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발레 스타들이 총출동한 특별한 갈라 무대가 열렸다. 지난 8일 고양 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개최된 ‘뉴 웨이브 댄스 2024’다. ‘무용 올림픽’으로 불리는 탄츠올림프 베를린의 아시아 예선에 즈음해 올해 처음 열렸다. 내년 마린스키 발레단 솔리스트 입단이 확정된 발레리노 전민철(사진)을 비롯해 올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수상자 박건희·이승민 등, 최근 국제 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스무살 안팎의 신진 무용수들이 기량을 뽐냈다.
통상 발레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그랑 데필레(전체 출연진의 대행렬)로 문을 연 것부터 특별했다. 지난 6일부터 열린 올해 탄츠올림프 아시아 수상자들과 신진 스타들이 한데 어우러져 무대를 꽉 채워 장관을 이뤘고, 이어서 대선배인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리회·박종석이 ‘백조의 호수’ 2막 아다지오를 원숙하게 보여주며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했다.
이후엔 통통 튀는 신인들의 잔치였다. 남녀 무용수 3명이 고도의 테크닉을 주고받는 ‘해적’ 파드트루아부터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특히 코리아 국제 발레 콩쿠르 금상 수상자인 알리 역 이강원의 경이로운 점프에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올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승민과 김민진의 ‘탈리스만’ 그랑 파드되, 박건희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중 데지레 솔로도 깔끔한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ABT발레단 서윤정과 이은수의 ‘돈키호테’ 그랑파드되도 돈키호테답게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하이라이트는 화제의 발레리노 전민철과 박채은의 에스메랄다 그랑파드되였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 원작의 전막 발레 중 한 장면인데, 초반 스태프의 실수로 음악이 끊기는 돌발상황이 발생했지만 무용수들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잠시 퇴장 후 재등장한 전민철의 우아한 점프와 회전은 흔들림이 없었고, 박채은이 발끝으로 탬버린을 치는 유연하고 정교한 움직임도 볼거리였다. 관객들은 “그 바람에 전민철의 무대를 두 번 볼 수 있었다”며 오히려 즐거워했다. 전민철은 커튼콜에서 최고의 신인 무용수에게 주어지는 ‘2024 뉴웨이브상’도 ‘깜짝’ 수상했다.
출연자 대부분이 스무살 안팎의 신예들이었지만, 월드클래스로 성장한 K발레를 인증하는 듯한 무대였다. 국내 발레 팬 외에도 탄츠올림프 아시아 심사를 위해 모인 탄츠올림프 베를린 대표 올렉시 베스메르트니와 베를린 슈타츠 국립발레학교 교장 도린 윈돌프, 타이완 국제 발레 콩쿠르 대표 케니 왕 등 세계 발레계 인사들도 직관했다. 김긍수 탄츠올림프 아시아 대표는 “전공자들이 국제적인 감각을 익히고 졸업 후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네트워킹을 위해 마련한 무대”라고 말했다. 올렉시 베스메를트니는 “이 정도면 유럽에서도 손색 없는 수준”이라면서 “출연 무용수 모두 유럽의 유명 컴퍼니에 기용될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고 추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