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위기 때마다 욕먹은 ‘이 남자’…“비판받는게 공직자의 숙명”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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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가 태국을 시작으로 한국을 강타했을 때 1년만에 단기차입금 375억 달러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2005년과 2015년에 각각 출간한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과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을 합쳐 정리한 것으로 무려 748쪽에 이르는 벽돌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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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만수·강고집으로 불린 관료
외환·금융위기 온몸으로 겪어
“일하면 비판 공직자의 숙명”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을 강타한 뒤 대한민국을 덮쳤다. 경상수지 적자가 급격히 악화되는 가운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뚫고 서민 물가를 끌어올렸다. 대외자금이 빠지며 환율도 가파르게 치솟았다.
위기는 반복된다. 그리고 운명처럼 그 위기를 온몸으로 겪어낸 한 남자가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와 싸울 때는 재정경제부 차관이었고,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는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먹고사니즘’의 중심에서 가장 큰 논란과 비판을 받았던 강만수 전 장관이다.
MB노믹스의 설계자이자 아이콘으로 ‘킹만수’ ‘강고집’으로 불려 온 그가 부가가치세와 금융실명제, IMF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한국 경제의 고비고비마다 실무진 혹은 경제 사령관으로서 정책 결정을 낸 순간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땀과 눈물로 얼룩진 공직생활의 비망록이자 치열하고 냉정한 현장에서 걷어 올린 실전 경제학이다. 2005년과 2015년에 각각 출간한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과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을 합쳐 정리한 것으로 무려 748쪽에 이르는 벽돌책이다.
두 번의 큰 국가적 위기를 겪으며 그는 “필요할 때 친구는 없었다”고 강조한다. IMF 당시 세 번이나 일본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외면당한 기억은 씻을 수 없는 부끄러움으로 남았다. 햇빛 쨍쨍할 때 우산을 빌려주고 비 올 때 가장 빨리 회수한 일본은 미국이나 중국보다 더 머나먼 이웃이었다. 결국 믿을 수 있는 것은 경상수지와 외환보유고, 환율의 적절한 관리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인간적인 고뇌와 회한도 책의 무게를 더한다. 페이지마다 눈부신 성취의 기록을 써 내려가다 정권이 바뀌며 10년 야인생활을 할 때 그는 한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후배들은 장관으로 불리는데 나는 평생 차관으로 불리는 것이 가슴 아파 하루라도 장관을 했으면 좋겠다”고. 2008년 그토록 원하던 장관이 됐지만 고환율과 고물가로 비난이 거세지면서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래도 그는 이렇게 말한다. “비판을 받고 물러난 관료는 나중에 평가를 남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사안일한 관료는 비판도 평가의 대상도 아니라고. “일하면 비판받는다. 그것이 공직자의 숙명이다.” 후대는 그를 어떻게 평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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