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1개 혐의’ 이재명과 ‘드루킹 댓글’ 김경수… 민주당의 이지선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8·15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더불어민주당은 온종일 들썩였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김 전 지사가 복권되면 정지됐던 피선거권이 회복된다. 김 전 지사의 정치 활동 족쇄가 풀리면 이재명 전 대표의 독주나 다름없었던 민주당 차기 대선 구도에 김 전 지사가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비주류인 친문·비명계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고, 그동안 거칠 것이 없었던 친명계는 경계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친문·친명계 모두 자파의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질 뿐, 왜 김 전 지사가 피선거권이 박탈됐는지 성찰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드루킹 사건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김 전 지사와 드루킹 일당이 공모해 포털 사이트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에 나선 사건이다. 당시 특검이 파악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규모는 8840만회에 달한다. 대법원은 김 전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국민이 직접 대표를 선출하고자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는 선거 국면에서 이뤄진 범행이라는 점에서 위법성의 정도가 무겁다”고 했다.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했기 때문에 중형을 내렸다는 것이다.
김 전 지사는 그럼에도 지금까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한 적이 없다. 오히려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며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 이런 인물의 귀환에 대선 계산판 두드리는 소리만 요란하다.
어느 당이든 잠재적 대선 후보군이 늘어나면 유권자의 선택지도 늘어난다는 점에서 나쁘다고 볼 일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의 차기 대선 유력 주자는 선거법 위반, 위증·배임·제삼자 뇌물 등 11개 혐의로 4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정치 활동의 족쇄를 풀 가능성이 있는 다크호스는 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조작했다고 사법부가 공인한 ‘민주주의 파괴범’이다. 이런 선택지가 과연 유권자들의 환영을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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