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리트윗’ ‘공유’는 딸들에게 더 해롭다
불안세대
조너선 하이트 지음|이충호 옮김|웅진지식하우스|528쪽|2만4800원
오프라인 현실 세계에서 아이들은 과하게 보호받고 있다. 걸어서 15분 거리의 학교도 부모가 차로 데려다 주고, 놀이터에 혼자 나가 노는 건 위험하다며 금지한다. 반면, 온라인 가상 세계에서는 오히려 방임 상태다. 미국에선 13세 미만 아동은 부모 동의 없이 소셜 미디어 계정을 개설할 수 없게 되어 있지만 아이들이 나이를 속여 가입하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 13세 미만 미국 아동 중 40%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유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결과 남자아이들은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포르노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고, 여자아이들은 물만 마시는 다이어트처럼 극단적인 다이어트의 유혹을 받는다.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 교수는 ‘가상 세계의 과소 보호’와 ‘현실 세계의 과잉 보호’가 1996년 이후 태어난 Z세대를 과도한 불안으로 몰아넣은 근본 이유라고 말한다. Z세대를 ‘불안 세대(The Anxious Generation)’라 명명한 이 책은 하이트가 베스트셀러 ‘바른 마음’(2012) 이후 12년 만에 내놓은 단독 저서다.
◇우울증에 빠진 Z세대
저자는 우선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미국, 영국, 북유럽 등에서 Z세대의 우울증 발생 빈도가 인종과 사회계층에 관계없이 2.5배 증가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는 다른 세대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던 Z세대만의 특징이다.
핵심은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에 있다. Z세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1996년생이 사춘기를 맞이한 2009년은 온라인상의 여러 트렌드가 급변한 해였다. 2009년 페이스북이 ‘좋아요’ ‘리트윗’ ‘공유’ 버튼을 도입하면서 온라인 세계의 사회적 역학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2010년 스마트폰이 전면 카메라 기능을 추가하고, 2012년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에 인수되며 인기가 높아지자 자신의 일상생활을 촬영해 세심하게 편집한 사진과 영상을 남들이 평가할 수 있도록 게시하는 청소년 수가 크게 늘어났다.
Z세대가 공유한 우주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생활의 상당 부분을 자신의 온라인 ‘브랜드’를 관리하는 데 쏟아부어야 한다.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온라인 따돌림을 피하기 위해서다. 오프라인에서는 친구와 갈등을 빚더라도 쉽게 해소가 가능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자그마한 실수에도 ‘친구’들은 가차 없이 소셜 미디어 팔로를 취소한다. ‘실수의 비용’이 막대한 것이다. 온라인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Z세대는 늘 긴장된 상태로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이들의 불안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SNS는 소녀들에게 더 해로워
“소셜 미디어는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에게 더 해롭다.” 저자의 분석이다. 일단 여자아이들이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이 남자아이들에 비해 길다. 소년들은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하는데 소녀들은 인스타그램 등 시각 이미지 중심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방문하기 위해 온라인을 찾는다.
인스타그램의 사진 보정 앱이 여자아이들의 마음속에 ‘불안 경보’를 울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배우나 모델 외 일반 여성들도 필터와 편집을 거쳐 완벽하게 보정된 사진을 게시하기 때문에 미의 기준이 높아지고, 소녀들이 외모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일이 빈번해진다는 것. 저자의 이런 주장은 “여자 청소년은 남자 청소년에 비해 사회적 지위가 아름다움과 성적 매력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저자의 인식에 근거한다.
사이버 집단 괴롭힘도 여자아이에게 더 치명적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집단 내에서의 ‘융화성’을 더 중시하므로, 소문을 퍼뜨리고, 친구들을 돌아서게 만드는 방법으로 다른 여자아이들을 공격하는데, 이런 일이 특정인을 제외한 단체 채팅방을 만들거나 인스타그램 피드에 비방하는 글을 쓰고 이름을 태그하는 식으로 온라인에서 손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10대 초반 여자아이가 소셜 미디어 계정을 만들면 나이 많은 남성이 팔로잉하면서 접촉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으며, 학교에서 남학생들이 나체 사진을 보내라는 압력을 가한다”고 말한다. 성범죄 위험이 커진다는 것도 여자아이에게 소셜미디어가 더 해롭다는 근거라는 것이다.
◇”16세 전엔 소셜미디어 금지해야”
저자는 아이들을 불안의 늪에서 구하기 위해 네 가지를 제안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스마트폰을 금지한다 ▲16세가 되기 전에는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다 ▲감시받지 않는 놀이와 아동의 독립성을 더 확대한다.
특히 네 번째 제언을 위해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학교까지 걸어가도록 장려하고, 방과 후 자유 놀이를 즐기게 하라고 조언한다. 아동기에 우발적인 일들을 겪어야 삶의 면역력을 키울 수 있지만 헬리콥터 부모 밑에서 안전지상주의자로 자란 Z세대는 면역력을 미처 키우지 못해 온라인상의 위험에도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아동을 공공 장소나 차에 혼자 내버려두었다고 처벌하는 미국 일부 주에 대해서도 “자녀에게 나이에 적절한 독립성을 제공하는 쪽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부모를 기소하는 공권력 행사를 멈춰야 한다”고 비판한다.
하이트는 그레그 루키아노프와의 공저 ‘나쁜 교육’(2018)에서부터 줄곧 ‘요즘 애들’이 나약하다며 우려해 왔다. 이번 책은 소셜 미디어의 단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특정 성에 대한 편견을 공고화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렇지만 자녀를 지구와는 너무나 환경이 다른 화성에 보내는 일엔 반대할 거면서 왜 스마트폰을 쥐여주며 위험하기 짝이 없는 온라인 세계에 떨구느냐는 저자의 문제의식에 귀 기울이지 않을 부모는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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