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관왕 노린 라일스 코로나로 하차…마후치크, 경기장서 침낭 낮잠 화제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스타드 드 프랑스는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했다. 폐회식과 육상 경기를 위해서였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보라색 트랙은 눈을 즐겁게 했다. 8만여 명이 내지르는 함성과 열기는 콘서트 같았다. 음악에 맞춰 노래 부르고, 선수들이 도약할 땐 박수를 쳤다.
육상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48개의 금메달이 걸렸다. 난민 선수단 포함 참가국 206개 중 무려 200개국이 경쟁했다. 올림픽 기준 기록과 랭킹이 없더라도 보편적 참가권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장 곳곳에서 다양한 국기와 국가를 상징하는 도구를 든 관객들을 볼 수 있었다.
이번 대회 최고 스타는 단거리 강자 노아 라일스(27·미국)다. 수영 4관왕에 오른 레옹 마르샹(22·프랑스)과 함께 최다 메달리스트에 도전했지만 코로나19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라일스의 우상은 우사인 볼트다. 볼트는 두 차례(2008 베이징, 2016 리우) 단거리 3관왕(100m, 200m, 400m 계주)에 올랐다. 라일스는 볼트도 이루지 못한 4관왕에 도전했다. 라일스는 5일 남자 100m 결선에서 9초7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2위 키셰인 톰슨(23·자메이카)과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0.005초가 빨랐다.
하지만 9일 열린 주종목 200m 결선에서는 레칠레 테보고(보츠와나·19초46)와 케네스 베드나렉(미국·19초62)에 뒤져 동메달에 머물렀다. 경기 뒤 라일스는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며 힘들어했다. 어린 시절 천식 병력이 있었던 그는 응급 처치를 받고 휠체어에 올랐다.
곧이어 라일스가 이틀 전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그는 이날 대기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라일스는 “(100m 결승 다음날인) 6일 아침 5시쯤 일어났는데 정말 끔찍한 기분이었다. 100m를 달려 아픈 것 이상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라일스는 400m 계주(10일)와 1600m 계주(11일)에도 나설 예정이었으나 잔여 경기 출전을 포기했다. 그는 “내 2024년 올림픽은 이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한다. 꿈꾸던 올림픽은 아니지만, 많은 기쁨이 남았다. 모두가 경기를 즐겼기를 바란다”고 했다.
마후치크는 경기장에서 침낭을 깔고 운동 가방을 베개 삼아 낮잠을 자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누리꾼들은 ‘잠자는 공주’ 같다고 했다. 마후치크는 “주니어 시절 코치의 조언에 따라 시작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혈류를 개선하고 신체의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잔다”고 설명했다. 남자 높이뛰기 최강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과 한국 간판 우상혁도 그늘을 찾아 눈을 감고 쉬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남자 50㎞ 경기를 폐지하고, 남녀 1명씩 팀을 이뤄 42.195㎞를 걷는 마라톤 경보 혼성 계주를 신설했다. 초대 챔피언은 마리아 페레스와 마르틴 알바로(스페인)가 차지했다. 두 선수는 7일 에펠탑과 트로카데로 광장을 잇는 이에나 다리에 설치한 경보 코스에서 42.195㎞를 2시간50분31초에 걸었다.
한국 육상은 ‘축제’를 즐기지 못했다. 역대 최소인 3명 출전에 그쳤다. 마라톤은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우상혁은 결선에 올랐지만 남자 경보 20㎞에 나선 최병광(33)은 42위에 머물렀고, 세단뛰기 김장우(25)는 26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p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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