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벽돌책] 자폐증은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
존 돈반, 캐런 주커의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꿈꿀자유)는 굉장히 지적이고 감동적인 논픽션이다.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이 칼럼 독자들께 “저 믿고 한번 펼쳐주십시오”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을 정도로. 아마 자폐와 접점이 있는 분들은 이미 이 책을 읽었거나 최소한 이 책의 존재는 알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은 자폐와 접점이 없는 분들을 향해 쓴다. 과학 교양서이면서 인물 열전이고 실용서이기도 한 864쪽짜리 책을 한 측면으로만 소개하는 서평가의 실력 부족을 너그럽게 봐주시기를.
우선 이 책 앞부분은 ‘한 사회가 어떻게 희생양을 만들어내는가, 그 과정에서 과학이 어떻게 잘못 이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 연구 초기에 일명 ‘냉장고 엄마’ 이론이 퍼졌다. 사랑을 주지 않는 어머니가 아이의 자폐를 불러일으킨다는 끔찍한 주장이었다. 이 잘못된 이론이 수많은 어머니를 죄책감에 빠뜨리고, 거기에 더해 가족과 사회의 비난까지 받게 했다.
책 중반부는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사회의 거대한 편견을 바꾸는 드라마’로 읽을 수 있다. 부모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잘못된 인식에 맞서기 위해 뭉쳤다. 자폐인이 학교에서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자폐 연구 지원을 약속받기 위해 싸웠다. 그들은 그 과정에서 모욕당하고 좌절하다, 크고 작은 성취를 기적처럼 이루고, 반목하고 분열하고, 다시 일어섰다.
나는 책 후반부를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읽었다. 일부 자폐 운동가가 백신 음모론을 받아들이고 자폐 공동체가 이 문제로 내전을 벌이는 과정은 읽기 괴롭고 당혹스럽다. 무엇이 잘못이었을까? ‘자폐는 치유되어야 할 질병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한 방식이며, 정체성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최근의 신경 다양성 개념은 논쟁적이다. 이 논의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까?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폐증은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자폐의 역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많은 이가 어떻게 뭉쳐서 분투했는지를 그린 기록이기도 하다. 읽다 보면 거기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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