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권의 일기에 담긴 현대사
2024. 8. 10. 00:01
이상우 지음
기파랑
“아버님, 큰형, 고교생이던 둘째 형 등 세 사람은 지붕과 천장 사이 공간에 숨어 서울 수복까지 견뎠다. 인민군 점령 하의 서울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배고픔이었다. 어머님이 폭격 맞은 건물 잔해 철거작업장에서 일하시고 받은 일당 ‘보리 4홉’으로 9인 가족이 연명했다.”
이런 생생한 기록은 저자가 어릴 때부터 꾸준히 일기를 써온 덕분에 가능했다. 1938년생인 그는 대학생으로 4·19혁명을 겪었고, 기자로 5·16 군사쿠데타를 취재했다. 그 후 정치학 교수로 살았다. 이 책은 59권의 일기를 바탕으로 쓴 “대한민국 현대사 80년의 주관적 관찰기”다. 사적인 회고도 담겨 있지만 정치학자로서의 분석과 견해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6·25에 대해 그는 “정치이념과 정치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전쟁이라 온 국민이 전쟁 당사자가 되어 민간인 피해가 전투원 피해보다 훨씬 컸다”고 썼다. 5·16에 대해선 당시 국민들이 “5·16을 4·19정신의 계승”으로 여겼기에 “보기 드문 무혈 쿠데타”가 가능했다 평한다. 그러나 유신은 “민주헌정질서 파괴”로 단언하며, 박정희 시대를 유신 전후로 나눠 보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다. 또 민주화 이후는 대중영합주의가 크게 일어난 상황을 우려한다.
문소영 기자 sy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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