가 선고됐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무 특성상 누군가의 뒤를 쫓을 수밖에 없는 사설탐정 입장에선 법원의 판단을 수시로 확인하는 게 필수가 됐다. 탐정들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정확히 판단하는 게 실제 업무보다 더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런 와중에 민간 탐정 자격증이 난립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2019년 탐정업 등록이 허용될 당시 5개였던 민간 탐정 자격증은 5년 새 103개로 급증했다. 이 중 하나라도 취득하면 경찰청에 등록되는 탐정이 될 수 있다 보니 민간 자격증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논란이 지속되자 탐정업계에서는 합법적인 탐정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규정해 달라는 요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 직업군처럼 국가에서 엄격하게 자격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문도 곁들여진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탐정 명칭이 합법화된 반면 탐정업을 규정하는 법은 마련되지 않으면서 과거에 불법 흥신소를 운영하던 사람들까지 탐정 간판을 내걸고 영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누구나 탐정 자격증을 만들고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 보니 업계가 혼탁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선 임시 체포권, 일본은 경찰 등록
반면 일찌감치 탐정업이 성행한 미국은 탐정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공인 탐정에게 총기 소지나 임시 체포권도 허용하고 있다. 다만 권한만큼 관리도 철저하다. 탐정 면허나 자격을 획득한 사람은 일정 기간 기존 탐정 밑에서 경력을 쌓도록 하고 사무소를 개업할 때는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책임질 수 없다면 권한도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일본은 엄격한 가이드라인 속에서 일부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2007년 ‘탐정 업무의 적정화에 대한 법률’을 제정한 뒤 탐정 업무의 합법·불법 경계를 명확히 규정해 놨다. 그러다 보니 불륜 현장의 증거 수집도 엄격한 관리와 절차를 거칠 경우 합법적인 탐정 업무로 인정된다. 경찰에 정식으로 등록된 탐정이 사전에 사건 기록을 작성하는 등 절차를 밟으면 스토킹 등의 죄도 묻지 않는다.
손상철 단국대 행정법무대학원 교수는 “탐정업법의 공백을 계속 방치할 경우 사설탐정은 물론 일반인 의뢰인들도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될 우려가 크다”며 “탐정에게 어떤 공인 자격을 부여하고 어디까지 권한을 허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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