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의 형태보다 강물 거스르며 살아가는 생명체의 삶이 궁금했다”
연해주
송호근 장편소설 | 나남 | 376쪽 | 1만7800원
“사회과학은 강물의 구도와 흐름과 물색을 살피느라 물고기와 수중 생물의 생태를 놓친다. 그 생명체들이 물살을 어떻게 거스르는지, 물색에 어떻게 적응하는지가 궁금했다.”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는 신간 소설 ‘연해주’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지난 8일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40년 가까이 사회과학을 해왔다. 하지만 사회과학의 객관성에 안주할 수 없더라. 나는 사회과학과 문학을 오가는 습관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장편소설 ‘강화도(2017)’ ‘다시, 빛 속으로(2018)’, 소설집 ‘꽃이 문득 말을 걸었다(2022)’ 등을 펴내며 소설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학문적 문제의식을 소설로 빚는 셈.
일제강점기, 연해주에서 독립군 사령관으로 활약한 실존 인물 김경천(1888~1942)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대한제국 군인 집안에서 태어난 김경천은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장교로 복무했다. 대한제국이 무너지던 당시 ‘시민의 자유’에 눈떴고, 3·1 만세 운동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연해주로 망명해 항일 무장투쟁에 헌신한다.
고종의 서거로 ‘군주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 옮아가던 시기. 민권(民權)에 눈 뜬 건 김경천만이 아니다. 작가는 지청천·최재형·이상재·정재관 등 실존한 당시 인물들을 소환한다. 이들의 국가에 대한 견해와 이념을 소설에 녹여낸다. “혁명을 좇아 연해주로 온 것은 운명이었다. 한 시대가 자신의 인생 속으로 걸어 들어온 것도 운명이었다.” 소설 속 김경천의 독백은 독자에게 시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 숙고하도록 한다. 작가는 “역사와 내 고민을 연결하면 그것이 역사의식 아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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