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 침체 불안 완화세에도…한은 ‘금리 딜레마’ 계속

박미영 2024. 8. 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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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發) 경기 침체 불안이 완화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시점과 인하폭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도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기 위해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으면서 금리 인하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가계 부채 상승세가 잡힐 지도 주목된다.

◆미국 IB “연준 9월 금리 인하 만장일치”

한은 뉴욕사무소는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에서 지난달 31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작 시점이 올해 9월이 될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AFP연합뉴스
2023년 7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마지막 금리 인상 이후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투자은행들의 전망이 완전히 일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 투자은행 보고서를 지난달 5일과 이달 2일 기준으로 비교하면,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도이치뱅크는 올해 12월에서 9월로, JP모건 올해 11월에서 9월로 각각 금리 인하 시작 시점에 대한 전망을 앞당겼다. 바클레이즈, 씨티,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노무라, 웰스파고, TD 등 7곳은 이미 지난달부터 9월 인하를 예상해왔다.

이와 함께 연내 금리 인하 폭에 대한 투자은행 10곳의 평균 전망치도 이달 0.75%포인트를 넘어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31일 FOMC 회의 직후 “금리 인하 여부를 이르면 9월 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9월 인하설에 힘을 실었다. 특히 이달 들어 미국 고용지표 부진을 도화선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고 주가지수가 폭락하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론까지 나오고 있다.

◆내수부진, 8·8대책… ‘금리 인하’ 이어질까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한은도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내수부진이 이어지면서 한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경제전망 수정(8월)’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2.6%)보다 0.1%포인트 낮아진 2.5%로 전망했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경기·물가 상황에 맞춰서 금리가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있다”며 “수출이 나아지고 있음에도 설비투자 등이 늘지 않는 것에는 고금리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KDI는 언제 기준금리를 조정하더라도 지금 국내 경제 상황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본다”며 “8월에 금융통화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그때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와 빌라촌. 뉴스1
전날 정부가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8·8대책)도 금리 인하에 힘을 보탤지 주목된다. 정부는 최근 과열되고 있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서울과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를 풀어 8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세는 금리 인하를 막고 있는 요인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15조7383억원으로, 전월 동기(708조5723억원) 대비 7조166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은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올해 4월 이후부터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면서도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물가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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