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되찾은 동메달...전상균 "3년 전 돌아가신 감독님, 이 소식 정말 좋아하셨는데..." [올림픽 NOW]
[스포티비뉴스=파리(프랑스), 조용운 기자] 조금 많이 늦었지만 작고한 스승에게 올림픽 메달을 안길 수 있게 됐다.
역도 국가대표 출신 전상균이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 마련된 챔피언스파크에서 전상균의 메달 수여식이 진행됐다.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역도 최중량급(105kg 이상)에 출전해 4위를 기록했던 전상균은 사후 도핑 테스트에서 3위였던 러시아 선수의 금지약물 투여가 확인돼 동메달로 승격됐다.
파리의 명물 에펠탑이 훤히 보이는 광장을 향해 발을 내딛은 전상균은 정정당당하게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선수에게 큰 박수를 보내는 파리 시민들 앞에서 양손을 들어보였다. 12년이 늦은 동메달이지만 현역 때 아픔을 치유하기에 충분히 화려한 시상식이었다.
런던 올림픽 당시 전상균은 한국 선수단이 메달을 기대하는 재능 있던 역도 대표였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로 국제대회 자신감도 올라갔던 때라 런던에서 화려한 비상을 꿈꿨다.
기록도 나쁘지 않았다. 전상균은 인상 190kg, 용상 246kg으로 합계 436kg을 들어올렸다. 그런데 주목하지 않았던 러시아의 루슬란 알베고프가 이보다 더 큰 중량을 들어올리면서 3위를 차지했다. 전상균의 올림픽 메달 꿈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런데 러시아가 국가 차원에서 도핑을 주도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201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런던 올림픽 당시 러시아 선수들의 약물 시안을 재검사했다. 그 결과 알베고프의 금지약물 투약이 확인됐고, 올림픽 기록을 삭제했다.
자연스럽게 4위였던 전상균이 동메달리스트로 승격됐다. 그로부터 7년이 더 흘러서야 정식으로 메달을 수여받게 됐다. 런던 때부터 계산하면 12년이나 지났다. 국가대표였던 전상균은 이제 바벨을 내려놓고 한국조폐공사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됐다. 조폐공사 역도팀 감독을 지내기도 했으나 팀이 해체되면서 사무직으로 편입됐고, 어느덧 차장까지 달았다.
이제서야 주인을 찾은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건 그는 취재진을 만나 "그래도 조금은 위로가 되는 것 같다"라며 감격에 젖었다.
그때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전상균은 "당시 메달을 당연히 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 복병인 러시아 선수가 나타나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며 "스포츠인으로서 정정당당하게 패배를 인정했었다. 그런데 다시 좋은 결과로 돌아와서 기분이 참 좋다"라고 웃었다.
열심히 근무하다가 급히 파리행 비행기에 오른 전상균은 아직 얼떨떨하다. 10년의 세월을 직장인으로 보냈다 보니 선수로 불리는 게 낯설다. 그는 "당시 메달을 따는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어서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앞으로 삶도 직장인으로 꾸준히 이어가지 않을까 한다"며 "기회가 닿는다면 역도 현장에서 후배들을 양성하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다"라고 말했다.
전상균은 역도 집안이다. 그의 딸 전희수가 올해 열린 전국역도선수권대회 여자 고등부 76kg급에서 한국 학생 신기록을 세우며 피를 물려받았다.
전상균은 "역도를 했던 사람이지만 딸에게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딸을 지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희수도 엄마, 아빠가 국가대표에 메달리스트라는 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묻는 질문에 '별로 신경 안 쓴다'라고 답하더라. 그런 아이의 마인드를 존경스럽게 바라본다"라고 전했다.
메달 수여식이 늦어지는 바람에 스승에게 직접 고마움을 전하기 어려워졌다. 메달을 받고 가장 생각나는 분이 누군지 묻자 "당시 지도해주셨던 이형근 감독님이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 처음 이 소식을 접하시고 진짜 많이 좋아해주셨는데 안타깝게도 돌아가셔서 그분께 제일 많이 고맙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다"라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올림픽 동메달리스트가 되면서 현실적으로 달라진 건 연금이다. 메달 승격이 결정된 지난 3월부터 월 52만5천원 에 달하는 동메달 연금을 수령하고 있다. 다만 지난 12년간 받지 못한 금액은 어쩔 도리가 없다. 수당을 포함해 단순 계산을 하면 9천만 원에 달하는 큰 돈이다.
전상균은 "맞다.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런데 지급 규정이 없어 받지 못하는데 달라고 떼를 쓸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큰 돈인데 그 돈 없어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다운 삶을 살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상균은 메달을 받은 뒤 조폐공사 사기를 들어보였다. 그는 "메달 수여식이 결정되고 회사에서 많은 축하를 해주셨다. 사장님은 직접 내려오셔서 기뻐하셨고, 임직원분들도 좋아해주셔서 몸둘 바를 몰랐다"며 "생각 끝에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기를 들고 사진을 찍기로 했다.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려는 의도"라고 웃었다.
파리로 어려운 발걸음을 한 전상균은 역도 후배들의 올림픽 현장을 직접 찾아 응원할 계획이다. '포스트 장미란'으로 불리는 박혜정의 경기를 관전하려는 전상균은 "언제나 마음으로 역도 후배들을 응원하고 있다"라고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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