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줬냐고 묻자 “그건 비밀이에요”…슬쩍 웃은 두 사람, 뒷얘기가 궁금하네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4. 8. 10.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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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로 하겠습니다."

임애지(25·화순군청)는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복싱 여자 54㎏급 메달 시상식이 끝난 뒤 한 일본 기자가 "시상식에서 북한 방철미 선수(30)를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는데, 안 보이는 곳에서 실제로 안아줬는가?"라고 질문하자 이같이 답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임애지는 공동취재구역에서 "(방철미 선수가) 말 못 하는 사정이 있구나 싶어서 나도 말을 걸지 않았다. 곤란하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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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나란히 복싱 동메달 받아
임애지, 회견장서 애정 드러내
거리 두던 방철미도 처음 미소

◆ 2024 파리올림픽 ◆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메달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임애지(오른쪽)와 북한 방철미가 삼성전자 갤럭시 Z플립6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비밀로 하겠습니다.”

임애지(25·화순군청)는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복싱 여자 54㎏급 메달 시상식이 끝난 뒤 한 일본 기자가 “시상식에서 북한 방철미 선수(30)를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는데, 안 보이는 곳에서 실제로 안아줬는가?”라고 질문하자 이같이 답했다. 북한 관계자의 감시 아래 표정 관리를 하고 있던 방철미는 이 말을 듣고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얼어붙은 남북 관계로 인해 티를 내지 못했던 두 사람의 우정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에서 나란히 동메달을 딴 임애지와 방철미의 우정은 시상식에서도 드러났다. 임애지가 시상대에 올라설 때 먼저 올라와있던 방철미는 작은 손짓을 보냈다. 표정은 무뚝뚝했지만 분명 임애지를 배려하는 행동이었다.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임애지(오른쪽)와 북한 방철미가 시상대에 올라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임애지와 방철미는 다른 국제대회에서 이미 마주친 사이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복싱 여자 54kg 16강전에서는 방철미가 심판 전원일치로 임애지를 이겼다. 임애지는 경기가 끝난 뒤 방철미가 자신에게 “수고했다. 많이 늘었더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방철미는 이번 대회 준결승전을 앞두고도 선수촌 웨이트장에서 마주친 임애지에게 “파이팅하라”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애지와 방철미가 준결승전에서 각각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와 창위안(중국)을 이겼으면 결승에서 남북 대결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서로 상대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지만 방철미는 시상식 내내 굳은 표정을 유지했고 기자회견 때도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 기자가 동메달 소감을 묻자 “이번 경기에서 1등을 하자고 생각하고 왔지만, 3등밖에 쟁취하지 못했다. 올림픽은 여느 경기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큰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바라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애지가 “파리 올림픽에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서 행복했다. 관중 함성을 들으며 더 힘을 얻었다. 올림픽같이 축제를 즐길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집에 메달을 가져가면 누구에게 가장 먼저 걸어주고 싶은지’라는 질문에도 방철미는 “동메달이 내가 바라던 그런 것(금메달)이 아니니까 별로 소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임애지는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도움받은 사람이 너무 많다. 만나는 사람 다 한 번씩 걸어줄 것 같다”고 밝혔다.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메달 시상식에서 한국의 임애지(맨 오른쪽)와 북한 방철미(오른쪽 둘째)가 시상대에 올라 삼성전자 갤럭시 Z플립6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시상식이 끝난 뒤 임애지는 공동취재구역에서 “(방철미 선수가) 말 못 하는 사정이 있구나 싶어서 나도 말을 걸지 않았다. 곤란하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분위기에서 내가 ‘언니’라고 부르면 오히려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제가 더 다가가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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