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도둑맞았다고요? 많이 배웠죠…나에 대한 기대감 생겼어요"
인터뷰는 출국장 위층에 있는 한식당 룸에서 진행했다. 식당 직원은 “원래 룸 차지를 받아야 하는데 국위를 선양한 허 선수가 고마워서 안 받기로 했다”고 했고, 허미미는 활짝 웃으면서 사인을 해 줬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일본에서 유도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일본과 한국의 복수국적이었으나 2021년 12월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대한민국 대표로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고 한 할머니의 유언을 받들어서다.
Q : 한·일 양쪽에서 축하를 받으신다고요.
A : “네, 전화나 문자로 축하해 주시는 분이 정말 많은데, 일본 분들이 크게 늘었어요. 제가 다니는 와세다대는 1972년 뮌헨 대회 이후 52년 만에 유도부에서 올림픽 메달이 나왔다고 축제 분위기라고 하네요. 9월이 마지막 학기인데 10학점 정도 남았고, 졸업시험도 쳐야 합니다.”
Q : “개인전 결승전 판정이 이상했다. 금메달 도둑맞았다”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A : “저도 마지막 지도가 나왔을 때 상대한테 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위장 공격을 했다고 세 번째 지도를 받아서 반칙패를 했죠. 순간 너무 서운하고 아까웠어요. 상대가 많이 지쳐 있어서 더 공격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심판도 사람이고, 다음번엔 어떻게 해야 되겠다고 많이 배웠으니까 후회는 없어요.”
Q : 혼성단체 동메달 땄을 때 엄청 좋아하던데요. 개인전 은과 단체전 동 중에 하나만 가지라면?
A : “단체전 동메달이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 기뻐서 눈물이 났어요. 우리나라 단체전 사상 첫 메달이잖아요. (안)바울 오빠가 분위기를 살려줬고, 모두 너무 고생해서 딴 메달이라 더 값진 것 같아요.”
허미미는 할아버지의 독립운동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허석 선생은 3·1운동 직전 경북 군위군에서 항일 격문을 붙이며 독립운동을 한 혐의로 체포된다. 1년간 혹독한 옥고를 치르고 출소한 지 사흘 만에 순국한다. 허미미는 “제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엄청 놀랐어요. 그리고 할아버지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진짜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결심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Q :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게 무척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A : “진천선수촌의 대표팀 훈련량은 일본 대학팀과 비교할 수 없죠. 새벽 운동도 따라가기 힘들었고요. 무엇보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답답했는데, 장세윤(한국체대·-52㎏급) 선수가 옆에서 도와주고 말도 가르쳐주고 해서 큰 도움을 받았어요. 지금은 70% 정도 의사소통 할 수 있어요.”
Q : 동생 허미오(20·-52㎏급)도 경북체육회에서 함께 운동하고 있죠.
A : “저 때문에 57㎏급으로 못 올리고 있어요. 올림픽에는 한 체급에 한 명밖에 못 나가잖아요. 연습 때 붙으면 제가 늘 이기거든요(웃음). 제 체급으로 올리면 저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될 겁니다.”
Q : 취미가 화장하는 거라면서요.
A : “맞아요. 올리브영 같은 데서 이것저것 사서 쉬는 날 화장했다 지우고 다시 화장하고 그러면서 놀아요. 음식은 파스타와 짜장면을 좋아하고, 오무라이스도 잘 만들어요.”
Q : 본인의 성격과 MBTI는?
A : “평소에 너무 웃음이 많고 운동할 때 힘들어도 웃으면서 넘기는 스타일입니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죠. MBTI는 ESFJ입니다. ‘사교적인 외교관’형이라고 하니 나중에 외교관이 될 수도 있겠네요. 하하.”
Q : 국내 여행지 중에 제일 좋았던 데가 강화도 초지진이라면서요.
A : “아니요. 그거 가짜뉴스에요(웃음). 저 한국 와서 여행은 한 번도 못 갔어요. 올림픽 끝났으니 제주도 한번 가보고 싶긴 해요. 그런데 은메달을 따고 보니 ‘내가 이 정도까지 할 수 있구나. 더 높은 데까지 올라갈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생겼어요. 지금은 여행 하고 쉬기보다는 바로 유도 하고 싶어요.”
■ 허미미는
「 출생 2002년 12월 19일(일본 도쿄)
소속 경북체육회
체격 1m59㎝, 57㎏
학력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 4학년
주특기 업어치기, 굳히기
좋아하는 음식 파스타,짜장면
취미화장하기
파리 올림픽 메달 -57㎏급 은, 혼성단체 동
」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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