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에 아이들이 병든다

이후남 2024. 8. 1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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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불안 세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이충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스마트폰과 각종 소셜 미디어는 짧은 역사에도 일상의 필수품처럼 자리 잡았다. 갈수록 그 편리만 아니라 여러 문제에 대한 인식과 비판도 확산하고 있다. 이 책은 특히 아동과 청소년에게 미치는 해악을 지적하며, 연령에 따라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사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저명한 사회심리학자로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바른 마음』 등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한국에도 낯익다. 10대인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책은 2010년대 초 청소년 정신 건강에 나타난 적신호부터 전한다. 서구 각국의 통계는 10대 초반을 비롯해 젊은 세대의 불안, 우울증, 자해, 자살 등이 이 시기부터 크게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지은이가 특히 주목하는 건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Z세대. 앞서 밀레니얼 세대도 휴대폰을 쓰며 자랐지만, 인터넷 접속이 안 되고 통화와 문자만 가능한 기본 휴대폰이었다.

학교 밖에서 휴대전화로 놀고 있는 12세 소년. 지난 6월 스페인에서 촬영된 모습이다. 스페인, 아일랜드, 영국 등 최근 유럽 전역에서 아이들이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을 일상으로 만들려는 부모들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면 Z세대가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2010년 전후로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 인스타그램 같은 사진·동영상 기반 소셜 미디어, 알고리듬을 통한 콘텐트 큐레이션 등이 등장하고 확산했다. ‘좋아요’나 ‘리트윗’은 게시물의 성공에 대한 계량화와 바이럴 콘텐트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추겼다. 지은이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이 주목적이었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은 이 모든 것에 24시간 접속이 가능하게 한다.

이로 인한 아이들의 수면 박탈, 집중력 분산, 중독의 문제와 더불어 지은이는 아동기에 절실한 사회적 경험의 박탈을 큰 해악으로 지적한다. 그는 ‘놀이 기반 아동기’가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로 대체됐고, 현실세계에서의 과잉보호가 가상세계에서의 과소보호와 맞물렸다고 설명한다. 양육 방식 등이 점차 변하며 ‘안전제일주의’가 대두했고, 어른 없이 아이가 돌아다니거나 어른이 제시한 규칙 없이 노는 모습이 사라졌다는 것. 놀이터의 ‘뺑뺑이’도 사라졌다. 조금이라도 위험해 보이는 놀이 기구는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아동의 성장에 대한 여러 설명을 통해 어린나무가 뿌리를 내리려면 바람을 맞아야 하고, 아이들이 다치지 않는 법을 배우려면 약간의 위험과 스릴을 감수하는 놀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은이는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에게 소셜 미디어가 더 해롭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조사에 따르면, 평일 5시간 이상 소셜 미디어에 시간을 쓴다고 답한 여자아이는 아닌 경우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세 배나 높았다. 지은이는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외모 등 시각적 비교에 더 민감하고, 소셜 미디어에서 외모에 대해 더 신랄한 비판에 노출되고, 비현실적 몸매의 게시물이 제시하는 기준에 더 많이 영향받는다고 설명한다.

또 남자아이의 공격성이 신체적 위협으로 나타난다면 여자아이는 관계가 중심이다. 쉽게 말해 주먹질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른 여자아이의 평판과 관계를 훼손하는 식으로 공격성을 드러낸다. 이는 여자아이들 사이에 사이버 방식의 집단 괴롭힘이 늘어났다는 통계와도 맞물린다. 지은이는 여자아이가 성적인 사진을 요구하는 성인 남성을 비롯해 약탈과 괴롭힘에 더 취약한 점 등도 지적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지은이는 네 가지를 제시한다. 고등학생이 되기 전(미국 기준 14세 이상)에는 스마트폰을, 16세가 되기 전에는 소셜 미디어를, 초·중·고에서는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것, 그리고 아이들에게 어른이 감독하지 않는 놀이와 독립적 행동을 더 많이 보장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상관관계를 넘어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를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해친 원인으로 본다. 이를 포함해 저자의 여러 주장에는 공감만 아니라 반론도 적지 않을 터. 그럼에도 이 책은 관련 여러 논의의 출발점으로도 매우 유용해 보인다.

현재 여러 나라에서 소셜 미디어 사용 연령 상향 등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나라마다 연령이 조금씩 다르지만, 이 책에 따르면 1988년 미국의 관련 입법이 13세 이상을 기준 삼은 것이 그 출발점이자 참고가 됐다. 한데 이는 영화의 관람등급 같은 개념이 아니다. 계정을 개설하고 자신의 개인 정보 수집을 허용하는 데 13세 미만은 부모의 인지나 동의를 받으라는 의미다. 지은이에 따르면 13세는 거대 기술기업과 자유주의자 등의 반발에 부딪혀 나온 정치적 타협일뿐, 아동 발달에 대한 숙고의 산물이 아니다. 지은이는 성장기의 특성만 아니라 18세보다 전면적 도입이 가능할 것이란 점에서 16세를 제시한다. 원제 The Anxious Generation: How the Great Rewiring of Childhood Is Causing an Epidemic of Mental Illness.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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