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인 다 빠진 ‘맹탕 방송 청문회’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적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 등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덕훈 기자

국회 과방위가 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서 불법을 규명하겠다며 청문회를 열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증인으로 채택한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 새로 선임된 KBS 이사들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들이 대거 불참했다. 이 바람에 “불출석한 증인들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겠다”는 민주당과 “청문회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설전을 주고받다가 2시간 만에 끝났다.

이날 청문회는 ‘불법적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청문회란 이름으로 민주당이 주도해 열렸다. 민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지난 2일 ‘방통위원 2인 체제’에서 방문진·KBS 신임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게 불법이라며 이 위원장을 취임 사흘 만에 탄핵소추한 데 이어 불법의 증거를 찾겠다며 청문회까지 열었다. 민주당은 청문회 증인으로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 위원장과 김태규 직무대행, KBS 신임 이사 7명과 방문진 신임 이사 6명 등 29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과 김 직무대행, KBS·방문진 신임 이사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았다. 방문진 이사 공모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일부 인사와 방통위 직원들만 나왔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청문회 시작에 앞서 “증인 29명 중 16명이 불출석했는데, 이들에 대한 고발 여부에 대해 간사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방통위법상 최소 의결정족수가 ‘방통위원 2인’이고 방문진 등 이사 선임 과정에 불법이 없다면서 오히려 청문회를 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했다.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리가 본격화할 텐데 ‘억지 청문회’를 왜 해야 하느냐”고 했다. 반면 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5월 한상혁 당시 방통위원장을 면직하면서 방송 장악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14일 2차, 21일 3차 등 두 차례 더 청문회를 잡아놓았다. 불출석한 증인들이 나올 때까지 청문회를 열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